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신의 소설 ‘이카루스의 강’

<18·욕망(慾望)의 강 그리고 겨울 무지개>-4

그 시각, 청와대 비서실은 분주히 돌아가고 있었다. 여당의 원로로 뒷방 늙은이로 물러나 최치우의 후견인을 자청하며 지금은 여당의 고문이란 직함을 가진 김달중 의원이 비서실장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지금 국무총리로 임명돼 한 달 남짓 업무를 보고 있는 최치우의 장인이기도 했다. 비서로 보이는 여인이 김달중에게 다가오더니 들고 있던 찻잔을 탁자 위에 놓으며 눈치를 살폈다.

“김 고문님 지금 실장님께서 대통령과 독대(獨對) 중이십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김달중은 기다리는 도중 양손을 가만두지 못하고 검버섯이 잔뜩 핀 볼에다 비벼대며 초조한 모습을 감추지 못해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한참을 기다리자 집무실로 비서실장인 이영만이 머리를 숙인 채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문을 열고 들어오고 있었다.

“이보게 이 실장! 이게 무슨 일인가? 자세히 이야기해 보시게!”이영만은 서류 파일을 탁자 위에 내동댕이치며 김달중이 앉아 있는 소파에 넥타이를 풀어헤치며 주저앉고 말았다.

“김 고문님. 이게 무슨 개망신입니까! 일국의 총리라는 분이…. 허 참! 얼굴을 못 들겠어요!”“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요! 최 총리는 왜 사망한 거요?”“어젯밤 교통사고로 승용차가 난간을 들이받고 한강으로 굴러 익사한 채 발견됐는데 최 총리의 사체가 벌거숭이 모습으로 두 발이 묶여 내연의 여인과 수갑을 함께 찬 상태로 발견됐어요. 자 보세요! 허허 참 이런 일이…. 다행히 정보부에서 먼저 수습했기 망정이지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기라도 한다면….”

김달중은 떨리는 손을 진정시키며 서류 파일 속 사진을 펼쳐보았다. 김달중은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여러 장의 사진 속에는 최치우의 시신이 벌거벗은 몸으로, 건져 올린 승용차 운전석 옆 좌석에 대자로 누워 있었고 운전을 한 것으로 보이는 중년의 여인과 수갑을 찬 채로 손과 손이 이어져 있었다. 그 중년의 여인은 운전대에다 또 다른 수갑을 왼손에 엮은 상태로 굴비를 꿰매듯 두 남녀는 차량 내부에 갇혀 물 밖으로 나올 수 없어 보였다. 김달중이 그 여인을 자세히 들여다보다 아연 놀란 기색으로 이영만을 향해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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