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의심부터…” 피해 없더라도 신고

가족·기관 사칭→대출 미끼→절도형…수법 진화

광주 올 상반기 범죄자 233명 검거·29명 구속

지난 26일 광주 북구 운암동에 거주하는 구모(35)씨는 이날 점심 무렵 수상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070으로 걸려온 전화의 상대방은 다짜고짜 “동생이 교통사고를 심하게 당해 우리가 데리고 있다”며 동생을 바꿔주겠다고 했다. 전화를 이어받은 사람은 구씨의 동생을 사칭해 “형 내가 아는 사람한테 2천만 원을 빌렸는데 일단 이자 300만원을 돌려줘야 해”라며 느닷없이 돈을 요구했다. 어눌한 말투와 어설픈 설정에 보이스피싱임을 직감한 구씨는 이들 일당에 휴대전화 번호를 요구했고, 이들이 알려준 번호로 전화를 걸어보니 결번이었다. 일당은 이후 종적을 감췄다.

27일 광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광주에서 올해 상반기까지 보이스피싱 범죄를 저질러 붙잡힌 사람은 233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공공기관을 사칭해 범죄를 저지른 인원은 67명이며, 대출을 미끼로한 보이스피싱범은 166명이었다. 233명 중 29명은 구속됐다.

구씨의 경우처럼 가족을 사칭한 고전적인 방법의 보이스피싱부터 공공기관을 사칭해 예금의 비밀번호 등 금융정보를 요구해 돈을 가로채는 보이스피싱. 저금리 대출을 미끼로 서민들의 돈을 노리는 유형. 또한 개인정보 등이 유출돼 은행예금이 위험하다며 돈을 인출해 집에 보관하게 한 뒤 이를 훔치는 절도형 보이스피싱까지 보이스피싱 범죄는 그 수법을 진화해가며 근절되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여름 휴가철 해외여행 등이 잦은 점을 이용해 출입국관리사무소를 사칭, 타인이 몰래 비자를 신청했다가 발급이 거부됐다며 민감한 개인정보 등을 묻는 신종 보이스피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선 경찰은 이같은 보이스피싱 범죄를 뿌리 뽑기 위해 관내에 위치한 금융기관 마다 담당 경찰관 1명을 배정하는 등 보이스피싱 의심 사례가 나타나면 신속한 신고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보이스피싱을 예방하는 최선의 방법은 개인정보와 예금 인출 등을 요구하는 전화를 받으면 끊거나 의심부터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역 경찰 관계자는 “경찰의 다양한 홍보활동과 교육에도 보이스피싱은 수법을 교묘하게 바꿔가며 아직까지 근절되지 않고 있다”며 “신속한 신고도 중요하지만 낯선 사람의 전화는 일단 의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기관을 사칭해 개인정보를 묻거나 돈을 요구하는 전화는 일단 끊고 직접 문제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 보이스피싱을 확실하게 예방하는 방법”이라며 “보이스피싱이 의심되는 전화를 받으면 실제 물질적 피해를 받지 않았더라도 경찰에 신고해, 경찰이 보이스피싱 수법 등을 상세히 파악할 수 있게 해야 향후 범인 검거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이은창 기자 lec@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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