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시의 아름다움을 구축하다

서정시의 아름다움을 구축하다
강경호 시집 ‘잘못 든 새가 길을 낸다’ 출간
 

지역 문학계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강경호 시인이 다섯 번째 시집 ‘잘못 든 새가 길을 낸다’를 출간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강경호 작가의 이번 시집은 시적 자아의 치열한 정신성을 발현하면서 서정시의 아름다움을 견고하게 구축한다.

친근하면서도 낯선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이번 작품은 행간에 폭력적 복선과 시인만이 알 수 있는 기묘한 불구적 상징을 사용하지 않았다. 다만 자아확인의 치열한 정신을 덧붙여 시인을 둘러싼 세상을 향한 비판의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오늘날 지나친 난삽과 굴절 우회로 심층의 탐색을 빙자하는 시가 횡행하고 있는 현재 시단에 서정시의 아름다움을 견고하게 되살리며 문학의 볼질을 관통하는 서정시의 최전선에 서 있다는 평가다.

그의 시에는 치열한 정신성의 산물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예로 ‘겨울 강물 속에 발 담근 왜가리 한 마리/반신욕을 하는 것이 아니다/수력발전소를 돌리고 있다/발끝을 타고 오르는 차가운 기운을 에너지 삼아/전기를 생산하고 있다’(시 ‘푸른, 수력발전소’)에서 보듯이 연약하고 왜소한 왜가리를 통해 깊고 높은 정신성을 노출하고 있다.

또 ‘흙탕물도 마음이 고요하면/거울이 된다/불의를 거부하는 냉정한 마음의 칼날도/거울이 된다/그러나 흙탕물에 돌을 던지면/성난 흙탕물은 소용돌이가 되고/함부로 쓰는 칼날은/피투성이가 된다’(시 ‘고요’)에서 처럼 절제된 형식이 주는 긴장과 함께 단호하고 지극히 견고한 시인의 정신세계가 작품 속에 투사돼 있다.

아울러 ‘아버지 어딜 가셨나/뻔하지/좀이 쑤셔 또 일하러 가셨겠제/내일 모레 추석/선산 벌초를 하고 계시겠지’(시 ‘아버지, 어딜 가셨나’)에서 처럼 성찰과 생명성을 노래하고 있기도 하다.

이번 시집이 견고한 정신성을 바탕으로 한 이성적인 것과 풍부한 감성으로 대별되는 두 가지 경향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유다.

한편 강경호 시인은 그동안 시집 ‘언제나 그리운 메아리’와 ‘알타미라동굴에 벽화를 그리는 사람’, ‘함부로 성호를 긋다’, ‘휘파람을 부는 개’등을 비롯해 문학평론집과 미술평론집, 에세이집 등 다수를 출간했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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