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한 참기름 내음 가득…“항상 명절만 같았으면”

광주·전남 5일장 추석맞아 ‘북적’…경제불황속 모처럼 활기

“서울 딸이 좋아하는 파김치 담가요”…따뜻한 고향의 정 물씬

추석 명절을 앞두고 광주·전남 5일장은 오랜만에 맞은 대목장에 활기를 띠면서 고향의 정을 느낄 수 있는 정취가 묻어났다. 사진은 지난 8일 송정 5일장 모습. /임소연 기자 lsy@namdonews.com
추석 연휴를 앞두고 광주·전남지역 5일 시장이 모처럼 북적 거렸다.

악화된 경제 상황으로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지만 없이 살던 그 시절 더도말고 덜도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처럼 야박함은 사라지고 시장 상인들의 넉넉한 인심은 가득했다. 설렘과 정겨움이 가득했다.

지난 8일 오전 11시 광주 대표적인 5일장인 송정장에 들어서자 고소한 참기름 짜는 냄새가 시장통을 가득 메워 명절 정취를 느끼게했다.

채소를 파는 상인들은 밀려드는 손님들에게 무와 파 등 채소를 담는 손길이 분주했고 생선가게 상인들은 “동태포 5천원”, “싱싱한 꽃게가 있어요”를 외치며 목청을 높였다.

시장 한 켠에서 고등어 두 손을 두고 손님과 가격 흥정을 하던 생선가게 주인은 한 발짝씩 양보한 가격에 이내 너털웃음을 지었고 고등어를 싸게 구입한 손님의 얼굴도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떡 방앗간 앞에는 줄을 이어 차례상에 올릴 송편과 시루떡 값을 묻는 손님들로 인해 떡방아간 주인은 피곤함을 잊은 듯했다. 하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송편과 시루떡은 먹음직스럽게 익어가고 있었다.

20년째 떡 방앗간을 운영하는 오정남(64·여)씨는 “어제부터 방앗간에 추석 떡을 맡기기 위해 많이 찾고 있다”며 “늦더위에 손님들이 많이 찾지 않을 줄 알았지만 다행이 송편 등 주문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가 시내 곳곳에 들어서고 손님이 갈수록 줄어들어 상인들의 시름이 깊지만 오랜만에 맞은 대목에 전남지역 5일장도 활기를 띠었다.

9일 열린 나주장과 10일 영산포장에선 분주한 상인들의 움직임에서 전통시장이 주는 특유의 생동감이 느껴졌다. 장터 가게마다 제철을 맞은 햇과일과 싱싱한 생선 등 차례상에 오를 상품이 즐비했다. 대형마트에서 볼 수 없는 훈훈함과 정겨움을 느낄 수 있는 재래 시장만의 맛이 났다.

9일 나주장에서 만난 범영자(70·나주시 노안면) 할머니는 “서울에 사는 딸 부부가 내려온다고 해서 딸이 좋아하는 파김치를 담그기 위해 쪽파를 많이 샀다”며 “배추김치도 담궈서 주고 싶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 배추는 못 샀다”고 높은 물가에 한 숨을 쉬었다.

올해 폭염으로 많은 양의 과일을 공급하기 어려울 줄 알았다는 박기태(26)씨는 “폭염으로 지난해보다 생산량이 많이 줄었지만 알이 굵지 않고 모양이 지난해보다 덜하다”며 “하지만 당도는 양호하다. 추석을 맞아서 인지 배와 사과가 가장 많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연옥 송정매일시장 상인회장은 “물가가 너무 비싸고 경기가 어려워 시장상인들도 힘들지만 명절을 맞아 손님 들이 많이 찾아오니 시장의 상인들도 인심을 더욱 후하게 베풀고 있다”며 “ 항상 명절만 같으면 좋겠다”고 입가에 미소가 가득했다. /임소연 기자 lsy@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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