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문화를 바꿔야 한다

설 연휴가 시작됐다. 5일 오후부터 시작되는 설 연휴는 10일까지 이어진다. 11일과 12일에 연가를 낸 직장인들의 경우는 최고 10일간의 연휴를 즐길 수 있다. 그래서인지 국내 유명 관광지와 스키장은 예약이 동이 났다. 황금연휴를 즐기기 위해 해외로 나가는 이들도 많다. 설 연휴기간을 이용한 해외관광 패키지 상품은 마감된 지 오래다. 비행기 표도 동이 났다.

설의 의미와 취지가 사라진 듯한 느낌이다. 고향을 찾아 부모 형제들을 만나고 선산을 둘러보는 이들도 있지만 놀러가는 이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설령 고향에 가더라도 반나절을 머무르거나 길어야 하루 밤을 자는 것이 대세이다. 핵가족화가 되면서 집안의 며느리들이 시댁에서 오래 머무는 것을 못견뎌하고, 또 어린 것들이 불편해 하는 것이 원인일 것이다.

그러다보니 할아버지, 부모, 자녀 등 3세대가 마음을 주고받을 시간이 거의 없다. 그렇지 않은 가정도 있겠지만 상당수 집안이 어른과 아이들의 ‘대화’가 끊긴 상태다. 할아버지 집에 가더라도 손자들은 방구석에 박혀 스마트폰이나 게임기를 붙들고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런 아이들을 나무래 할아버지 집 청소를 하거나 집안일을 도우라고 성화부리는 어른들도 없다.

어린 학생들의 입장에서 보면 설은 오랫동안 차를 타고 가서, 부모 눈치 보지 않고 모처럼 만에 게임을 할 수 있는 날에 불과하다. 평소 자녀들이 게임하는 것을 싫어하는 부모들도 불편하고 심심하다고 툴툴대는 자녀들을 달래기 위해 게임하는 것을 묵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실 손자들 못지않게 자식들 역시 부모 곁에 오래 머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인데도 언론들은 ‘민족 대 명절’ ‘가족의 정’ 운운 하면서 설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TV와 신문에 등장하는 그런 장면과 기사들이 공허하기만 하다. 가족중심의 설 문화를 만들어 가야할 필요가 크다. 설 연휴동안에는 가족 전체의 합의하에 스마트 폰이나 게임을 하지 않고, 가족들이 참여하는 산행이나 오락을 자주 즐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설 연휴를 가족 간의 대화를 회복하는 시간으로 삼아야 한다. 청소년 인성교육의 기회로도 활용해야 한다. 남자들은 술 마시며 고스톱을 치고, 여자들은 온 종일 부엌일을 하느라 지쳐있고, 아이들은 게임하느라 정신이 팔려 있는, 지금의 설 풍경은 끔찍하다. 가족관계가 건강해져야 국가가 건강해진다. 가족관계를 건강하게 만드는 설 문화 조성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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