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디자이너 작품 선호도 높아…한복으로 우리 고유 멋 알리기도

영화제는 세계 각국에서 초청된 우수한 영화들을 공유하고 평가하는 자리지만, 영화제에 참석한 스타들을 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특히 여배우가 입은 옷은 그 자체로도 화젯거리가 될 만큼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는다.

일부 영화제는 여자 연예인의 경우 드레스를 입고 힐을 신는 것을 '드레스 코드'로 정했는데 제69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이런 드레스 코드에 반발해 일부 여배우들이 바지정장을 입거나(수잔 서랜던) 맨발로 레드카펫을 밟는(줄리아 로버츠) '깜짝 반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면 세계 3대 영화제에 참석한 우리 여배우들은 어떤 드레스를 입었을까? 

25일 학계에 따르면 김선영 순천대 패션디자인학과 교수는 '세계 3대 영화제에 나타난 한국 여배우의 패션 연구' 논문에서 2004∼2015년 세계 3대 영화제(베니스·칸·베를린)에 참석한 한국 여배우 35명의 의상 93점을 분석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 여배우는 '검은색', '아무 장식이 없는', '길고 몸에 붙는' 드레스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장식적 측면에서는 아무런 장식 없이 색상이나 실루엣을 부각한 의상이 31점으로 가장 많았고 드레이프(느슨하게 드리운 주름) 21점, 주름이나 셔링(오밀조밀한 주름) 12점, 비즈 장식 11점 등의 순서다.

색상은 두 가지 색을 혼합한 것이 28점으로 가장 많은 가운데 단색 중에서는 검은색 26점, 흰색 12점, 붉은색 5점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실루엣은 몸에 붙는 것이 28점, 길고 끝으로 갈수록 퍼지는 것이 27점이었다.

한복이나 한복을 응용한 드레스를 착용한 경우도 볼 수 있었다.

전체 93점 중 한복 소재를 활용한 드레스는 모두 8점이었다.

2005년 베니스 영화제에 참석한 이영애는 전통 한복을 착용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퓨전 한복을 입는 경우는 종종 있었으나 이영애는 전통 한복을 입고 쪽 찐 머리에 비녀와 노리개 등 각종 우리 소품을 활용해 한복 고유의 멋을 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영애는 이듬해 베를린 영화제 심사위원 자격으로 참석할 때도 한복을 입었다.

여배우들은 대체로 해외 명품 브랜드 디자이너를 선호했지만, 우리 디자이너의 작품을 고집하는 경우도 있었다.

디자이너가 파악된 드레스 55점 중 해외 디자이너 작품은 35점으로 과반을 차지했다. 한국 디자이너 작품은 20점으로 파악됐다.

김 교수는 "여배우 의상은 스타 개인의 취향, 디자이너와의 친밀도, 협찬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이뤄지는데 브랜드 홍보를 위한 마케팅적 요소도 크게 작용한다"며 "다만 해외무대에 우리 디자이너의 의상을 보이고 싶어하는 배우의 의지로 한국 디자이너의 작품이 선택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여배우는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로서의 자부심과 여성적 우아함을 함축시킨 패션을 주로 선보였다"며 "세계 영화제에 참석한 여배우의 패션은 스타 개인이나 영화라는 분야를 넘어 한국 패션의 모든 것을 대변한다"고 말했다.

논문은 한국생활과학회지 최신호에 실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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