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확장, 이제 지방은 서울 변두리?

서울의 확장, 이제 지방은 서울 변두리?
<형광석 목포과학대학교 교수>
 

그제 쌍이 날(22일) 색다른 경험을 했다. 아침 8시 세종시 정부 청사에서 아침 대용으로 샌드위치를 먹고 회의를 했다. 바쁘게 생활하는 분은 이미 그보다 더한 상황도 접했을 거다.

그날 상황의 그림은 대략 이렇다. 아침 5시 30분에 평생 우정을 나누며 살 친구의 잠을 깨지 않으려고 조용히 집을 빠져나와서 광주송정역으로 차를 몰았다. 5시 50분에 역 주차장에 도착해서 곧바로 플랫폼 (platform)으로 걸어갔다. 6시 03분 발 오송행 열차를 탔다. 이때 머릿속을 스쳐 간다, ‘나이가 들수록 먹지 말아야 할 떡은? 헐레벌떡.’ 회의 자료에 대한 검토가 거의 끝날 시점에 오송역에서 내릴 손님은 준비하라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7시 14분이다. 처음 내려 본 역이다. 역 구내를 걸어서 세종시 정부 청사행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7시 35분에 버스를 탔다. 7시 55분에 청사에 도착했다. 신분증을 제시하고 방문증을 받은 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회의장에 도착하니, 회의 예정 시각인 8시이다. 이미 몇 분은 숨을 고르고 차분한 모습이다. 책상에 아침밥 대용으로 한입에 넣을 만한 샌드위치 4개가 든 직육면체의 곽, 일회용 용기에 든 커피, 생수병이 나란히 섰다. 아침밥을 먹지 못하고 집을 나선지라, 체면불고하고 샌드위치로 손이 간다. 사회자가 우선 10분간 먹고 나서 회의하자고 한다. 8시 20분부터 본격적인 회의에 들어갔다. 회의는 12시 15분에 끝났다. 약 4시간 회의를 했다. 2시간이 지나도록 잠깐 쉬자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11시 조금 넘어서서야 생리적인 욕구를 해소하려고 10분가량 쉬었다. 대단히 빡빡한 회의였다.

정부청사의 인근 식당에 도착하니 12시 25분이다. 13시 10분에 점심을 마무리했다. 가까운 정류장에서 오송역행 버스를 13시 20분에 탔다. 역 플랫폼에 발을 내딛으니 13시 45분이다. 잠깐 숨을 돌리자, 열차가 들어온다. 13시 53분에 출발한 열차 속에서 이번 칼럼을 쓴다. 몇 자 따닥따닥 쳤나 했는데, 벌써 목포역이 종착역이라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15시 23분 정시 도착이다. 오송역에서 목포역까지 걸리는 시간은 90분이다.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탔다. 학교 연구실에 들어와서 라디오 스위치를 켜고 음악을 들으며 숨을 고른다. 한 5분 지났나 싶은데, 오후 4시 시보가 울린다. 오송역에서 출발하여 직장인 학교로 복귀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2시간이다.

정말로 속도감 넘치는 세상임을 실감한다. 오늘 회의를 주재한 분은 부산에서 왔다. 05시 30분 부산역발 열차를 타고 07시 23분 오송역에 도착했다. 걸린 시간은 2시간에서 7분이 모자란다.

서울에서 조찬 연수 겸 회의를 한다고 해도 참여가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조찬 장소가 역 구내라면, 서울 거주자나 광주 거주자나 집을 빠져나온 시각은 엇비슷하겠다. 첫차는 광주송정역발 05시 30분, 용산역 도착 07시 16분이다. 부산역발 05시, 서울역 도착 07시 45분이다.

문제의식이 발동한다. 서울의 확장인가, 아니면 지방의 확장인가? 언뜻 보면, 지방의 확장이다. 지방 거주자가 쉽게 서울에 접근해서 즐기고(?) 놀 수 있으니까. 제대로 된 지방의 확장이라면, 지방 거주자인 주체가 별로 움직이지 않더라도 서울 거주자가 지방으로 내려오는 객체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광주송정역 구내에서 조찬연수회를 한다고 공지하면, 서울에서 몇 사람이나 내려올까? 첫차는 용산역발 05시 20분, 광주송정역 도착 07시 11분이다. 집에서 빠져나오는 필수 시점이 서울 거주자는 04시, 광주 거주자는 06시 30분쯤일 거다. 두 거주자 간의 시차는 2시간 30분이다. 이러한 상황이기에 서울에서 내려오는 사람을 세기에는 다섯 손가락도 남겠다. 혹 모르겠다. 단군 이래 한민족으로서 세계적으로 최고 인물인 반(潘) UN 사무총장이 연사로 온다면, 열 손가락의 백 개라도 부족할까.

지방의 확장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 서울의 확장이다. 뒤집으면, 이제 지방은 서울의 변두리라고 해도 헛말은 아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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