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와 대구의 맥수지탄(麥秀之嘆)

광주와 대구의 맥수지탄(麥秀之嘆)

<최혁 주필>

오늘(13일)은 20대 총선 투표일이다. 오늘 밤이면 드러날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그리고 국민의당이 과연 얼마만큼의 의석을 얻을지가 최대관심사다. 진박과 무소속에 대한 영남의 민심이 어떻게 나타날 지도 궁금하다. 더민주당과 국민의당 중 누가 호남의 패권자가 될지도 흥미거리다. 분명한 것은 자당 후보들이 우수수 떨어진 곳에 적장의 깃발이 나부끼는 것을 보고, 탄식을 터뜨릴 이들이 많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맥수지탄(麥秀之嘆). 나라 잃은 것을 탄식한다는 고사성어다. 없어져 버린 나라는 중국 은(殷)나라이다. 탄식하는 자는 기자(箕子)다. 은의 주왕(紂王)은 애첩 달기에 빠져 황음(荒淫)을 일삼는다. 충신인 기자와 미자(微子), 비간(比干)의 말을 듣지 않고 폭정을 일삼다 살해당한다. 은나라는 그렇게 망한다. 후에 기자가 은의 옛 도읍지를 지나다 보리만 무성히 자라있는 것을 보고 슬피 노래한 것이 맥수가(麥秀歌)이다. 맥수지탄은 여기서 비롯된 말이다. 맥수가는 사기(史記) 송미자세가(宋微子世家)에 나온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麥秀漸漸兮(맥수점점혜)禾黍油油兮(화서유유혜)彼狡童兮(피교동혜)不與我好兮(불여아호혜) 보리 이삭은 무럭무럭 자라나고/ 벼와 기장의 잎에는 윤기가 흐르는구나/저 교활한 철부지가/내 말을 듣지 않은 게 슬프구나.

‘저 교활한 철부지’는 주왕을 의미한다. 망해버린 은의 도읍지를 보며 한탄하는 기자는 기자조선(箕子朝鮮)을 세운 그 기자다. 우리 고대사와도 깊은 관계가 있는 인물이다. 기자는 그 후손들이 나라를 지키고 민심을 돌보는 일을 소홀히 해 수(隋)와 당(唐), 명(明), 청(淸)에 시달렸던 것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결국은 왜에 나라를 빼앗겨 36년 동안 비참하게 살았던 것 역시 헤아릴 수 없었을 것이다.

맥수지탄은 경계(警戒)의 말이다. 충신과 민심을 잘 받들어야 나라를 잘 지킬 수 있다는 깨우침이다. 이 말은 개인에게도 적용된다. 사람을 더 이상 소중하게 여기지 않고, 적은 돈을 적다고 하찮게 여기는 순간 부자살림살이는 오그라든다. ‘부자 3대(三代) 없다’는 말은 초심 지키기가 그렇게 어렵다는 말도 된다. 어려울 때 도와줬던 이들의 은혜를 망각하고, 돈 많음을 앞세워 시건방을 떨기 시작하면 망조가 들기 시작한다.

맥수지탄은 영호남 모두에서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유승민·주호영 의원은 대구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었지만 ‘괘씸죄’때문에 권력의 ‘찍어내기’에 걸렸다. 새누리당 이한구 공천위원장 등 친위부대들은 사력을 다해 그들의 의원배지를 떼어내려 했다. 왕에게 ‘쓴소리’를 하면 어떻게 되는지를 여지없이 보여주려 했다. 그러나 민심은 그들을 살려낼 것으로 보인다. 한 귀퉁이가 떨어져 나간 대구를 보며 처연해할 진박(眞朴)의 모습이 그려진다.

진박보다 더 큰 충격과 비탄 속에 빠져들 사람들은 더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친문세력들이다. 여러 가지 조사결과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당은 더민주당을 제치고 호남의 맹주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얼만 전까지만 하더라도 더민주당은 하늘을 치솟던 국민의당 지지도를 꺾고 앞서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더민주당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비례대표 공천파문에서 친문(親文)세력의 민낯이 드러나면서부터이다.

친문세력들은 범친노 세력의 퇴진을 희망했던 호남민심과 정면으로 부딪쳤다. 김종인 대표가 그들의 ‘바지사장’에 불과하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냈다. 비례대표공천파문을 바라보면서 호남사람들은 더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거둬들이기 시작했다. 현재까지의 조사결과를 살펴보면 더민주당은 호남에서 참패할 것으로 보인다. 자업자득이다. DJ의 아들을 앞장세우고, 무릎을 꿇기도 하지만, 그 순간에도 민심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것을 느낀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민심을 멀리한 권력들의 최후를 본다.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는 ‘불경스러운 헛소리’만은 아니다. 충심이 담긴 쓴소리일 수 있다. 그러나 권력자들은 이를 매도했다. 은나라의 주왕이 충신들을 죽였던 것처럼 ‘쓴소리 친박’들의 정치생명을 끊으려 했다. 결과는 새누리당의 ‘대구맥수지탄’(大邱麥秀之嘆)으로 나올 것이다, 호남도 그리하다. 더민주가 ‘광주맥수지탄’(光州麥秀之嘆)을 한다면 호남민심을 저버린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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