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툼없는 따뜻한 한 해가 되기를

다툼없는 따뜻한 한 해가 되기를

<정상문 남도일보 회장>
 

새해 아침입니다. 참으로 기쁜 날입니다. 또 희망이 가득한 날입니다. 누구나 다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날이기도 합니다. 기쁨과 희망, 새로움이 있기에 어린 아이들로부터 어르신들까지 모두에게 복된 날입니다. 오늘 아침은 모두들 자신의 바람을 밝게 드러낼 수 있는 시간입니다. 또 그렇게 되기를 같이 염원하고 성원해 주는, 축복의 날이기도 합니다. 염원과 축복이 세상 가득하니 가장 평화롭고 고귀한 날임이 분명합니다.

그렇지만 새해아침이라고 해서 무조건 기쁨과 희망을 노래하는 것은, 어떤 분들에게는 불편한 일일 수도 있습니다. 이 신년사를 읽는 분들 중 상당수는 중장년층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자꾸만 늘어가는 흰머리가 신경 쓰이는 판국에 한해를 맞는 것이 결코 즐거운 일은 아닙니다. 나이 드신 분들께는 세월이 더디 가는 것이 축복입니다. 빨리 흘러가는 세월을 붙잡고 싶은 것이 솔직한 마음입니다. 그래서 새해가 원망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함에도 우리 대부분은 새해를 반갑게 맞이합니다. 이유는 어제보다 분명 내일은 더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 때문입니다. 고단했던 삶이 즐거워지고, 넉넉하지 못한 살림살이가 조금은 더 풍족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기에 새해가 반갑습니다. 쏜살같은 세월이 분명 야속하지만 어린 것들이 헌헌장부(軒軒丈夫)가 돼가는 모습에, 마음으로는 드잡이를 하면서도 세월을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새해아침은 넉넉한 아침입니다.

올해 저희들의 바람은 ‘다투지 않는 세상’이 됐으면 하는 것입니다. ‘부쟁(不爭)의 병신년(丙申年)’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얼마나 많은 다툼과 반목, 갈등이 있었습니까? 사소한 일로 이웃과 불편한 관계로 틀어져버린 이들이 많습니다. On-Line의 세계에서는 얼굴을 모른다는 이유로 온갖 무례함과 모욕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가장 가까운 가족들 사이에서도 등을 돌리고 사는 일이 허다하게 벌어졌습니다.

어느 사이 우리사회는 양보를 모르는 사회가 돼가고 있습니다. ‘나 자신’만 챙깁니다. ‘우리’는 있되 ‘상대’는 없습니다. 극심한 이기주의가 판을 치고 있습니다. 다툼은 자기를 내세울 때 시작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물(水)은 자신의 모습을 고집하지 않습니다. 자신을 담아주는 그릇에 맞춰, 또 자신을 막아서는 것들에 맞춰, 채워주고 비켜갑니다. 물은 모든 것을 이롭게 하면서도 결코 다투지 않습니다. 물 같은 우리가 돼야하는 이유입니다.

논어(論語)에는 ‘불원천(不怨天)하고 불우인(不尤人)한다’는 글이 있습니다. 하늘과 사람을 탓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무위당(无爲堂) 장일순(張壹淳)은 이 문구를 들면서 ‘남의 탓을 하지 않아야 세상이 평화로워진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남의 탓을 하지 않으려면 자신을 내세우지 않아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자기머리를 남보다 조금이라도 더 내놓으려고 하다 보니 다툼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상대를 앞자리에 앉히면 평화로운 세상이 된다고 말합니다.

섬기는 세상이 돼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그렇질 못합니다.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가 지천입니다. ‘우리만 살 테니 너희는 죽던지 살던지 알아서 해라’가 곳곳에서 목격됩니다. 우리 정치가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자기들만 고집’하면서 ‘병든 나라’를 만들고 있습니다. 분에 넘치는 권력과 부당한 대우를 누리면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움켜쥐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다른 사람들에게는 혁신해야 한다고 외칩니다. 목불인견(目不忍見)입니다.

올해는 국회의원 총선이 있습니다. ‘내가 더 잘났다고 나서는 사람들’이 총출동하는 해입니다. 그래서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많은 다툼과 언성질이 많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자기 자신을 돌아봐야 합니다. 내가 다른 사람을 이롭게 하기위해 정치판에 뛰어드는 것인지, 아니면 나를 높이기 위해서인지를 진지하게 돌아봐야 합니다. 물론 모두들, 세상을 이롭게 하기 위해서라고 답할 겁니다. 그러나 그게 거짓이고 기만이라는 것은 다들 잘 압니다.

남도일보는 올해도 우리 사회를 따뜻하게 만드는데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대접받는 세상을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서로를 아끼고 존중하는 광주·전남을 만들어가는 데 소중한 밀알이 되겠습니다. 정치가 국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베품과 상생의 정치가 될 수 있게끔 참글과 참말로 여러분의 눈과 귀가 되겠습니다. 장유유서(長幼有序)의 예의가 지켜지는 건강한 사회와 민주주의의 가치가 지켜지는 국가를 위해서도 애쓰겠습니다.

남도일보는 지난해 금남로로 사옥을 이전하고 도약의 기틀을 마련했습니다. 올해의 시작과 함께 月刊 南道를 창간했습니다. 남도일보TV는 이달 말 개국합니다. 종합언론매체로 성장하는 남도일보는 올바른 여론수렴과 지역발전을 위해 더욱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광주·전남 시·도민, 남도일보·月刊 南道 애독자, 그리고 남도일보TV 시청자 여러분들의 건강과 행운이 사업장과 가정에 가득하시기를 기원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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