박상신의 소설 ‘이카루스의 강’

<18·욕망(慾望)의 강 그리고 겨울 무지개>-3

“유족의 마음은 알겠지만 여기 누워계신 고인께 다시 칼을 들이대 고인을 욕보이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 것 같군요!”

형사인 선엽은 단호한 어조로 춘삼의 눈치를 살폈다. 이내 검안소 내 정적이 흐르고 있을 때 선엽의 휴대전화가 정적을 박살내듯 울리고 있었다. 선엽은 휴대전화를 받더니 다급히 문을 밀치고 나갔다. 종종걸음으로 복도를 향해 걸어 나가더니 혼자 연신 머리를 조아리며 상대방에게 조심스러운 태도로 인사를 반복하고 있었다.

“이것 보세요! 의사 선생님 부검해주세요! 사인(死因)을 알아야겠어요!”

“그래 춘삼아 이년이 죽을 년이 아니야! 분명 누군가 우리 순영일 음해한 거야!”

순임과 춘삼은 단호한 어조였다. 검안의는 담당 형사인 선엽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춘삼을 바라보며 선엽이 있을 때와는 전혀 다른 차분한 어조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선생님 의문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손목에 난 자국은 아마도 수갑의 흔적 같아 보여요! 저도 이번 사건을 빨리 종결하려는 상부의 의도가 보여서 조금 찜찜합니다.”

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복도 먼발치에서 통화가 끝났는지 선엽이 날렵하게 검안소 안으로 오고 있었다.

“이제 시신을 확인했으니 다들 나갑시다. 글구 유족분은 결정을 하셨나요?”

“뭘 말이요?”“자살로 종결해 드릴 테니 하루빨리 고인의 명복을 빌어드리는 게 좋을 듯합니다.”

“이봐요. 이 형사님! 남의 일이라고 함부로 말씀 안하셨으면 합니다. 저희는 진실을 알고 싶어요. 수사해 주세요. 그리고 부검도 해주세요! 억울하게 죽은 망자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서 반드시 진실을 알아야겠어요!”

춘삼의 단호하고 간결한 어조에 선엽의 얼굴은 내 천자를 그리며 한 손으로 자신의 이마를 어루만지더니 춘삼을 바라보았다.

“그럽시다! 그럼 유족분이 왜 돌아가셨는지, 사인을 원하시니 수사를 하죠. 후회하지 마세요!”

선엽은 마지못해 궁상거리는 말투와 냉랭한 표정을 짓더니 춘삼일행을 향해 수첩 든 손을 높이 흔들며 검안소를 서둘러 나갔다.

순영만 남겨두고 돌아오는 차 안, 춘삼은 넋 나간 사람처럼 창가만 바라보는 순임 언니를 바라보았다. 얼마나 울었는지 그녀의 눈두덩은 붉게 부어올랐고 그녀의 무표정한 얼굴에서 삶의 의미를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넋 나간 사람처럼 죽음의 그림자가 느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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