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연금 수준의 ‘중소기업근로자연금’ 필요

군인연금 수준의 ‘중소기업근로자연금’ 필요
<신현구 광주경제고용진흥원장>
 

“취업난이라고들 하는데 우리 중소기업인들에게는 구인난입니다. 지원하는 사람도 별로 없고 쓸만한 사람도 찾기가 힘듭니다.”

“청년 인턴 3명을 썼는데 1년만에 1명 남았어요.”

“신입들 가르칠 시간과 여유가 없어요. 그래서 가능하면 경력직을 뽑으려고 합니다.”

“R&D에 투자를 많이 하고 싶지만 좋은 기술인력이 오지도 않고, 어렵사리 채용해서 기껏 가르쳐 놓으면 월급 몇 푼 더준다는 곳으로 튑니다.”

최근에 만난 하남공단의 중소기업인들의 하소연이다.

실제로 취업 준비생들이 심각한 구직난을 겪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상반기 채용계획 인원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포털 ‘사람인’은 중소기업 779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상반기에 채용을 실시한 664개사 중 79.2%가 ‘계획한 인원을 채용하지 못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상반기에 채용한 인원은 애초 계획의 평균 31%에 불과했으며, 계획의 10%도 채우지 못했다는 기업도 34.6%나 됐다고 한다. 그 이유로는 ‘입사 지원자가 너무 적어서’가 가장 많았고, 이어 ‘뽑을 만한 인재가 없어서’, ‘입사자가 조기에 퇴사해서’ 등이었다. 응답자의 91.8%는 ‘새로 충원한 인력이 1∼2년 내에 조기 퇴사한 경우가 있다’고 했다.

청년들이 공무원이나 대기업 등 안정적인 일자리만 추구하고 중소기업은 외면하는 게 현실이다. 혹여 마지못해 중소기업에 취직했다고 하더라도 일 할만 하면 더 좋은 보상을 해주는 기업으로 옮기는 것이 다반사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청년구직자들이 눈높이를 현실적으로 낮추고 중소기업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을 개선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청년들에게 눈높이를 낮추라고는 하지만 내 가족일 경우 그렇게 할 수 있을까? 근본적인 처방은 그들이 중소기업을 가고싶어 하도록 중소기업의 근무환경이나 급여보상체계 등 근무여건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가지 개선책이 제시되어야겠지만 특히 경제적인 안정감과 희망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대안 중 하나로써 ‘중소기업근로자연금’제도를 제안하고자 한다. 현재 중소기업 취업자들은 대기업이나 공무원에 비해 적은 급여로 시작하는데 해가 거듭될수록 그 격차는 커지게 된다. 더욱이 국민연금은 수령액이 100만원을 넘기가 어려워 연금으로는 노후생활을 할 수가 없는 반면에 공무원과 사립학교 교원, 그리고 군인연금은 수령액이 평균 300만~400만원이 되어 노후가 보장되는 것이 현실이다. 공무원·사립학교교원·군인연금에는 각각 매년 1조원에서 3조원의 예산을 지원해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의 중소기업 여건 상 중소기업 근로자에게 대기업이나 공무원 만큼의 급여는 줄 수 없다고 하더라도 중소기업에 장기간 근무하면 퇴직 후 받는 연금이라도 공무원·사립학교교원·군인연금처럼 다소 현실성있는 노후자금이 되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면 중소기업에서 20년 이상 근무하면 월 급여액의 50% 이상 수준의 연금을 매월 수령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 때 한 기업에서 20년 근속이면 더욱 좋겠지만 그것이 아니더라도 한 기업에서 최소 근무기간을 설정하고 전체 중소기업 근무기간이 20년을 넘으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마디로 공무원·사립학교교원·군인연금과 같은 수준의 ‘중소기업근로자연금’ 제도를 만들자는 것이다.

현대는 경제전쟁의 시대라고 한다. 그 전쟁의 최일선에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있다. 그들이 무너지면 우리의 산업은 다 무너지는 것이다. 또한 이 나라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많은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기피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중소기업근로자연금’과 같이 청년들의 중소기업 취업과 장기근속을 유도할 정책이 시급한 이유이다.

‘중소기업근로자연금’ 도입을 위한 재원은 청년고용을 증진시키고 유지하기 위해 정부가 하고 있는 각종 지원사업을 정리한다면 추가적인 큰 부담없이 할 수도 있다고 본다. 현재 정부가 청년이 중소기업에서 2년 근무하면 1천200만원을 만들어주는 ‘청년내일채움공제’라든지, 3개월 인턴 후 정규직으로 전환하여 6개월 근무하면 총 500여만원을 지원하는 ‘청년인턴제’ 등이 있다. 이러한 정책이 중소기업에서 6개월 내지 2년을 근무하게 하는 정책이라면 ‘중소기업근로자연금’은 중소기업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을 바꾸고 장기근속을 유도하는 정책이 될 것이다. 청년일자리를 창출하고 중소기업을 진흥 육성하기 위해서는 정치권과 정부가 대증요법 내지는 단기적인 성과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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