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와 양향자, 그리고 다윗

천정배와 양향자, 그리고 다윗

<최혁 주필>

광주 서구을 총선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관전 포인트는 국민의당 천정배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양향자 후보 간의 대결이다. 언론에서는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라 말한다. 애초부터 싸움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 비유는 적절치 않다. 왜냐면 골리앗과 다윗이 벌인 싸움의 승자는 다윗이었으나 서구을 선거결과는 아직 미정이기 때문이다. 골리앗을 이긴 이후의 다윗의 삶에 대한 교훈이 감안되지 않은 것도 비유가 적절치 않다는 생각을 크게 한다.

골리앗과 다윗을 ‘절대강자’와 ‘절대약자’로 간주해 표현하는 것은 대유법(代喩法)이다. 적절치 않지만 만약 이 대유를 선거결과에 그대로 대입한다면 승자는 양향자 후보가 될 것이다. 법무부장관을 지낸 5선 경력의 중진, 그것도 국민의당 공동대표인 ‘골리앗 천정배 의원’이 참패를 하는 것이다. 양 후보가 매끄러운 돌 다섯과 물매 하나를 들고 장대한 골리앗과 싸워 이겼던, 다윗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으로만 보면 이 같은 비유는 맞아떨어질 것 같지 않다. 지지도 여론조사 결과에 상당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당 지지도나 개인별 지지도나 양 후보가 모두 불리한 상황이다. 양 후보의 승리를 기대한다는 것은 현재로서는 난망(難望)이다. 한 가지 변수는 양 후보의 친화력이 대단해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점이다. 손을 맞잡은 채 눈을 맞추며 지지를 호소하는 그녀의 모습이 매우 친근하게 느껴진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하면 그녀는 돌멩이 다섯을 들고 전장(戰場)에 선 다윗이 아니다. 더민주당의 영입케이스로 화려하게 정계에 입문한 신데렐라다. 여상을 졸업한 뒤 삼성전자의 상무까지 올라선, 고졸신화의 주인공으로 꽃가마를 타고 입성했다. 더민주당 지도부는 그녀가 지닌 캐릭터와 호감도라면 어쩌면 천정배를 잡아낼지 모른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그녀를 자객(刺客)으로 삼기로 했다. 여성자객이 등장한 선거구, 그 탓에 광주 서구을은 전국적 관심지역이 됐다.

그렇지 않아도 광주는 관심지역이다. 국민의당과 더민주당 중 누가 광주의 패권을 차지할 것인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그런데 광주 서구을에는 기막힌 흥행요소가 한 가지 더 곁들여져 있으니 관심이 모아질 수밖에 없다. 천정배 후보의 입장에서 보면 서구을이 관심지역으로 부상한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양향자 후보의 입장에서는 쾌재다. 언론마다 격전지로 소개하니 매일 지명도가 높아진다. 정치신인이랄 수 없다. 그 정도면 ‘수퍼 울트라 정치신인’이다.

반(反)문재인 정서 때문에 광주민심이 국민의당 쪽으로 많이 기울어졌다고는 하나, 광주에는 더민주당을 지지하는 콘크리트지지층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양향자 후보는 제1야당의 서구을 총선 후보다. 게다가 당 지도부의 집중 지원을 받고 있다. 그래서 그녀는 힘이 약한 다윗이 결코 아니다. 천정배와 양향자의 대결은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 아니다. 실제로는 골리앗과 골리앗, 혹은 다윗과 다윗의 싸움이다. 그들이 골리앗인지 다윗인지는 관점의 차이다.

성경은 다윗의 승리 뒤에 하나님의 돌보심이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다윗은 솔로몬의 아버지이자 예수님의 조상이다. 다윗은 이새의 막내아들로 양치기 소년이었다. 유대와 이스라엘을 침략한 블레셋 사람의 싸움꾼 골리앗을 죽인 뒤 그는 이스라엘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를 시기한 사울왕이 다윗을 죽이려했지만 결국 왕위에 올랐다. 하나님의 뜻이 다윗에게 있었기에 다윗은 선(善)이다. 온갖 거친 말로 하나님을 모욕했던 골리앗은 당연히 악(惡)이다.

따라서 우리는 막연한 관념으로 천정배와 양향자 후보의 대결을 ‘강자 대 약자’로 도식화하는 것을 삼가야 한다. 그들의 등 뒤에 있는 군사(정치인)들이 과연 어떤 군사들인지를 잘 살펴야 한다. 그 군사들이 과거 지역민들을 우롱하고 욕보이는 행동을 보였다면, 앞에 나와 싸움을 걸고 있는 장수(후보)는 블레셋 사람에 속한 사람일 것이다. 그렇지만 지역민들을 두렵게 여기며 힘들지만 의로운 함성을 내며 싸우고 있는 군사라면, 선한 사람에 속할 사람일 것이다.

천정배와 양향자 후보는 고향발전을 위해 모든 것을 헌신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그들의 말에는 진정성이 보인다. 따라서 그들을 선한 이들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골리앗보다는 다윗에 가까운 인물들이다. 다윗은 사울왕에 쫓겨 다니던 때, 지금의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머물며 억눌린 자들과 동무하며 그들의 지도자로 살았다. 다윗은 하나님께 충성하고 백성을 사랑하는 자였다. 지금 천정배와 양향자 후보가 지역민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다짐하는 모습과 같다.

그러나 다윗은 왕이 된 후에 하나님에 대한 두려움과 초심을 잃었다. 우리아의 아내인 밧세바를 취하기 위해 그를 전쟁터로 내몰아 죽게 하고는 그녀를 아내로 삼았다. 그런 잘못 때문에 노년에는 다윗의 자녀들이 모두 비극을 맞았다. 또 반역한 아들 압살롬에 쫓겨 다니는 신세가 되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별다른 생각 없이 총선후보를 성경 속 인물과 비교한다는 것이 얼마나 떨리고 두려운 일인지를 알 수 있다. 뽑는 것도 잘해야 하고 뽑힌 자도 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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