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르신들 모시고… 120년 넘게 이어온 아름다운 전통”

나주 노안면 이슬촌마을 설날 ‘마을 대동계’열어 대소사 논의

출향인사·주민 모여 ‘합동세배’도 …아름다운 공동체 ‘귀감’
 

120년 넘게 이어진 ‘함께 사는 문화’로 유명한 전남 나주시 노안면 이슬촌마을 입구에는 ‘계량 대동계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왼쪽>. 이 마을 노인회관에서 만난 김종철(75) 노인회장이 ‘계량마을 대동보’를 펼치며 ‘대동계’와 ‘합동세배’등을 설명하고 있다. 나주/안세훈 기자 ash@namdonews.com

전남 나주평야가 한눈에 보이는 병풍산 자락에 ‘함께 사는 문화’로 유명한 농촌 마을이 있다. 120년 넘게 마을 공동체가 이어져오고 있는 ‘나주시 노안면 이슬촌마을(계량마을)’이다.

특히 오랜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마을 대동계’와 ‘합동세배’는 이웃 간 소통이 사라지고 점차 삭막해져 가는 현대사회 속에 귀감이 되고 있다. 설 명절을 맞아 지역사회에서 ‘서로 돕고 사는 아름다운 전통’이 여전히 살아 있는 이슬촌마을에 찾아갔다.

“120년 넘는 ‘마을 대동계’가 이 책에 모두 기록돼 있어. 조상 대대로 내려온 전통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거야”

지난 3일 오전 이슬촌마을 노인회관에서 만난 김종철(75) 노인회장은 누렇게 바랜 ‘계량마을 대동보’를 펼치며 이같이 말했다.

이 책엔 “호주 56명 발기. 자본금 금 56양. 위 자본으로 마을공동용 비품 구입함” 등이 기록된 것을 시작으로, 지난 1984년부터 122년째 이어져온 마을 대동계가 꼼꼼하게 기록돼 있었다. 또 “일본 헌병 낮에는 의병 잡으러 순시”(1905년), “이제 조선말도 자유스럽게 하게 되었다”(1945년 해방) 등 역사적 사실도 들어 있었다.

김 회장은 “이 책에 나와 있는 것처럼 지금도 마을의 대소사를 마을회의에서 결정한다”며 “마을사람들 모두 서로 돕고 살겠다는 마음이 여전하다”고 말했다.

이슬촌마을은 큰 일교차로 마을에 아침마다 이슬이 자주 맺혀 ‘이슬촌’으로 불리고 있다. 이날 현재까지 56가구, 157명(남자 57명·100명)이 거주 중이다.

이슬촌마을은 끈끈한 주민 공동체 마을로 유명하다. 매년 설날에 마을 주민들이 모여 ‘대동계’를 연다. 120년 넘게 이어오고 있는 ‘마을 축제’다.

주민들은 해마다 대동 회의를 개최해 제반 대소사를 논의하고 결정한다. 이 자리에서는 한 해의 수입·지출을 결산하고 새해의 주요 사업과 행사를 확정한다. 또한 마을 임원의 임기가 만료됐다면 이장·반장·계장·총무·새마을 지도자·개발 위원·부녀회장 등을 다시 선출한다.

더욱이 같은날 열리는 오랜 전통의 ‘합동세배’는 전국적으로 벤치마킹 대상이다.

이슬촌마을은 매년 설 명절마다 마을회관에서 마을의 가장 큰 어른을 모시고 출향인사와 주민 등이 모여 합동세배를 갖는다. 올해도 역시 설날인 8일 오전 마을회관에서 마을의 가장 큰 어른인 박정현(95)할아버지를 모시고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합동세배를 갖는다. 합동세배는 20대 이상의 주민들이 모두 모이면 먼저 60세 이상 노인들에게 전체가 일제히 세배를 드린다. 이어 50대·40대와 나머지 마을주민들이 맞절하는 순으로 진행된다.

마을 주민들이 한복 등을 차려입고 마을 어른들께 세배 후 노인회장이 답례로 마을과 가정의 안녕 등을 기원하는 덕담을 하고 마무리한다.

무엇보다 계량마을의 ‘마을 공동체’ 정신은 젊은 세대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마을에서 자란 젊은 세대들은 아름다운 마을의 전통문화를 앞으로도 계승·발전시키고, 도시지역에서도 이 같은 문화를 살려 나간다면 점점 더 각박해지고 단절돼가는 현대사회가 좀 더 따뜻해지고 밝아지리라 생각한다고 전한다.

주민 정가영(21·여)씨는 “농촌의 공동체 전통이 살아 있는 마을에서 자라나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이슬촌마을의 공동체 정신이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나주/안세훈 기자 ash@namdonews.com /정도혁 기자 vsteel@@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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