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신의 단편소설 ‘4월의 상가(喪家)-2

불현듯 친구의 전화를 장난스럽게 받은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상국아 수술은? 몸은 괜찮아?”

선엽은 당황스럽기도 하고 처음 당해본 일이라 어떤 말로 위로해야 좋을지 좀처럼 생각나지도 않았다. 이내 시시콜콜한 안부만 전하다 전화를 끊고 자신의 나이를 되돌아봤다. 그도 그럴 것이 선엽은 지난날을 생각했다. 벌써 직장 생활을 한 지도 스무 해를 넘겨 나이 또한 지천명(知天命)에 접어들었다. 하나밖에 없는 딸아이가 유치원에 들어간 것이 엊그제 같았는데 벌써 전문대 졸업반이란 사실을 까맣게 잊은 채…. 순간, 선엽은 허탈한 생각이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작은 울림으로 다가와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었다.

자신의 나이가 이제 삶의 종착역으로 접어들었음을 실감했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날 그 많았던 머리카락이 굵기 또한 가늘어 점점 반백으로 변했고 주변머리는 날로 황폐해 사막화가 진행돼 그야말로 인생의 중년으로 접어들었음을 실감하는 나이였다. 차창 밖으로 비친 사월의 모습은 꿈 많은 청춘인양, 신록은 푸른빛을 더해만 가고 스치는 들녘, 농부들의 땀 흘린 모습에서 삶의 분주함이 느껴지고 있었다. 선엽을 태운 버스가 잠시 00 휴게소에 이르렀다. 새벽부터 출장을 나온 선엽은 아침을 거른 터라, 정차한 휴게소에서 허기진 배를 채울까 생각했으나 십여 분의 짧은 시간으론 끼니를 달래기엔 역부족이었다.

사실, 따뜻한 국물이 있는 라면이라도 먹고 싶었으나, 화장실을 들르고 나면 시간상으로 빠듯해 그냥 김밥과 국물 있는 어묵을 구입해 대기 중인 버스 안으로 돌아왔다. 비교적 이른 시간 시외버스를 탑승해 차내엔 육십이 넘어 보이는 버스 기사와 중년 여인, 그리고 보따리를 껴안고 졸고 있는 할머니가 전부였다. 선엽이 요깃거리를 구입해 버스에 올랐을 때, 시선이 자신도 모르게 낯선 여인에게로 향했다. 그 중년 여인은 우수에 찬 표정으로 창밖 산등성이를 바라보다 이내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그녀는 검은색 정장 차림에 남색 블라우스를 입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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