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즌스(PRESENCE) - 에이미 커디

김용표의 북칼럼
프레즌스(PRESENCE) - 에이미 커디
 

‘행복해서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노래를 불러서 행복한 것이다.’

미국 심리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윌리엄 제임스가 남긴 명언이다. 신체의 경험이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누구나 미간을 펴고 웃는 표정만 지어도 상당히 행복감이 느껴지는 경험이 있을 것이다. 사실 작위적으로 표정이나 행동을 조작해도 우리의 내면적 심리상태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은 그렇게 낯선 것이 아니다. 베스트셀러가 된 자기 계발서라면 거의 예외 없이 간증 고백처럼 이런 사례가 담겨 있다. 웃는 표정으로 볼펜을 물고 만화를 보게 되면 훨씬 만화가 재미있다는 가설이 검증된 논문이 1988년에 발표되기도 하였다.

에이미 커디는 무력감(자신에게 힘이 없다는 의식)이 자아를 가두고 힘을 고갈시켜 우리가 할 일을 제대로 못하도록 망치는 반면, 자신이 강력하다는 느낌은 정반대의 효과를 가져다준다고 믿었다. 강력함이 자아를 해방시킨다는 것이다. 원래 인간의 심리적 힘에는 개인적 힘과 사회적인 힘이 존재한다. ‘사회적인 힘’이란 타인에 대한 지배력인데 반해‘개인적인 힘’은 자신의 믿음, 태도, 존재감, 혹은 개인이 자신에 대해 갖는 가치감을 말한다. 커디는 이 개인적인 힘이 가져 오는 결과를‘프레즌스’라 명명하였다. 그리고 이 프레즌스는‘몸이 마음을 지배한다’는 자신의 명제와 깊은 관련이 있음을 확신하였다. 그것을 다양한 임상적 심리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커디에 따르면 사람이 프레즌스를 확보하는 데는 간단한 신체활동만으로 충분히 가능하며 그 효과는 놀랍다고 한다. 즉 심리상태를 바꾸기 위해 몸의 자세를 약간만 통제해도 놀라운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마음을 통제하는 몸의 과학을 제시한 것이다. 반대로, 생각이 행동을 지배한다는 기존의 심리학적 발상을 바탕으로 한 정신과학적 방법들이 심리치료나 행동개선에 별 효과가 없었음을 증명하였다. 예를 들어 인지행동치료법(CBT)은 수많은 외상후 스트레스(PTS) 환자에게 거의 효과가 없었다. 오히려 이 환자들에게 간단하지만 강력함을 느끼게 하는 자세를 연습시키면 훨씬 심리상태가 개선되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하는 행동(자세)은 우리가 지닌 개인적인 힘의 원천이 되고 프레즌스로 내면화되는 것이다.

프레즌스를 확보하는 자세는 어떠한 형태인가. 간단히 말해 신체를 확장하는 자세이다. 신체를 확장할 때 정신도 확장되는 것이다. 실험을 통해 알려진 바에 따르면 허리에 손을 얹고 당당히 서기(원더우먼자세), 탁자에 양 손을 짚은 채 곧게 서기, 의자에 편안히 발을 뻗고 앉기 등은 대체로 확장적이고 개방적인 자세이다. 반면, 팔짱을 끼거나 어깨를 수그리는 자세는 무력한 자세라 할 수 있다. 일정 시간 신체를 확장하는 자세만 취해도 자기 자신에 대해 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며 이렇게 인식하는 자아 개념을 확신하게 된다. 감정의 선순환이 이뤄지는 것이다. 다만, 자신에게 잘 맞는 자세와 방법을 찾아서 꾸준히 실천해야 한다. 신체를 확장하면 신체에 가해지는 고통도 더 잘 견딜 수 있다. 특히 스트레스를 잔뜩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 앞에서 강력한 자세를 몇 분간 취하면 프레즌스 능력이 순간에 개선된다는 것이 몇 차례 실험을 통해 입증되고 있다.

어릴 적 우리의 부모들이 늘 입에 달고 하는 말씀이‘바른 자세로 앉아라, 가슴을 펴고 걸어라’였다. 부모님들은 살아 온 세월의 경륜과 경험으로 자세를 바꾸면 마음이 변한다는 것을 체득한 것이었다. 에이미 커디는 오래 전 심각한 자동차 사고를 겪고 그로 인한 고통을 오랜 시간 극복하는 과정에서 얻게 된 통찰을 이론화하였던 것이다. 강력함이 느껴지는 자세를 취해 보는 것은 일종의 자기넛지(self nudge)이다. 신체언어는 자기충족적인 힘을 갖는다. 행동으로 행동을 강화하는 것이 정신 대 정신의 접근법들보다 훨씬 그 사람을 강하게 만들고 더 많이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하루 종일 자세에 신경쓰는 것이 결코 헛된 일이 아닌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필연코 자기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프레즌스를 갖게 하는 자세를 권하게 되리라 본다.<백제고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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