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말 약정 종료 앞두고 시중은행들 거센 도전장

광주은행, 47년 광주시 금고지기 지킬까, 내줄까

올해 말 약정 종료 앞두고 시중은행들 거센 도전장

상징성·지방세 예치·공무원고객 확보 유리 ‘눈독’

초저금리시대 무리한 출혈경쟁 속 ‘속빈강정’우려도
 

광주광역시 제1금고인 광주은행 시청지점 모습. 11월 금고 선정 결과에 따라 시청 지점의 존치 여부도 판가름 나게 된다./광주시 제공

 

광주시 금고 약정 종료를 3개월여 앞두고 지방은행과 시중은행간 ‘총성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시 금고의 약정 기간은 4년으로 기존 제1금고인 지방은행인 광주은행이 텃밭 수성을 해야 할 입장이고 기존 제2 금고인 KB 국민은행을 비롯한 NH농협은행, KEB 하나은행, 신한은행 등이 도전장을 내민 양상이다.

시 금고 유치에 나선 은행들은 초저금리 시대에 금고 유치가 마진을 낼 수 있는 구조는 아니나 시 금고지기 자리가 은행의 이미지 제고에 효과적인데다 연계영업을 창출할 수 있다고 보고 총력전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 시 금고 연혁

광주시 금고는 1968년 11월 20일 지방은행인 광주은행이 설립되기 이전에는 시중은행인 조흥은행이 시 금고지기 역할을 수행했다.

‘시 금고‘는 시 소관 현금 및 유가증권의 출납, 보관 등의 기능을 하는 금융기관을 말한다.

광주은행은 지방은행 육성 차원에서 일반회계와 기금에 대해 1969년부터 1998년까지 2년 단위로, 1999년부터 2006년까지는 1년 단위로 수의방식의 약정을 이어왔다.

주택은행은 지난 1977년부터 1998년까지 2년 단위로 1999년부터 2006년까지 1년 단위로 시 주택사업 회계에 대해 수의방법으로 계약했다.

이 과정에서 2001년 11월 주택은행이 국민은행과 합병이 이뤄졌다.

시 금고가 현재의 경쟁방식으로 지정되기 시작한 것은 2007년부터다. 약정 기간도 3년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일반특별회계와 기금은 광주은행이 주택사업은 국민은행이 맡았다.

그러다가 2013년 1월부터는 약정기간이 4년으로 늘어나면서 광주은행과 농협, 국민은행이 경쟁을 벌여 제1금고는 광주은행이, 제2금고는 국민은행으로 정리됐다. 당시 시 전체 예산 3조5천629억 원 가운데 제1 금고는 일반회계 3조 4천776억 원, 제2 금고는 특별회계와 기금 853억 원을 맡게됐다.

◇ 무너지는 지방은행 독점체제

그동안 지방자치단체 금고에서는 전국적으로 지방은행이 주도권을 잡아 왔다. 지역을 기반으로 영업을 하는 만큼 지역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수탁은행 선정 기준 항목에 신용도와 재무구조 등을 비롯해 이용의 편의성이 포함돼 접근성이 높은 은행이 유리했다.

2012년 7월부터 지자체 금고 선정이 수의계약에서 공개경쟁입찰로 바뀌고 최근에 지역별로 금고 선정 기준 조례가 개정되면서 시중은행의 금고 진출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서울시는 우리은행, 인천시는 신한은행과 농협은행, 대전시는 하나은행, 세종시는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금고지기로 선정되는 등 시중은행의 참여가 눈에 띄게 확대되고 있다.

특히 광주은행의 경우 전북은행에 흡수되면서 이제까지 향토은행으로서 광주은행이 갖고 있던 이미지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 반론도 있어 과거처럼 향토애에 편승해 쉽게 금고 지정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광주은행 한 관계자는 “지자체 금고는 지방은행이 항상 우세했는데 최근에 시중은행이 경쟁 구도에 뛰어들면서 불안해졌다”며 “지방은행으로서 금고는 지역을 대표하는 간판과도 같은 개념이기 때문에 그냥 내줄 수 없다”고 금고지정에 강한 의욕을 나타냈다.

◇ 시중은행 “해볼만 하다”

시 금고 선정을 위한 개정 조례안이 최근 시의회를 통과하면서 시 금고를 따내려는 광주은행과 다른 시중은행의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됐다.

금고지정 기준이 변경되면서 시중은행의 진출 폭이 넓어진 데다 사업다각화를 위해 수탁 금고에 눈독을 들이는 은행이 늘고 있는 추세가 반영된 것.

최근 시의회는 ‘시 금고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안’을 수정 의결했다. 당초 개정안의 골자는 영업점 분포 평가 기준을 관내에서 전국 영업점으로 확대하고 중소기업 지원 배점을 낮추는 것이었다. 개정안대로라면 지역에 기반을 둔 지방은행이 다소 불리한 상황이어서 금고지기의 주인공이 시중은행 쪽으로 기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내부 진통 끝에 영업점 분포 기준만 개정되면서 다시 광주은행에 유리해졌고 영업점 수가 많은 시중은행에게도 기회가 생긴 셈이 됐다.

◇ 5파전 이상의 유치전

조례개정이 완료됨에 따라 시 금고 유치 경쟁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현재 제1 금고는 광주은행이 시 전체 예산(2012년 금고지정 당시 기준) 3조5천629억 원 중 3조 4천776억원을, 제2 금고는 국민은행이 853억원을 각각 맡고 있다.

시금고 유치전에는 5개 금융권이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1금고인 광주은행과 2금고인 국민은행의 재도전이 확실한 가운데 농협·신한·하나은행 의 유치전 가세가 유력하다.

최근 시금고 운영 조례안 개정과정에서 농협은 유치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적극적인 의견 개진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금고유치는 수익성 보다 상징성이 커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금융권은 금고 조례안 개정으로 시중은행이 과거보다 불리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 금고 유치, 출혈경쟁될 수도

은행이 시금고에 지정되려면 출연금이나 협력비 등을 많이 내면 그 만큼 금고 유치에 유리해진다.

이 때문에 경쟁은행들은 출연금이나 협력사업비를 올려서라도 금고지정을 따내려 한다. 또 금고선정위원의 신뢰를 얻기 위해 다각적인 전략을 모색하기 마련이다.

금고를 유치하면 재정자금 운용을 통해 마진을 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각종 지방세를 예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청사 내에 영업점이 들어가면 공무원 고객을 유치할 수 있어 연계영업의 효과도 크다. 이미지나 공신력 제고에도 큰 몫을 한다.

만약 금고지기 자리에서 밀려나면 어떻게 될까? 은행의 이미지 손실은 물론 전산망 운영 비용, 영업점 철회 비용, 영업점 감소에 따른 인력 부담 등을 피할 수 없다. 따라서 무리한 출혈경쟁이 발생할 가능성은 언제든지 상존한다.

그럼에도 금고지기 자리를 따내기 위한 은행들의 ’물밑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금고지기 자리를 맡고 있는 현 은행이 밀리게 되면 이미지 손실을 비롯해 전산망 운영과 영업점 철회 비용, 영업점 감소에 따른 인력 운영 감축 등이 뒤따르고 이를 쟁취한 은행은 반대의 상황을 맞게 된다.

◇ 금고 지정 배점 기준

최근 확정된 시 금고 평가항목 배점기준은 크게 ▲대내외적 신용도 및 재무구조 안정성(30점)▲시에 대출및 예금금리(18점) ▲시민이용 편의성(22점) ▲금고업무의 관리능력(21점) ▲지역사회 기여 및 시와의 협력사업 추진(9점) 등 5개 항목에 100점 만점이다.

평가 배점 기준에는 전국영업망 확대 등 영업점 분포도(5점)와 관내 중소기업 대출 실적 및 계획(4점), 지방세를 납부할 수 있는 OCR센터 운영 능력 및 계획(2점), 수시입출금식 예금금리(3점) 등을 담고 있다.

행자부 항목으로는 전산시스템 보완관리 등 전산처리 능력(7점), 시와의 협력사업 추진 계획(4점)이 들어있다.

평가항목 중 하나인 지점수 적용 범위가 현행‘관내’에서 ‘전국’으로 바뀌면서 시중은행들도 도전할 여지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 향후 일정과 선정 절차

항목별 배점과 평가방식 등 ‘룰’이 결정됨에 따라 시는 새 금고 지정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시는 다음 달 중 금고 지정 방침을 결정하고 사전 설명회를 거쳐 금고지정 제안을 공고할 예정이다. 이어 11월에는 금고지정 심의위원회를 구성 운영에 들어가 참여 은행이 내놓은 제안서를 평가해 이를 토대로 금고지정을 확정할 방침이다.

금고지정심의위는 행정부시장을 위원장으로 9명 이상 12명 이내에서 구성된다.

세부적으로 시의원 2명을 비롯해 대학교수, 변호사, 공인회계사, 세무사 등 금고업무 관련 분야 민간전문가, 시 소속 3급 이상 공무원 등이 포함된다.

하지만 반드시 과반 이상은 외부인사를 위촉해야 한다. 시는 지정 통지 20일 안에는 약정을 체결하고 내년 1월까지 인수인계를 마칠 예정이다.

/박재일 기자 jip@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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