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을 망하게 한 승냥이, 한국을 망하게 할 하이에나

조선을 망하게 한 승냥이, 한국을 망하게 할 하이에나

<최혁 주필>
 

조선 후기 사회는 관리들의 수탈이 극에 달했다. 조선시대 국가재정을 충당하던 삼정이 문란해졌기 때문이다. 농토에서 나오는 세금인 전정(田政)과 남자들이 병역을 치르는 대신 군포(軍布:베)를 내던 군정(軍政), 가난한 농민들에게 곡식을 빌려주고 추수기에 이자를 붙여 회수하던 환정(還政)이 벼슬아치와 지방 관리들이 백성들을 뜯어먹는 수단으로 변질됐다. 백성들은 몽둥이를 휘두르며 덤벼드는 관리들을 이리와 승냥이로 여겼다.

양반들과 토호들은 토지대장에서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농토를 누락시켜 세금을 내지 않았다. 관리들은 힘없는 농민들을 닦달해 부족한 쌀을 채웠다. 실제로는 없는, 가짜 땅을 서류상으로 만들어(백지징세:白地徵稅) 세금을 내도록 했다. 젖 먹는 어린아이에게도 군포를 내도록 하고(황구첨정:黃口簽丁), 죽은 사람에게도 세포(稅布)를 내도록(백골징포:白骨徵布)했다. 빌려준 쌀의 양을 서류상으로 부풀려(번작:反作)갈취했다. 관리들은 악랄하고 잔인했다.

조선시대 김시습은 영산가고(詠山家苦)라는 시를 통해 백성들이 굶주림과 추위에 떠는 것은 흉년 때문이 아니라 지배층의 수탈이 너무 극심해서라고 적었다. 백성들이 호랑이가 우글대는 깊은 산속에서 사는 것은 세금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苛政猛於虎)라는 말 그대로였다. 이런 수탈 때문에 백성들은 집을 떠나 유랑하고 살았다. 장정들은 모두 부역으로 끌려가 부녀자와 노인들이 밭을 간다고도 적었다.

정약용 선생이 지은 애절양(哀絶陽)에는 백성들이 얼마나 비참하게 살고 있었는지가 적나라하게 묘사돼 있다. 애절양에는 관리들의 수탈을 견디다 못한 남자가 자신의 성기를 잘라버리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정약용 선생이 그 처참한 장면을 목격하고 남긴 시이다. 포졸들이 아이 몫의 군포를 내놓으라고 득달하자 어떤 남편이 ‘아이 낳은 것이 죄’라며 낫으로 자신의 생식기를 잘라버리자 아내가 울부짖는 내용이다.(마도입방혈만석:磨刀入房血滿席)

정약용 선생은 강진에 유배생활을 하고 있던 계해년(1803)에 애절양을 지었다. 강진에는 강진현감 뿐만 아니라 전라지역 육군본부라 할 수 있는 병영성과 해군지역사령부 격인 수군만호가 있어 그 어느 지역보다 수탈이 심했다. 더 이상 이렇게 살수 없다며 남자들이 자신의 남근을 잘라버릴 정도니 탐관오리들의 학정이 얼마나 극심했는지를 알 수 있다. 관리들은 자신들의 배만 불리고 나라가 어떻게 되든 상관하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조선은 망했다.

비슷한 일이 200년 뒤 이 땅에 다시 벌어지고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모두들 탐욕스러워졌다는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이리, 승냥이 같은 부패한 관리들이 백성들의 고혈을 빨아먹었지만 지금은 너나할 것 없이 나라 돈, 회사 돈을 먹어치우는데 혈안이 돼 있다. 노조원들은 일감이 없어 회사가 망해가는 데도 구조조정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며 파업을 서슴지 않는다. 경영진들은 회사가 망해가도 억대 성과급을 받으며 자기 배만 불리려 한다.

대우조선 사태가 그 좋은 경우다. 대우조선 경영자들은 부실을 감추려 분식회계를 하고 ‘거짓흑자’를 만들었다. 그리고 회사 돈을 흥청망청 썼다. 임직원·노조는 지난해 5조의 손실이 났음에도 877억 원을 격려금으로 사용했다. 대우조선을 감독하는 산업은행은 방만한 경영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방치하고 12년 동안 2천500억 원의 배당금을 챙겼다. J일보는 이들을 ‘대우조선을 뜯어먹은 하이에나들’이라고 표현했다. 참으로 정확한 표현이다.

2016년 한국사회에는 국민 혈세를 쌈짓돈처럼 쓰는 불량한 공무원들과 공기업 임직원들이 천지에 널려 있다. 불요불급한 곳에 예산을 사용하면서도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 광주와 전남지역에 있는 공기업 임직원들 상당수도 양심을 버린 상태다. 공기업은 수천, 수백억 원의 적자에 시달리는데도 자신들은 수천만 원대의 성과급을 가져간다. 양심불량, 도덕성 상실이라는 말도 부족하다. 국민들을 쥐어짜지만 않았을 뿐 이리, 승냥이나 마찬가지다.

17일 현대중공업 노조가 파업수순에 돌입했다. 대의원들이 쟁의발생을 결의한 것이다. 지금 현대중공업은 최악의 경영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3년간 누적적자가 5조원에 달한다. 일감도 없다. 그런데도 노조는 자기 몫만 챙기려 하고 있다. 상당수 공직자들과 공기업 임직원, 노조원들이 나라 돈과 회사 돈을 뜯어먹는 하이에나로 변하고 있다. 기막힌 일들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러다가는 망한다. 지금 당장 한국이 망하지 않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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