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서 억대 매출 농촌 청년사업가로 변신

밤호박 잼·머핀·부각·현무차(현미+무) 등 가공 제품 개발

팜파티 등 체험농장 운영 선물세트 개발 마을 관광 명소 각광

<50·전남 해남군 ‘미실팜’ 신상보 대표>

전남 해남군 옥천면 백호리 백호마을. 예로부터 풍수지리적으로 좋은 지역이라고 소문난 이곳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미실(美實)팜’ 신상보 대표는 4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었다.

중국의 모 기업에서 8년 동안 일하며 경영관리부장까지 역임했던 그가 중국생활을 청산하고 고국으로 돌아와 귀농하게 된 배경은 의외로 단순했다.

신 대표는 “장래가 보장되는 직장생활이었지만 너무 바빠서 가족과 대화시간이 부족해 가족과 함께 귀국해 농사지으면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싶었다”며 “귀국해 살 집과 경작할 땅 문제 등을 아내와 상의한 끝에 할머니가 살고 계시는 해남으로 귀농하기로 결정하고 지난 2010년 가족과 함께 돌아왔다”고 말했다.

귀국 후 2년간 그는 많은 시련을 겪어야 했다.

중국의 직장을 그만두고 고국에서 살면 좋을 것이라고 막연히 기대했던 환상은 현실 앞에서 무참히 깨졌다.

농사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던 점과 작은 시골집에서 92세의 할머니를 모시며 겪은 어려움 마을 주민과의 인간관계 등이 당장 문제로 다가왔다.

그나마 뿌리를 내리고 살아온 할머니 덕분에 마을 주민과의 관계에서는 큰 어려움이 없었으나 생전 해보지 않았던 육체노동에 시달리게 되면서 신 대표는 그만두고 온 중국 회사에 대한 미련과 귀농에 대한 후회로 번민하는 나날을 보냈다. 몸과 마음이 피폐해진 그는 우울증까지 앓다 홀로 중국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이렇게 방황하던 그가 귀농 2년 만에 어려움을 이겨내자고 다잡게 된 것은 ‘마음가짐’의 변화 때문이었다. 그는 아빠였다. ‘패배자, 낙오자가 된 아빠의 모습 대신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공한 아빠의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데 생각이 미치자 오기가 생겼다.

신 대표는 그렇게 다시 힘을 얻어 집 앞마당에 컨테이너 박스를 설치했다. 이름하여 ‘드림팩토리’ 그곳에서 그는 새로운 꿈을 설계하기 시작했다.

중국에서도 아이디어맨으로 통했던 그였기에 희망의 씨앗은 다양한 아이템으로 싹텄다. 그는 단순한 1차 농산물 생산에서 가공·체험을 연계한 농업의 6차 산업화까지 구상했다.

지난 2011년 전남농업기술원에서 추진한 농업 청년창업 지원사업에 공모해 선정된 신 대표는 ‘아름다운 열매’라는 의미의 ‘미실(美實)팜’이라는 농장이름을 개발했다.

또 농산물의 부가가치 제고를 위해 상품성이 떨어지는 밤호박을 이용한 잼, 머핀, 부각, 절편, 현무차(현미+무) 등과 같은 가공 제품을 개발했으며 팜파티 등 체험농장 운영을 위한 선물세트도 개발했다.

또 지역 특산물이자 명소인 사신수와 약샘을 스토리로 만들어 블로그, 트위터, 카페, 페이스북 등 SNS를 활용해 농장을 알렸다.

신 대표는 “농작물의 판로가 확보되지 않은 것이 항상 불안해 인터넷 블로그와 홈페이지 등 SNS를 통한 제품홍보에 중점을 둔 결과 새롭고 다양한 판매루트를 확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미실팜 사업자를 등록한데 이어 2013년까지 영업이익 1억 만들기 2015년까지 미실팜 자체 농산물 가공매장 만들기 등의 장기 프로젝트도 수립해 실행에 옮겼다.

또 블로그 이웃 1천명 만들기를 통해 해남지역 농가 연맹을 통한 판매경로 확보 등 세부적인 계획도 수립·추진했다.

이런 노력으로 2015년 밭농사 3㏊와 시설하우스 2개동에서 재배해 수확한 밤호박 8t과 절임배추 8천 박스는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2015년도 매출액은 3억2천만원으로 2011년도 2천만원에 비해 16배 증가했고, 고객 수 또한 30명에서 5천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신 대표는 미니밤호박을 수확하고 나서 2기작 작물로 가을고추를 재배하고 있다. 실험정신이 강한 그는 150평짜리 하우스 두 동 가운데 한 동은 경운, 다른 한 동은 무경운으로 고추를 재배하고 있다. ‘농사는 아이디어’라고 생각하는 신 대표는 매일 새벽 4~5시에 일어나 드림팩토리에서 블로그와 홈페이지를 관리한다.

또 농업에 관한 이슈를 점검하고 그날의 일정을 체크한다. 비록 현재는 작은 농장에 불과하지만 ‘1인 기업의 CEO’라는 생각으로 농장을 경영하고 있다.

특히 그는 ‘미실팜’을 기업으로 상장해 마을의 랜드마크로 육성할 계획이다. 그와 더불어 마을의 관광자원을 활용해 방문객의 유치를 활성화할 계획도 실행 중이다. 나아가 자신의 특기인 중국어와 영어능력을 활용해 해외 판매도 계획하고 있다.

신 대표는 “귀농인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남들보다 뒤쳐질 수밖에 없다는 현실인데 육체노동만으로 농사의 경쟁력을 확보하려고 조급하게 생각하면 안된다”며 “자신의 능력을 활용하는 방법을 찾고 마케팅을 통해 다양한 판로를 개척할 수 있다면 귀농은 누구라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힘줘 말했다.

또 “많은 사람들이 가족의 행복을 위해 귀농했다고 말하지만 ‘무엇을 위해 귀농하는가’ 목표를 확실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 앞으로 귀농을 계획하는 이들이 있다면, 성공 귀농인의 이야기를 꼼꼼히 들어보기를 권한다. 분명 그 안에서 가족의 행복과 더불어 꿈과 희망을 설계하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주소=전남 해남군 옥천면 백호리 옥천로 290-17

연락처=070-8811-8894/ 010-9224-9489

홈페이지= www.msfarm.org

/오승현 기자 romi0328@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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