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에서 볼 수 없는 참신한 기획으로 톱 여배우들 사로잡아

김혜수(46), 고현정(45), 전도연(43), 최지우(41).

결코 쉽게 캐스팅할 수 없는 톱 여배우들이 지난 1년간 잇따라 케이블채널 tvN에 얼굴을 내밀며 방송가 지형 변화를 한눈에 확인시키고 있다.

'칸의 여왕' 전도연의 경우는 지난 11년간 아예 드라마에서 보기 힘들었는데, 지상파도 아닌 케이블채널 드라마를 통해 안방극장에 복귀한다.

지상파 방송 3사 독점 시대는 이미 몇년 전 무너졌지만, 이들 톱 여배우 4인방의 행보는 tvN의 달라진 위상과 영향력을 확인하는 데 쐐기를 박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전도연은 지난 2005년 '프라하의 연인' 이후 스크린에서만 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2007년 '밀양'으로 칸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며 세계 영화계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로 우뚝 선 그는, 이후 '남자 영화' 일색의 충무로에서 한국 여배우의 자존심을 지키며 지난 10년간 꾸준히 작품활동을 해왔다.

그런 그를 드라마로 이끈 작품은 다음달 8일 시작하는 tvN '굿 와이프'다. 2009년부터 미국 CBS를 통해 방송돼 최근 일곱 번째 시즌을 끝으로 종영한 동명의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전도연은 승승장구 성공 가도를 달리던 남편이 스캔들로 수감되자 10여 년간 전업주부로 살다 변호사로 취업하는 타이틀 롤 김혜경을 연기한다.

제작진도 전도연의 출연에 놀랐다.

연출을 맡은 이정효 PD는 29일 "당연히 거절당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도연 씨가 하겠다고 하셔서 놀랐다. 함께 촬영하고 있는 지금도 꿈을 꾸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현정은 심지어 조연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현재 방송 중인 tvN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조연인 박완 역을 맡았다. 노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디어 마이 프렌즈'는 쟁쟁한 연기파 배우들이 주연을 맡아 극을 이끌어간다.

고현정이 맡은 박완은 이들의 조력자이자, 관찰자, 극의 내레이터 역할을 맡고 있지만 극의 중심에 놓여있지 않다.

하지만 고현정은 이 드라마에 기꺼이 출연했다. 노희경 작가의 작품이라는 이유에서다.

고현정은 앞서 "그렇게 원하던 노희경 작가의 작품에 출연할 수 있어서 정말 영광"이라며 "어떨 때는 '이런 날이 또 올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한다"며 행복해했다.

국경을 넘어 중국에서도 '웰메이드 드라마'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시그널'에서는 김혜수의 존재감이 압도적이었다. 

올초 tvN에서 방송돼 신드롬을 낳은 '시그널'에서 김혜수는 20년의 시간차를 두고 김수현이라는 인물의 현재와 과거를 연기하며 감탄을 자아냈다.

김혜수는 당시 드라마 출연 계획이 없었지만 '시그널'의 대본을 보고 케이블 드라마에 노크했다.

김혜수는 "'시그널'이 가진 시의성에 매우 놀랐다. 안 할 이유가 없는 작품"이라면서 "tvN은 대중이 원하는 것들을 (다른 곳보다) 훨씬 더 현실적으로 수용하면서 드라마를 기획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최지우는 지난해 8월 '두 번째 스무살'로 tvN과 손잡았다.

아직 미혼인 데다 한류스타지만, 최지우는 스토리를 보고 '두 번째 스무살'에서 대학생 아들을 둔 늦깎이 대학생 역을 마다하지 않았다.

최지우는 다른 여배우들과 달리 드라마에 앞서 tvN의 예능인 '꽃보다 할배 그리스'와 '삼시세끼'에 출연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tvN 채널에 대한 친근감이 형성된 상태이기도 했다. 

연예계에서는 지상파와 케이블의 위상차가 좁혀진 데다, 케이블 채널 중에서도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해온 tvN에 대한 스타들의 호감이 높아졌다고 입을 모은다. 이제는 tvN을 케이블 채널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지상파 3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방송 4사로 여긴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tvN에서 잇따라 독특하고 참신한 소재의 드라마를 기획해낸 것이 작품 욕심이 많은 톱 여배우들을 움직이게 한다는 분석이다.

'두 번째 스무살' '시그널' '디어 마이 프렌즈'가 모두 시청률과 작품성, 두 마리 토끼를 사냥한 것도 톱 여배우들을 tvN으로 이끌고 있다.

tvN을 운영하는 CJ E&M의 김지영 홍보팀장은 30일 "tvN에서 기존 드라마에 없던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하는 것에 배우들이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이어 "무엇보다 여배우가 주인공이 돼서 주도적으로 극을 끌어가거나, 주체적인 여성상을 강조하는 드라마를 잇따라 기획한 게 톱 여배우들을 사로잡았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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