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시리즈 배우들 잇따라 차기작 실패

혜리도 류준열도 실패했다. 이번에는 박보검이다.

박보검이 오는 22일 시작하는 KBS 2TV 월화극 '구르미 그린 달빛'으로 '응답의 저주'를 깰 새로운 주자가 됐다.

4년째 이어지고 있는 '응답의 저주'는 이번에 풀릴 것인가. 

◇'응답의 저주' 4년째

'응답의 저주'는 tvN의 인기 드라마 시리즈 '응답하라 1997'(2012) '응답하라 1994'(2013) '응답하라 1988'(2015)에 출연한 배우들이 그 후속작에서 잇따라 빛을 보지 못하면서 누리꾼들이 붙인 말이다.

그만큼 '응답하라' 시리즈의 존재감과 작품성이 독보적이라는 반증이지만, 배우들로서는 '응답의 저주'라는 말이 듣기 좋을 리 없다.

'응답하라 1997'로 단숨에 스타덤에 오른 서인국과 정은지는 이후 한동안 줄줄이 실패했다. 캐릭터를 영 잘못 선택하기도 했고, 작품 자체가 시청률이나 흥행에서 바닥을 치면서 '응답의 저주'라는 말을 낳았다. 

서인국은 '아들녀석들'이 '쫄딱' 망한 후, 조연으로 '주군의 태양'에 얼굴을 내밀었다. 이후 다시 주인공을 맡은 '고교처세왕' '왕의 얼굴' '너를 기억해'가 모두 시청률 사냥에 실패하면서 그는 남다른 연기력과는 상관없이 3년여 흥행을 맛보지 못했다.

그러다 최근 막을 내린 '38사기동대'를 통해 서인국은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오는 9월 MBC TV '쇼핑왕 루이'를 성공시키면 서인국은 '응답의 저주'를 탈출하게 된다.

정은지는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 캐릭터가 영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난을 받은 데 이어 '트로트의 연인' '발칙하게 고고'가 모두 처참하게 실패하면서 아직 '응답의 저주'에 갇혀있다.

'응답하라 1994'의 정우와 고아라도 동병상련. 정우는 영화 '쎄시봉'에서 별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고, 이후 출연한 '히말라야'는 슈퍼스타 황정민의 그늘에 가렸다. 예능 '꽃보다 청춘 아이슬란드'도 생각보다 큰 반응은 없었다.

고아라는 '너희들은 포위됐다'에서 자기 복제라는 지적을 받았고, 이후 영화 '조선마술사'와 '탐정 홍길동 : 사라진 마을'을 내놓았지만 흥행에 실패했다. 

지난 1월16일 19.6%라는 경이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며 막을 내린 '응답하라 1988'은 '응답하라' 시리즈 중에서도 특히나 대대적인 관심을 받은 작품. 그만큼 많은 스타를 배출했는데, 역시나 '응답의 저주'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혜리와 류준열이 '응팔'의 여세를 몰아 각각 상반기 '딴따라'와 '운빨로맨스'에 출연했지만 둘다 실망스러운 결과를 낳았다. 캐릭터도 부자연스러웠고, 작품도 성공적이지 못하면서 '응팔'로 얻은 관심이 급속히 반감됐다.

◇천재 바둑기사 최택, 발랄한 왕세자로 돌아온다

'응답하라 1988'에서 예민하고 소심한, 그러면서도 순진하고 착한 천재 바둑기사 최택으로 큰 사랑을 받았던 박보검이 7개월 만에 마운드에 등판한다. 

이번 작품은 퓨전 사극이다. '구르미 그린 달빛'은 조선 후기 예악을 사랑했던 효명세자를 모티브로 한 궁중로맨스로, 박보검은 세자 이영 역을 맡아 남장여자 내시 홍라온(김유정 분)과 상큼한 사랑을 엮어나간다.

일단, 세자 이영은 박보검의 '미모'와 해사함을 한껏 과시할 수 있는 역할이라 기본 점수가 높다. 발랄하고 엉뚱한 청춘으로서 가볍고 경쾌한 모습을 보여주는 데다, 명색이 세자인 만큼 의관을 갖춰입은 박보검은 포스터상에서의 모습만으로도 타고난 외모를 반짝반짝 빛나게 해줄 역할을 만났음을 짐작할 수 있다.

박보검의 실제 성격은 그간 tvN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나 KBS 2TV '뮤직뱅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를 연발하는, 착하디 착한 순백같은 소년의 모습이다. 

'내일도 칸타빌레'나 '너를 기억해' 등 이전 작품에서는 이러한 성격과는 반대의 캐릭터를 소화한 박보검은 '응답하라 1988'의 최택을 통해 몸에 잘 맞는 옷을 입은 배우의 성장을 보여주며 스타덤에 올랐다.

'구르미 그린 달빛'은 최택을 통해 어두운 역할에서 탈피, 밝은 세계로 나온 박보검이 대중의 사랑에 보답할 수 있는 선물 같은 작품일 듯 하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경쾌하고 달콤한 로맨스에, 웬만해서는 실패하지 않는 '남장여자' 콘셉트를 내세운 작품이라 이야기가 산으로만 가지 않는다면 박보검은 자신의 매력을 과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보검은 왕세자 이영이 최택과는 상반된 캐릭터라고 말했지만, 이영은 최택의 밝은 매력을 확장시킨 캐릭터라 최택을 사랑했던 팬들은 이영으로 변신한 박보검을 고대하고 있다. 

한편, 박보검은 지난 18일 '구르미 그린 달빛' 제작발표회에서 "응답의 저주'라는 말이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응팔'에서 함께한 혜리와 류준열의 작품이 망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분들이 다른 작품을 통해 또 다른 매력 보여줘서 사랑 받았고 또 다른 기회와 마음을 품게 해줬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KBS는 '구르미 그린 달빛'이 시청률 2%대까지 추락했던 KBS 월화극을 수렁에서 구해 내줄 작품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보검이 '응답의 저주'도 깨고, KBS 2TV 월화극도 구원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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