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신의 소설 ‘이카루스의 강’

<18·욕망(慾望)의 강 그리고 겨울 무지개>-8

“여보!! 일어나세요! 여보”춘삼이 일어났을 때 그의 곁에서 손을 잡아 주는 여인은 그의 아내 현정이었다.

“아니 당신이…. 미국에 있어야 할 사람이 여길 어떻게 왔어?”

아내 현정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땀에 흠뻑 젖은 춘삼을 일으켜 세우며 물수건으로 얼굴에 흐르는 땀방울을 닦아주었다.

“당신이 걱정되기도 하고요. 그리고 또 다른 이유도 있어요!”아내 현정은 춘삼에게 의문의 편지 한 통을 내밀었다. 그 편지는 다름 아닌 순영이 미국에 있는 현정에게 보낸 편지였다. 그 내용은 편지를 받을 때쯤 순영 자신이 이 세상 사람이 아니란 것과 그동안 현정에게 마음 고생시켜 미안하다는 진심 어린 사과의 내용과 춘삼 곁을 지켜달라는 간곡한 부탁이었다. 춘삼은 그 편지를 읽고 아내 앞에서 눈물을 감추고 싶었으나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부쩍이나 약해져 있는 마음을 추스르지 못해 어린아이처럼 울고 말았다. 그 광경을 지켜보는 아내 현정이 춘삼을 가슴에 꼭 껴안고 어깨를 쓰다듬으며 춘삼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정우 아빠 울고 싶으면 실컷 우세요! 이젠 정우 아빠 곁에 제가 있을게요!”

아내 현정의 속 깊은 말에 춘삼은 가뭄에 단비를 맞은 듯 그녀의 말 한마디에 말라버린 마음의 대지(大地)를 포근히 적셨고 가슴속에 간직한 억눌림의 응어리가 씻겨 내려가 어느덧 유리창에 어둠은 떠나고 새벽을 알리는 여명이 밤새 내린 눈에 반사돼 창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순영이 죽은 지 열흘이 지났다. 수사는 흐지부지한 상태로 진행되고 정필 아저씨의 죽음으로 춘삼은 초췌한 몰골로 견디다, 간밤의 악몽에 시달리다 아내 현정의 귀국으로 간만에 마음의 평화가 찾아온 듯했다. 현정은 평소 춘삼이 좋아하는 구수한 된장찌개와 나물 반찬으로 그의 식욕을 되찾게 했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춘삼은 소파에 앉아 클래식 음악을 듣기 위해 리모컨을 들고 있었다. 거실 중앙 테이블에 놓인 집 전화가 고요한 아침의 정적을 무너뜨리며 요란하게 울렸다.

“박춘삼입니다.”

“춘삼아 지금 뉴스를 틀어 봐!!!”화급을 다투며 격앙된 희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희수야 아침부터 무슨 일이기에 이 난리야?”“죽은 순영이가! 순영이가! 아니다. 빨리 TV 틀어 봐!!!!”

00 뉴스 전문 방송 채널에서 죽은 최치우의 양평 비밀 별장에서 몸에 문신이 새겨진 중년의 남자를 살해하는 동영상이 모자이크 처리와 함께 여과 없이 방영되었고 그 동영상에는 죽은 최치우가 일본도를 들고 쌍욕을 지껄이며 비열하게 웃는 모습과 그사이 모자이크 처리된 중년 여인의 모습이 비치며 이내 건장한 사내들이 문신이 새겨진 남자의 시체를 처리하는 모습이 재생되고 있었다. 그리고 중간에 설명을 이어나가는 이 특종을 취재한 젊은 기자는 사명감에 불타는 눈으로 앵커와 대담을 나누며 연신 격앙된 목소리와 시선으로 우리 사회 만연된 고위층의 도덕성과 최치우의 비밀 장부에 적힌 불법 정치자금의 사용처, 그리고 최치우와 연관된 거물 정치인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었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