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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신의 단편소설 ‘4월의 상가(喪家)-4
   
 

박상신의 단편소설 ‘4월의 상가(喪家)-4

결국, 그들은 자신의 육신을 학대하고 상처받은 영혼을 스스로 위안하며 하루를 마친다. 그러다 내일이란 인생 마차에 오만가지 고뇌를 짊어지고 탑승한 방랑자처럼 인생의 긴 여정을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반복하고 만다. 그래서인지 인생의 수레바퀴는 오만가지 생각의 역사인 것인가!!! 선엽은 갑자기 자신의 삶이 초라해 보였다. 차창 밖으로 펼쳐진 초록의 사월은 자기 생각과는 전혀 동떨어진 느낌으로 다가와선 그저 세월의 변화를 푸른빛이란 색채로 대변하는 것만 같았다. 달포 전, 선엽은 상국의 소식을 접하고 꺼림칙한 마음에 상국의 병문안 계획을 잡았다. 유선상으로 처리해도 될 업무였으나 굳이 바쁜 일정을 잡아 광주로 향했다.

그는 광주에서 고등학교를 나온 터라, 왠지 광주가 낯설지 않았다. 하지만 오래전 금남로와 충장로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광주 심장이 상무지구, 첨단지구 같은 개발중심의 이름으로 변해 옛 기억의 흔적은 모두 사라져버려 그저 씁쓸한 마음도 들었다. 광주지역 대리점을 운영하는 점주들이 본사 부장 방문에 저녁식사 겸 회식을 마련해 지점장을 통해 약속해놓았다. 선엽은 회사 업무라 무시할 수는 입장이었다. 약속 장소로 이동하는 순간 광주로 잠시 내려간 친구, 승용의 소식이 궁금하기도 해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승용아 나야. 선엽이. 잘 지냈지?”

“어 그라제 어디여?”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대답하는 승용의 목소리는 늘 들어도 반가울 수밖에 없는 정감 넘치는 목소리였다.

“지금 광주에 내려왔는데 오늘은 거래처 사장님들과 저녁 약속이 있어 안 되고 내일 볼 수 있어?”

“당연 그라제. 근디 잘 숙소는 있당가? 없으면 내 오피스텔로 오소.”

“그래 저녁 약속이 빨리 끝나면 갈게. 오피스텔이 어딘지 문자 남겨줘.”

“당근이제, 친구가 왔는디 나야 언제든지 환영이제!”

승용과 전화를 끊자마자 바로 메신저로 소재를 알리는 문자가 휴대전화로 왔다. 승용은 고등학교와 대학을 같이 나온 친구였다. 그는 한때 서울의 내로라하는 큰 매니지먼트사 임원 출신으로 출세 가도를 달리는 친구였다. 하지만 그가 지방에 내려와 머물게 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당시 승용은 여러 개의 계열사를 관리하며 사주의 신임이 두터워 바쁜 나날을 보내는 샐러리맨의 전형적인 표상이었다. 그가 회사를 위해 헌신한 결과, 사세는 날로 번성, 그 또한 승승장구했으나 모든 열정을 회사에 쏟다보니 자연스레 가정을 등한시했고 그로인해 집사람과 잦은 말다툼이 끊이지 않았다. 승용의 아내는 공기업에 다니는 커리어우먼으로 그녀의 관심은 오직 반듯한 가정과 그녀를 둘러싼 사회적 체면에 초점이 맞춰진 여자였다. 그게 싫어서인지 승용은 오십을 바라보는 나이에 허례허식에 둘러싸인 아내의 모습에 염증을 느껴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잠시나마 인생을 되돌아보고 싶어 회사를 사직하고 옛 향수가 묻어있는 광주로 낙향해 혼자 지내고 있었다.

“이선엽입니다. 진작 이 자리에 계신 사장님들과 자리를 마련해야 했는데….”

“아닙니다. 이 부장님 늦게나마 부장님을 만나 저희 애로사항을 들어주는 자리라 생각하니 저희가 감사하죠. 자! 이 부장님 제 잔 한잔 받으시죠.”

점주로 보이는 사람 중 후덕한 외모를 지닌 김달중 사장이 선엽에게 술잔을 권하며 애로사항을 토로했다. 하지만 선엽의 눈에는 살아가는 모습이 다들 힘들어 보였다. 통상적으로 그들 입에서 나온 이야기를 종합하면 그들만의 애로사항이 묻어나고 있었다.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치남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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