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생태계 급변 중에 가치를 보전하려면…

직업 생태계 급변 중에 가치를 보전하려면…

<형광석 목포과학대학교 교수>

별 볼 일없는 하루살이 삶인데도, 그날그날 손으로 번 돈을 입에다 바치는 살림살이인데도, 나 자신의 가치를 보전하기가 힘듦을 자주 느낀다. 각자는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 동떨어진 존재가 아니다. 사회구조와 상호작용한다고 하지만 나의 반작용은 미미하다. 달리 말하면, 자신이 처한 생태체계가 뿜어내는 강력한 에너지가 각자에게 대형 삼각파도로 오는 탓에, 각자는 생태체계에 맞대응하여 주도적인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

얼마 전 세계 바둑계의 일인자를 이겨내는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이 실현될 정도로 기술이 눈부시게 발달하는 세상이기에 더불어 인간생태계도 급변함을 보고 겪는다. 직업생태계의 변화가 피부로 온다. 어제까지만 해도 번듯했던 직장이 오늘은 허접한 꼴이 된다. 이제 번듯하고 안정적인 직장은 정부부문이나 공공부문에서나 찾아질까 민간부문에서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심지어 대학교수마저도 조만간 사라질 가능성이 높은 직종이라는 전망이 강하다. ‘대학공개강의’(KOCW) 사이트에 들어가면, 매우 유익한 강의가 많다. 필자는 최근에 심리학 공부를 하고 싶어서 ‘심리학의 이해’를 듣고 있다. 굳이 대학교에 등록하지 않고도 그 사이트에 들어가서 무료로 얼마든지 강의를 듣고 공부하면 자신의 역량 극대화가 가능하다. 심하게 말하면, 어느 대학에서 ‘심리학의 이해’를 교양과목으로 개설한 후, 그 대학에서 심리학 전공교수를 채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인터넷 공개강의인 ‘심리학의 이해’를 듣게 한 후 학점을 매겨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학점 평가방법은 각 대학교에서 사정에 맞게 만들어서 시행하면 되리라 생각한다. 입학자원은 줄어들고, 등록금 수입은 줄어들어서 재정이 어려운 대학에서는 충분히 검토할 만한 대안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전국 대학에 ‘심리학의 이해’를 잘 가르치는 교수 한 사람이면 충분할 거다.

필자가 공부하는 노동문제에 대한 강의는 두 가지 관점에서 각각 준비한 강의 두 개이면 부족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관점은 각각 11시 방향과 1시 방향이다. 일반 대중은 두 관점의 강의를 모두 듣고 나면, 혹자는 11시 방향, 또 다른 사람은 1시 방향, 그들과 다른 어느 누구는 12시 방향의 가치관을 형성할 거다. 들은 이야기다. 미국의 세계적인 어느 회사는 여러 대학과 협력관계를 맺고 각 대학의 유명 강의를 사이트에 올린다. 그 사이트에 올라온 강의에 대해서 우리 돈으로 5만원 내외를 지불하고 강의를 듣고 문제풀이를 통과하면, 이수증을 만들어준다. 각자는 그 사이트에 들어가서 자신의 취향과 관심사에 적합한 강의를 듣는다. 이는 각자에게 중요한 이력으로 작용한다. 그 회사는 취업알선까지 할 계획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사회복지시설에서 요구하는 과목 목록을 제시하고, 해당과목을 모두 이수한 자를 채용해주도록 추천해주는 역할까지 한다. 온라인 인터넷상의 동영상 강의 제공자가 교육부터 취업까지 담당하는 생태계가 형성되어 감을 실감한다.

이처럼 대학교를 둘러싼 직업 생태계의 변화 속에서 어떻게 나의 가치를 보전할까? 아직까지는 민간부문에서 일하는 친구보다 더 오래 직장생활을 하는 행운을 누리고 있지만, 필자는 칠팔년 지나면 법적인 정년 연령에 도달하는지라,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의 충격이 GB(기가바이트)급의 1천배 되는 TB(테라바이트)급으로 보이기에 정년퇴직이라는 영광을 누릴지 의문이다.

더구나 필자는 전남 영광 출신이 아니기에 영광과는 거리가 멀지 않나 싶다. 영광을 누리려면 신령한 빛이 두루 퍼졌다는 뜻을 지닌 지역인 영광·함평으로 이사해야 할지 싶다. 썰렁한 개그이다.

평소에 세포가 기억하도록 새로운 버릇을 몸에 익힐 생각이다. 하루에는 한 강좌씩 ‘대학공개강의’를 듣는다. 봉사자의 삶을 산다. 봉사자 대장은 젊은이가 하도록 격려하고, 오직 현장 봉사원으로서 살아간다.

노욕(老慾)은 말이 되어도 청욕(靑慾)은 성립하지 않는다. 청년이 부리는 욕심은 삶의 열정으로 비치지만, 노욕은 인식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자신의 가치를 갉아먹는다. 이는 금년 4·13 총선 공천과정에서 민낯을 내보인 모모한 면면들이 확인한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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