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에는 서로 더 많은 격려를…

4월에는 서로 더 많은 격려를…

<형광석 목포과학대학교 교수>

3월 마지막 날, 학생 대표가 초청장을 내민다. ‘교수님, 야간반 학생이 4월 9일 토요일에 진도 팽목항으로 수련모임(MT)을 갑니다. 저희와 함께 해주세요.’

‘진도’라는 단어만 봐도 가슴이 자주 아림을 느껴왔다. 초청장에서 ‘팽목항’을 본 순간 생각이 잠시 멈추고 테이프가 거꾸로 되감기를 한다. 죄책감이 밀물처럼 밀려오고 부채의식이 몸을 짓누른다. 동시에 손이 떤다. 뇌세포가 경련을 일으킨다는 표시다.

학생 대표의 문제의식이 뭣이었기에, 수련모임 장소가 팽목항이지? 몇 가지 단서가 잡힌다. 그는 이미 사회생활을 접한 젊은이다. 새댁이다. 장차 태어날 아이가 살아갈 세상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많이 고민할 법한 처지이다. 철부지를 갓 면한 젊은이와 40대 후반 공주(공부하는 주부)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한다. 이제 대표가 가졌음직한 의식의 흐름이 손에 잡힌다. 세대 간 의식 차이가 큰 두 집단이 서로 공감하고 공유해야 할 주제가 무엇일까? 마침 수련모임 시점이 4월이네. 그렇다면 주제는 ‘기억하자, 4월’이면 적합하겠네. 장소는 팽목항이 좋겠다. 가슴 아프지만, 팽목항은 2년 전 이맘때 세계적인 긴급뉴스(breaking news)의 송출지였잖아.

한편, 수업 중에 힘든 표정을 애써 짓지 않으려는 몇몇 학생의 얼굴이 중첩되어 망막을 자극한다. 영화의 오버랩(overlap) 장면처럼 지나간다. 바쁜 마음이 든다.

4월 1일 정오 시보를 듣고, 야간 학생 40명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안녕하세요. 지도교수 형광석입니다. 4월에는 평소보다 더 많이 서로서로 낫낫한 얼굴로 격려하시기 바랍니다. 지금 여기서 여러분과 함께 눈 맞춤(eye to eye)하니 좋습니다. 힘들더라도 잠시나마 기쁘게, 즐겁게, 신나게!’

또 우리는 4월을 맞았다. 확 핀 벚꽃이 불꽃처럼 맹렬한 자태를 보인다. 벚나무가 불타 없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 만큼이다. 또 바람에 벚꽃잎이 비처럼 흩날린다. 과연 꽃비다. 이처럼 벚꽃은 활활 불타오른다. 웬걸, 그러기에 더욱더 마음이 편치 않다. 확 핀 벚꽃은 멋지게 한 생을 즐기다가 마쳤으니, 그 생애 중에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을 한껏 즐겁게 했으니, 무슨 여한이 있으리오. 인간 세상에는 피지도 못하고 저버린 꽃봉오리가 4월이면 얼마나 많던가?

4월 13일은 국회의원 선거일이다. 올해는 국회의원 총선일이라 잊기 쉽겠다, 바로 그날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이고 ‘4·16사변 2주년’ 사흘 전임을…. 필자가 명명한 ‘4·16사변’은 2014년 4월 16일 벌건 대낮에 발생한 ‘4·16사변 세월호 대참사’를 말한다. 그 사변의 직접 피해 당사자인 그분들은 가슴이 타버려서 눈물도 말라버린 메마른 울음으로 밤을 지새우고 낮에는 생계를 꾸리느라 생업의 현장에서 단장(斷腸)의 고통을 억누르면서 지내실거다.

각자는 사변의 간접 당사자라고 투철하게 인식하면서 날마다 잠깐이나마 그분들의 고통에 동참해야 한다. 그래야 평범한 인간이다. 생각할수록 아프다. 상처가 덧난다. 그래도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면, 아니 잊어버리면, 더 큰 사변을 일으킬 암세포가 똬리를 틀 거다. 한번 소를 키우는 농장에 가보시라. 반추동물인 소는 쉬지 않고 입을 놀린다. 여물을 씹어 삼켰다가 다시 게워 내어 씹어 삼키는 작업을 하느라 잠시도 입을 놀리지 않는다.

소가 되새김질하듯이, 우리도 기억의 창고에서 4·16사변 당시의 상황과 대응의 자초지종을 끄집어내어 어금니로 잘근잘근 씹어봐야 한다. 유권자 각자가 그렇게 했는지는 13일 자정 전에 판가름난다. 다음 주 4·13 국회의원 총선에서 4·16사변을 전쟁과 맞먹는 사변으로 인식하고 실천할 의지와 역량을 갖춘 인물이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이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면 좋겠다. 상황은 그와 정반대되는 방향으로 전개되는 분위기가 강하다. 4·16사변이 깊이깊이 새긴 피해의 직·간접 당사자가 감내해야 할 정신적 고통이 줄어들기는커녕 갑절로 늘어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상처를 조금씩 드러내 보이고 공감하면서 낫낫한 얼굴로 서로 격려하시죠, ‘힘냅시다, 기억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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