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리는 도시 광주’로 만들자

‘살리는 도시 광주’로 만들자

<신현구 동북아연구포럼 대표>

‘자동차왕 헨리 포드, 애니메이션 왕국의 창시자 월트 디즈니, 소설가 마크 트웨인…’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한차례 이상 파산선고를 받은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파산=재기불능’의 인식이 지배적인 우리 나라에선 보기 드문 현상으로서 그들이 우리나라에서 살았다면 포드자동차나 미키마우스, 그리고 톰 소여의 모험은 이 세상에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또한, 세계적인 발명왕 토마스 에디슨은 수많은 실패를 거듭한 후에 성공을 누렸다. 한 번의 성공을 위해 1001번의 시도를 했다고 하니, 1000번의 실패를 통해서 성공을 이뤄낸 것이다. 전설적인 밴드 비틀즈도 1962년 데카(Decca)라는 음반사와의 처음 오디션에서 거절당하는 실패를 경험하기도 했다. 세계적인 오토바이 메이커 혼다의 창업주 혼다 소이치로도 도요타에 취직하는 게 실패하자 자기 차고에서 홀로 오토바이를 제조하기 시작하여 결국 혼다왕국을 이룩하였다. 세계적인 치킨 체인점 KFC의 창업자 할랜드 샌더스도 자신만의 특별한 레시피를 현실화 하느라고 많은 실패를 겪었는데, 무려 1009번째 퇴짜를 맞은 후에야 그 맛이 인정되었다고 한다. 로큰롤의 왕 엘비스 프레슬리도 처음에는 음악행사 ‘그랜드 볼 올프리’의 매니저로부터 음악을 포기하고 트럭운전이나 계속하라는 조언을 듣기도 했다.

‘벤처창업의 메카’ 실리콘밸리는 ‘세계에서 파산제도가 가장 활발히 사용되는 곳’이라는 또 다른 얼굴을 가지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창업에 도전하는 이들이 회사를 일정궤도에 올려 매각하기까지는 몇 차례 파산을 하는 게 다반사다.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파산업무를 주로 하는 변호사들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곳도 실리콘밸리라고 한다. 실리콘밸리에서의 파산은 그 자체로 끝나지 않는다. 회사를 창업해 파산까지 이른 경위를 재점검하여 이 과정에서 경영자의 도덕적 해이가 발견되지 않는다면 투자자는 다시 한 번 기회를 준다. 과거 파산에 이르게 한 실수를 밑거름 삼아 재도전하는 셈이다.

유럽은 강력한 사회 안전망이 능력 있는 청년들의 창업을 독려한다. 사업에 실패하더라도 고용보험과 의료보험 등 복지체계에 생계를 기댈 수 있기 때문에 보다 활발한 아이디어 창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사에 유례를 볼 수 없는 고도성장을 할 정도로 한때는 기업가 정신이 왕성했지만 최근 들어 기업가정신이 후퇴하고 있다는 지적이 자주 나오고 있다. 그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패자에 가혹한 우리나라의 사회적, 제도적, 정책적 요인도 중요한 요인의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한번 실패하면 영원한 실패자로 낙인찍혀 재기의 기회가 원천적으로 차단되는 환경하에서는 실패를 무릎쓰고 도전하는 기업가정신은 기대하기 힘들다. 우리나라에서는 사업에 한번 실패하면 신용불량자가 되어 금융거래가 불가능해지고, 자신의 이름으로 사업자 등록증을 낼 수도 없고 취업도 할 수 없어 재기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경제협력기구(OECD)가 발표한 ‘2013년 과학·기술·산업 스코어보드’보고서에는 주요 회원국의 창업기업의 생존율을 조사한 결과가 나온다. 창업 3년 뒤 살아남은 기업 비율을 보면, 슬로베니아 68.4%, 룩셈부르크 66.8%, 호주 62.8%, 미국 57.6%, 이탈리아 54.8%이고, 한국은 41%로 꼴찌를 기록했다. 우리 나라 창업기업들이 더 많이 실패한다는 것이고 재기를 위한 지원시스템이 더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업 실패 요인으로는 시장조사의 부족, 자금부족, 필요한 인력 확보 부족, 마케팅 능력 부족, 변화에 대한 대응 부족 등 여러 가지를 언급할 수 있으나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경험부족이라고 본다. 내가 아는 어느 중소기업인도 자신의 기술력을 과신하여 신기술로 좋은 제품을 만들면 잘 팔릴 거라는 안이한 생각으로 창업을 했다가 참담한 실패를 경험했다.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 및 서비스의 수준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며 3년여 동안 다시 준비하더니 재기에 성공하였다.

세계적인 리더십 전문가이지 베스트셀러 작가인 존 맥스웰은 말한다. ‘실패가 없으면 성공도 없다. 성공한 사람들은 많은 실패를 딛고 일어섰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실패하지 않은 보통사람이 되지말고 실패하는 성공자가 되자.’ 빌 게이츠도 ‘성공은 실패의 기반 위에 탄생한다’고 했다.

실패를 존중하는 문화 덕에 미국 대학생들은 아무 두려움 없이 창업을 한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대학생들은 실업의 공포에 떨며 안정된 직장을 붙잡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승부해야할 젊은이들이 너나없이 공무원 임용과 대기업 취업에만 목을 매는 사회는 미래가 어둡다.

우리도 실패를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고 창업 실패 시 경제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복지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다른 어느 지역보다도 우리 광주가 적극적으로 그런 문화와 시스템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광주정신은 대동정신 즉, 살려서 하나되는 정신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누구나 부담없이 창업을 하고 재창업을 할 수 있는 기업하기 좋은 도시, 살리는 도시 광주로 거듭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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