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또다른 목격자…주남마을 ‘말채나무’ 고사 위기

수년 전부터 일부 맹아 제외하고 생장 진행 안돼

최근 후계목 추정 묘목 발견·식재 여부 ‘관심’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주남마을 미니버스 학살’사건의 생생한 목격자인 주남마을 당산목 ‘말채나무’가 고사하고 있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남성진 기자 nam@namdonews.com
5·18 광주민주화 운동 당시 ‘주남마을 미니버스 학살’ 사건의 생생한 목격자인 주남마을 당산목 ‘말채나무’가 수 년전부터 고사하고 있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29일 주남마을 주민과 광주생명의 숲에 따르면 주남마을 입구에 자리한 약 150년 수령의 당산목 ‘말채나무’가 수년 전부터 고사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12년께 말채나무 뿌리 주변에 콘크리트 포장공사를 한 뒤 급격하게 벌어진 일이다.

시민단체인 광주생명의숲이 이달 초 1차 생육상태를 진단한 결과 말채나무는 고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상부위 목질부는 이미 고사가 진행돼 버섯이 자라고 있다. 또 지면 부위 수피 한쪽만 살아있어 일부 맹아 가지를 제외하고는 생장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광주생명의숲은 나무가 가진 민속이나 문화를 발굴, ‘민속문화생태지도’를 구축하기 위해 올해 광주 동구를 시작으로 보호수 등의 생태자원조사에 나서고 있다.

김세진 광주생명의숲 사무처장은 “외과수술을 통해 더 이상 고사가 진행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80년 5월을 기억하는 나무이기 때문에 지자체와 5월 단체의 관심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주남마을 ‘말채나무’는 지난 2014년 고사한 도청 앞 회화나무와 더불어 5·18민주화운동을 고스란히 지켜본 목격자다.

주남마을은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인 1980년 5월 21일부터 닷새간 제7공수부대와 제11공수부대 소속 부대원들이 주둔한 곳이다. 5·18광주민주화운동 엿새째인 5월 23일 오전 주남마을을 지키던 11공수부대원들이 지나가던 버스에 발포를 한 다음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 15명이 현장에서 숨지고 3명이 부상을 당했다. 부상자 중 남자 2명은 주남마을 뒷산으로 끌려가 총살당하고 당시 여고생 1명만이 최후 생존했다.

이런 가운데 주남마을의 역사와 민주화의 아픔을 나이테에 기록해 온 말채나무의 후계목으로 추정되는 묘목이 발견되면서 후계목 식재 여부가 주목된다. 앞서 마을 주민들은 말채나무 고사가 진행되던 지난 2013년부터 나무의 역사성을 지키기 위해 씨앗을 발아시키는 노력을 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그러나 지난 10일 광주생명의숲은 생육상태 조사 과정에서 이 나무의 씨앗이 발아돼 자란 것으로 추정된 후계목을 발견, 마을 주민에게 전달했다. 마을주민들은 조만간 내부회의를 거쳐 후계목 식재 여부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김재림 주남마을 통장은 “말채나무가 이 마을 당산목이기도 하고 5·18을 지켜봤던 나무로서 중요하다”며 “아직 후계목을 심을 지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고 마을회의를 통해 어르신들과 의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세영 기자 jsy@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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