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와 투표율
<정덕환 광주기상청장 직무대리의 날씨와 생활>
날씨와 투표율
날씨는 모든 행사를 치르는 데 있어 그 성패를 결정하는 중요한 정보 중의 하나이다. 특히 야외 행사일수록 그 영향은 더욱 크게 마련이다. 이는 선거도 마찬가지다.
투표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선거 당일의 날씨다. 미국의 경우 특별한 다른 요인이 없다면 맑은 날 보다는 비 오는 날의 투표율이 15% 정도 떨어진다고 한다. 또한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도 투표율이 떨어지는데, 평년 기온에 비해 5℃ 정도 내려가면 투표율이 5% 정도 낮아진다고 한다. 이것은 선거 당일의 날씨가 유권자들의 투표 심리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인 셈이다.
일반적으로 봄·가을의 화창한 날씨에는 청년층이나 정치에 무관심한 계층의 기권율이 높다. 이들은 날씨가 좋을 때는 선거보다 오히려 가족 나들이 등 야외로 나가 휴식을 즐기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대설이나 호우 등으로 날씨가 나쁠 때는 산간 오지의 주민들은 이동의 불편함으로 인해 기권율이 높아지고, 전통적으로 참여의식이 강한 보수적 성향을 가진 장년층의 투표율은 변화가 크지 않지만 중도 성향을 가진 지지자들의 투표율은 낮아진다.
또 어느 후보자에게 한 표를 주겠다는 마음 없이 투표소로 나간 부동 유권자의 경우엔 날씨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고 한다. 이를테면 날이 을씨년스럽다거나 바람이 강하게 불어 체감온도가 낮으면 호르몬 분비의 변화로 인해 보수적인 후보자보다는 진보적 성향의 후보자를 선호한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선거일의 날씨가 나쁠 경우에는 정치에 무관심한 계층의 기권율을 증가시킨다.
이에 지지하는 후보나 정당이 확실하지 아니하고 그때그때 정세나 분위기에 따라 변화할 가능성이 많은 부동표를 흡수하려고 했던 정당은 그만큼 불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는 13일 4년간 우리의 손과 발이 되어줄 일꾼을 뽑는 권리를 정정당당하게 행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