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주는 사랑

키워주는 사랑

<나선희스피치커뮤니케이션즈 대표>
 

“저는 긍정적인 사람입니다.”

면접 컨설팅을 하다보면 자신의 장점을 이렇게 답변하는 사람이 많다. 매사를 부정적으로 삐딱하게 구는 사람을 채용하고 싶지는 않을 테니 이해가 간다. 그런데 들여다보면 그다지 긍정적이지 못한 것 같은데도 별 생각 없이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그렇다면 긍정적인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

상담학자 모리스 와그너(Maurice Wagner) 박사는 자기의 긍정적인 자존감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소속감과 가치관, 그리고 자신감을 갖추어야한다고 말한다. 누군가로부터 사랑받고 인정받고 있다는 느낌의 소속감이 없으면 버림받았다는 느낌이 들면서 부정적 자기인식이 생길 수 있다는 거다. 특히 어렸을 때, 가정이나 남들로부터 배척을 받아온 사람들은 성인이 된 후에도 공동체에서 정상적인 역할을 감당하는데 어려움을 당할 수도 있다는 거다.

또 나는 내 스스로 괜찮은 인격과 능력을 지녔으며, 나의 생명은 가치가 있고, 따라서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필요한 존재로서 그들에게 무엇인가를 줄 수 있다는 내적인 느낌의 가치관이 형성되어 있지 않으면 자포자기하거나 자기학대로 연결되어 힘겨운 삶을 살게 된다고 한다. 무엇이든지 완벽하진 않지만 내게 필요한 모든 일들을 해 낼 수 있다는 자기 능력에 대한 확신이 자신감이다. 이를테면 인생을 헤쳐 나갈 능력이 있다고 믿는 것인데 이러한 정상적인 자신감이 부족할 때 삶은 만만치가 않다.

교사였던 아버지는 우리말에 관심이 많은 분이셨다. 밥상머리에서도 자식들이 하는 말 한마디에도 태클을 걸었고, 어법 운운 하며 정정해주셨다. “아버지, 식사하시래요.”, “뭐? 식사하라고? 다시 한 번 말해봐라.” 또 잔소리구나 싶어졌지만 나름 정정해서 의기양양하게 답한다. “아버지, 식사하십시오.” 이번에도 눈치를 보니 정답은 아닌 듯하다. “선희야, 너는 식사(食事)라는 말이 밥의 높임말이라고 생각했겠지? 밥을 높여서 말하려면 진지, 그러니까 진지 잡수세요. 해야 하는 법이다.” 아버지는 늘 옳은 말씀을 해주셨지만 나는 짜증만 났다.

하지만 덕분에 바른 말을 구사하는 데 도움이 되었을 것으로 안다. 그래서인지 당시의 통신표에는 “언어생활이 바르고 말을 조리있게 잘한다”라는 기록이 남아있다.

통신표의 선생님이 적어준 칭찬으로 ‘나는 말을 잘해’라는 긍정적인 요소가 작용해서 더욱 분발했던 것 같다. 기억나는데, 중·고등학교 시절에도 성적이 오르는 것보다 발표나 말을 잘해서 부러움을 사는 것을 즐겨했다. 그래서 학급회의 시간에도 별다른 의견도 없었지만 발표하고 칭찬받을 욕심에 건의사항을 머리를 쥐어짜 만들어냈던 생각이 난다. 국어 시간 낭독은 꼭 손을 들어 나섰고, 말할 욕심에 반장도 하게 되었다.

심리학에 빈번하게 발생되는 정보는 앞의 정보를 지운다는 빈발효과(Frequency Effect)라는 게 있다. 내게 이 빈발효과를 경험하는 일이 생겼다. A라는 야무진 후배가 있는데 업무적으로 크게 연결되어 있지 않아서 그에 대해서 별다른 느낌이 없이 지내던 터였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나와 절친한 B라는 후배가 그에 대한 좋지 않은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이다.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라 무심하게 흘려들었는데 이상하게 요즘엔 나의 눈에도 A라는 후배의 행동거지가 거슬리는 것이다. 야무진 후배라는 기존의 정보를 B라는 후배의 반복되는 새로운 정보가 지워버린 예이다.

나의 경우가 그렇지 않았을까. 평범한 한 소녀에게 통신표의 반복되는 칭찬이 더욱 분발하게 만들었고, 분발하는 행동을 반복하다보니 발전했을 것이며, 나중에는 ‘아! 나는 말을 잘 하는 아이구나’라는 자기인식을 불러 자신감을 얻게 된 것이다. 한 분야에 드러난 탁월함을 두고 사람들은 “타고 났어, 타고 나”라고들 말한다. 긍정적인 사람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이끄는 것이다. 누군가 이끌어주는 역할을 하는 이가 있으면 행운이다. 행여 그렇지 못하더라도 스스로 이끌어 내려 애쓰는 사람이 긍정적인 사람이다. 곧 셀프 리더십인 셈이다. 근거 있는 칭찬은 긍정적인 자기인식으로 자신감을 부추긴다. 자신감은 성장을 돕는다. 그러니 립 서비스가 아닌 사람을 키우는 칭찬은 키워주는 사랑의 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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