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장현 광주시장과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윤장현 광주시장과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최혁 주필>
 

선거철이 되니 광주발전을 외치는 사람들이 많다. 후보들은 저마다 자신이 광주발전을 이끌 적임자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시민들은 그게 다 부질없는 소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후보들을 ‘똑똑한 사람들’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진실한 사람들’이라고는 여기지 않는다. 자기들 출세하기 위해 좋은 말 골라서 하는 것일 뿐, 진정성은 별로라고 생각한다. 일부를 제외하고는 그들 대부분의 삶에, 광주에 대한 희생이 없었기 때문이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말은 참으로 겸손한 말이다. 노력하는 이는 사람이지만 이루게 하는 이는 절대자(하늘)라는 경외가 담겨져 있다. 그렇지만 노력의 중요성도 강조하고 있다. ‘이루려하는 자, 먼저 노력해야 한다’는 말은 당위와 근면에 대한 가르침이다. 겸손의 미덕도 강조하고 있다. 제 아무리 능력 있고 똑똑하더라도 하늘이 허락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인간의 한계’를 적시하고 있다.

지난주만 하더라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옥새’(당대표 직인)를 움켜쥐는 바람에 3명의 진박(眞朴) 인사가 이번 총선에 출마조차 하지 못하게 됐다. 그 사람들은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꿈을 품고 수 년 동안 준비를 해왔다. 그리고 주말이면 쉬지도 못하고 사람들을 만나며 지역구를 다졌다. 공천을 앞두고는 당 지도부와 눈도장을 찍으려 또한 얼마나 많은 시간들을 노심초사했겠는가? 그 정도면 진인(盡人)한 셈이다. 다만 하늘이 돕지 않았을 뿐이다.

요즘 윤장현씨에게서 진사(盡事)를 다하려는 시장의 모습을 느낀다. 과거 그는 의사로서, 시민운동가로서, 환경지킴이로서, 그리고 산사나이로서 나라와 지역의 발전을 위해 헌신했다. 그가 살아온 궤적들을 따라가 보면 그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다. 사람에 대한 애정, 특히 낮은 자들을 가슴에 품고 함께 살아가려는 따뜻한 품이 느껴진다. 주변사람들과 희망과 행복을 노래하는 자이다. “다른 이들과 함께 참 잘 살아왔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윤 시장의 최근 고민거리는 ‘광주를 어떻게 행복한 공동체로 만들 것인가?’인 듯싶다. 시장으로서의 그의 바람은 광주를 ‘일거리도 많고 인심도 넉넉한’ 도시로 만드는 것이다. 그는 광주가 국민들에게 여전히 ‘80년 광주’로 인식되고, 우리 아이들이 ‘광주아이들’이라 불리는 것을 탈피해야 한다고 믿는다. ‘무거운 광주’를 ‘가깝고 친근한 광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소명은 ‘소외되고 있는 광주’를 ‘기회와 희망의 땅 광주’로 바꾸는 것이다.

윤 시장은 기회와 희망의 광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내부의 변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광주가 넉넉해지지 않으면 광주는 언제까지나 ‘비비 꼬아진 동네’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굴레를 벗어던지기 위해서는 마음가짐을 달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항과 다툼을 내려놓고 참여와 나눔을 통해 광주사회를 합리적이고 어깨동무하는 사이로 가꿔가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함께 가지 못하면서 다른 지역을 배척하는 이중성을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옳은 이야기다. 그는 또 이런 말도 한다. “정권교체만이 살길이라고 말하는 것은 해답이 아니다” 귀가 번쩍 뜨이는 이야기다. 정권교체를 ‘만능 키’로 여기는 것은 광주사회의 정체원인을 외부에서 찾는 것이다. 즉 하늘만 탓하는 것이다. 하늘에서 과일만 뚝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게으른 모습으로는 광주를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대책 없는 대천명(待天命) 이다. 그보다는 침체의 원인을 내부에서 찾고, 변화를 모색하는 ‘진인사’(盡人事)가 해답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윤 시장이 말하는 진인사는 무엇일까? 그는 ‘우리가, 우리 힘으로, 광주를 바꾸자’는 합의와 실천이라고 강조한다. 외부에 손을 벌리지 말고 우리 힘으로 먼저 광주를 살기 좋고 넉넉한 동네로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윤 시장은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광주의 리더들이 도덕성과 혼신성(渾身性)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위기의식으로 비전과 전략을 가지고 지역과 조직을 이끌 것을 주문한다.

윤 시장은 ‘광주형 일자리 창출’을 넉넉한 광주의 구체적인 실천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연봉 3천600만원선의 임금에 근로자와 자동차생산회사들이 모두 만족해하는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것이 광주의 살길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이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기아차 노조가 만약 자신들의 고액연봉을 삭감하고 ‘광주형 일자리 창출’에 참여한다면 이는 인류역사와 노동사에 획을 그을 사건이 될 것이다.

따라서 윤 시장의 분발이 요청된다. 그의 진정성은 이미 입증됐다. 그러니 필요한 것은 강력한 리더십이다. 그리고 균형 잡힌 시각과 배려다. 시민단체의 생각과 활동방향만이 유일 선(唯一 善)은 아니다. 광주사회 구성원 전체를 아우르는 포용력이 요청된다. 측근들에 대한 보은인사도 그 정도면 충분하다. 다음부터는 화합과 단결을 위한 전략적 인사를 단행해야 한다. 그것이 윤 시장의 진인사(盡人事)다. 그 뒤에 ‘따뜻하고 살맛나는 광주’라는 대천명(待天命)을 기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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