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남부경찰서는 26일 효능을 알 수 없는 식품을 만병통치약이라고 속여 판매한 혐의(식품위생법 위반)로 식품제조업자 이모씨(76) 등 23명을 붙잡아 조사 중이다
. 사진은 경찰이 이씨 등으로부터 압수한 무허가식품. /광주 남부경찰서 제공
불법제조식품이 ‘만병통치약’ 둔갑

효능검증 안된 약초 물 유통 12억챙긴 23명 덜미

암·피부환자 400여명에게 판매 …한의사도 속아

효능을 알수 없는 식품을 액체로 만들어 만병통치약이라고 속여 전국에 유통시킨 일당과 이를 구입해 복용한 한의사 등이 경찰에 적발됐다.

광주 남부경찰서는 26일 약초 끓인 물을 액상식품으로 만들어 질병 치료에 탁월한 것처럼 속이고 판매한 혐의(식품위생법 위반 등)로 식품제조업자 이모(76)씨와 유통업자 남모(54)씨,한의사 김모(56)씨 등 2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씨 등 제조자들은 지난 2006년부터 의학적ㆍ전문적 지식없이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약초 등으로 효능이 검증되지 않은 23종류의 식품을 만들어 전국 90여 곳의 한의원에 납품했다.

지난 2011년부터는 각종 암환자 또는 피부질환자 400여 명을 상대로 판매해 12억7천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했다.

김씨 등 입건된 한의사들은 지난 1월 이후 세 차례 이상 제품을 재포장하거나 다른 약재와 섞어 재가공해 환자들에게 판매했다. 한의사 일부는 어성초·삼백초 효소라는 광고에 속아 자신들이 직접 먹기도 했다.

이씨 등은 한의학 약전을 바탕으로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으면서도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식재료를 활용해 효능이 검증되지 않은 제품을 만들었다.

의학 관련 자격증이 없는 이들은 농업법인 이름으로 가공식품제조업체를 등록해 식초 공장을 짓고 이러한 행각을 벌였다.

이씨 등은 광주 남구 봉선동에 차려놓은 공장을 직접 방문한 사람들 앞에서 흰색 가운을 입고 문진표를 작성하며 전문의 행세를 하기도 했다.

각종 암 또는 피부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이들이 만든 제품을 1개월 분량에 80만∼100만원을 주고 샀다.

피해자들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치료 목적으로 제품을 구매했으나, 효과를 보지 못하고 병만 키웠다고 호소했다.

충북 청주에 거주하는 이모(40·여) 씨는 아토피를 앓고 있는 생후 18개월 아이에게 이씨 등이 제조한 액상 식품을 먹였다가 증상이 심해져 대학병원을 찾았다.

전남 해남에 사는 최모(52) 씨는 육종암 판정을 받은 아버지의 치료를 이씨 등의 제품에 의존했다가 적절한 치료 기회를 놓치고 임종을 지켜봤다며 철저한 수사를 당부했다.

경찰은 압수한 제품과 원료 7.8t을 모두 폐기처분하고 이들이 제조한 액상제품이 다단계 회사 등을 통해 시중에 유통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임소연 기자 lsy@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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