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신의 소설 ‘이카루스의 강’

<18·욕망(慾望)의 강 그리고 겨울 무지개>-5

“아니 이 실장님 이 여인은 우리가 알고 있는 악마담, 미찌코가 아니요? 아니 악마담이 왜 이런 짓을….”“낸들 남녀의 사생활을 어떻게 알겠소! 이 고문님. 대체 사위 관리를 어떻게 하시는 건지…, 각하께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당장 이 사건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정권의 도덕성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는 사건이라. 더 이상은 드릴 말씀이 없네요!!! 물러가 각하의 하명을 기다리세요!”

“각하께서 뭐라 하시던가요? 말씀해 주세요!”

그래도 김달중은 사위인 최치우의 안위보다는 자신의 여당 내 입지가 좁아질 것 같은 생각에 집요하게 각하의 의중을 비서실장에게 묻고 있었다.

“이것 보세요. 김 고문님 지금 각하께서 대노하셔서 청와대 내 인사 검증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리셨어요!! 물러가세요. 이 일에 대해서는 아직 언론이 눈치 채지 못한 것 같으니 함구하시라는 하명과 함께…. 그러니까 김 고문도 자중하고 계세요. 아이쿠 내가 그렇게 반대한 사람인데. 허허 참.”

그 말을 듣는 순간, 김달중은 이제 올 것이 왔다는 생각과 사람을 잘못들인 자신의 과오를 되돌아보며 무거운 발걸음을 되돌리고 있었다. 그는 앞으로 정가에 불어올 거대한 태풍의 서막을 알리듯 고요한 공포의 먹구름이 여의도 바닥에 암운을 드리운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늦가을 차가운 시신으로 누워있는 순영의 잔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은 채 춘삼은 며칠 밤을 뜬눈으로 지새우다 정신 차릴 생각에 사우나 한켠 육신을 의지한 채 지난 30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 긴 상념에 또 다른 자신과 무념의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비좁은 사우나에서 피어나는 수증기를 바라보며, 순영과의 추억을 되새기며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문득 순영과 추억이 서린 양수리가 떠올라 춘삼은 서둘러 사우나를 나섰다. 땅거미가 내려진 거리엔 찬바람이 불어와 춘삼의 살갗을 어루만지고 길가의 가로수는 영혼의 몸부림처럼 앙상한 가지만을 남긴 채 무수한 사연이 달린 낙엽을 길바닥에 팽개치고 다가올 동토의 겨울이란 칼바람을 외롭게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순영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접하고 춘삼의 그늘진 얼굴엔 삶의 방향을 잃고 표류하는 난파선의 선장 같아 보였다. 그의 뒤를 그림자처럼 따르는 김 비서도 주군의 건강을 염려하는 마음이 역력해 보였다. 강남대로를 말없이 걷다가 대형 TV모니터가 전시된 빌딩 앞에 한 무리의 행인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이를 어쩌나? 최 총리가 집에서 돌연사 했데!”“쯧쯔, 참 촉망받는 차세대 정치인이 유명을 달리했군!!”

“안타까워 정말 그 양반은 참 이미지가 좋은 것 같은데….”

운집해 있는 행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춘삼은 깜짝 놀라 그사이를 헤집고 전시장 앞에 놓인 모니터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정부 대변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방송을 통해 비보를 공식 발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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