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신의 단편소설 ‘4월의 상가(喪家)-9

선엽은 상국의 지지대를 잡고 서 있는 제수씨를 바라보며 웃음을 보였다.

“네 선엽 씨 말씀이 맞아요. 우리도 그럴 참이에요. 이렇게 찾아와 주셔서 감사해요.”

“제수씨 둘 다 행복해야 합니다.”

선엽은 면회를 마치고 병실을 나왔다. 시원한 바람이 택시를 기다리는 선엽을 스치며 불현듯 상국 부부의 혼전 기억이 떠올랐다. 상국은 처음으로 하는 혼사였으나, 그보다 나이 어린 제수씨는 한 번의 상처를 해 상국에게 시집온 재혼녀였다. 하지만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얻은 사랑의 결실이라 그들이 누구보다 행복하게 살아줬으면 하는 게 선엽의 바람이었다. 선엽은 고인의 영정에 문상을 마치고 상주인 상국과 그 가족에게 조의를 표했으나, 위로라는 형식적인 말 외엔 달리 표현할 말이 없었다. 상주인 상국이 느낀 정신적인 충격이란 겪어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짐작할 수 없는 고통일 수밖에 없었다. 선엽은 조의(弔意)를 표하고 장례식장 밖으로 나와 담배를 물었다. 한참 멍한 모습으로 뿜은 담배 연기를 바라볼 때 누군가 선엽의 어깨를 어루만지는 손길을 느꼈다. 뒤를 돌아보는 순간 “선엽아 고맙구나. 잘사는 모습 보여줬어야 했는데….”

아직 어눌한 말투의 상국이었다. 뜬눈으로 상가를 지켰는지, 아니면 아직도 건강을 돌봐야 할 시긴데 처의 비명횡사(非命橫死)에 대한 정신적인 충격인지, 그의 몰골은 피로에 물든 아귀와 같은 형상이었다.

“상국아 힘내야 한다. 산사람은 살아야 해! 어머님을 봐서라도. 남기고 간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선엽의 이야기에 한참 말이 없던 상국이 답답했는지 아니면 그의 심정을 토로할 사람이 없어서인지 처인 김창숙의 죽음에 대해 무겁게 입을 열었다.

“집사람이 왜 죽었는지 나도 이해가 안 되는구나. 선엽아!”

“그게 무슨 말이니?”

“그제 저녁, 후배들과 저녁을 먹은 후 작은 딸이 사춘기라 처와 사소한 말다툼이 있었어. 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서.”

“….”

“그래서 난 그날 술과 담배도 멀리한 터라 먼저 들어와 잠들었지! 그리곤 아침에 깨어나 보니 아파트 경비와 경찰이 집으로 와 집사람을 찾고 있었어!”

“그래서?”

“집사람이 아파트 난간에서 떨어져 그만….”

“평소 제수씨는 밝고 씩씩한 분이잖아?”

“사실 우울증이 있었는데 그게 그렇게 심할 줄 나 역시 몰랐어!”

어느새 상국의 눈엔 눈물이 고여 있었다. 그리곤 3개월이 넘는 병 수발로 아내인 창숙이 우울증이 심해져 이런 결과를 초래됐다는 자조 섞인 말로 자신의 잘못을 성토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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