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경비원 처우, 이대로 괜찮은가?

‘무늬만 휴게시간’… 밥 먹는 시간에도 업무 중

60세 이상 경비원, 월 150만원 받고 24시간 교대근무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순찰·청소·주차관리 등 연속

“고단하지만 내 가족을 지킨다는 주어진 업무에 최선”

“하찮은 경비 주제에 이래라 저래라야. 입주민회장에게 말해서 해고하겠어”

광주 서구 치평동 한 아파트에서는 한 입주민이 휴대전화 통화 목소리를 낮춰달라는 경비원의 얼굴굴을 담배불로 3차례 지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비원은 근무 입주민을 제지했는데 느닷없는 봉변을 당한 것이다. 아파트 경비원의 수난시대다. 잊을만 하면 경비원에게 욕설을 퍼붓거나, 폭행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아파트 경비원들의 처우문제와 고용 불안은 비단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이들의 삶은 고달픔의 연속이지만 알아주는 이는 별로 없고 관리비 인하 수단에 목숨 줄이 오가는 신세가 되곤 한다. 아파트 경비원들의 삶을 조명하고 상생의 길을 제시해 본다.

<글 싣는 순서>

1.경비원들의 24시

2.업무는 어디까지

3.고용불안에 ‘벌벌’

4.상생의 길은?
 

광주광역시 서구 한 아파트 경비원이 오전 6시에 출근해 재활용품을 정리하는 모습. /임소연 기자 lsy@namdonews.com

“안녕하세요. 즐거운 아침입니다.” “퇴근하고 오시는 길 인가 봐요”

아파트 경비원 A씨는 아파트 곳곳 을 청소하며 주민들에게 빠짐 없이 인사를 건넨다. 그러나 대답해주는 사람들은 빠른 걸음으로 목례만 하고 지나갈 뿐이다.

A씨는 아파트 주민들 하나하나 정확한 호수와 이름은 몰라도 어느 라인에서 살고 있는지, 직업은 무엇인지 정도는 알고 있다. 그래야 업무를 하기 편하기 때문이다.

올해 60세인 A씨는 광주 서구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 일을 하고 있다. 380세대 1천500여 명 주민들의 안전을 24시간 책임진다. 이 아파트는 4명의 경비원을 자체적으로 뽑아 2인 1조로 오전 6시에 출근해 다음날 6시까지 24시간 교대 근무를 선다.

정문 앞 한 평 반짜리 경비실이 A씨와 동료들이 주로 머무는 공간이다. 10여대의 CCTV모니터와 화재경보기, 택배 등 각종 물건들로 좁은 공간이 빼곡하다. 책상 위에는 택배 현황부, 경비업무일지, 외부차량일지 등 각종 서류가 수북히 쌓여있다. 그만큼 아파트 경비원들의 업무가 포괄적이라는 것을 방증한다.

A씨의 하루 일과는 오전 6시에 출근해 지하 2층 규모의 주차장부터 아파트 전 구역을 동료와 나눠서 청소한다. 청소를 마친 8시쯤에는 주민들의 출근시간에 맞춰 아파트 정문과 정문 대로변 교통정리를 한다. 그렇게 출근 시간이 지나고 나면 택배를 가득 실은 화물차들이 속속 아파트 정문으로 들어선다. 또 택배 반품을 맡기는 입주민들의 택배까지 전부 경비실에서 받아 좁디 좁은 경비실 안 가득 택배상자들이 쌓여 있다.

점심시간이 되자 A씨는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동료와 함께 나눠 먹는다. 점심을 먹는 와중에도 언제 택배 차량과 택배반품, 인터폰 등이 울릴지 모르니 ‘항시 대기중’ 식사를 하는 편이다.

A씨는 점심 후 1시간의 쉬는 시간이 주어지지만 제대로 쉴 수가 없다. 주민과 차량 출입을 확하는 기본 업무에다 수시로 아파트 단지 순찰을 해야 한다. 해가 지면 퇴근하는 차량들로 주차단속부터 시작해 이날 대신 받아 두었던 택배를 각 세대주에 연락을 시작한다. 물건을 받고 인터폰을 해보지만 인터폰을 받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저녁식사를 하며 주민들에게 택배를 나눠 주고 나면 어느 덧 오후 9시가 넘어섰다. 쉬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이날 저녁에 주민들이 내놓은 재활용 쓰레기 등이 쌓여 있어 다시 재활용 정리를 시작한다.

곧 바로 저녁 순찰을 시작하고 인터폰을 받다 보면 자정이 된다. 자정에는 정문이외 모든 문들을 폐쇄한다. 이 문은 다음날 새벽 5시에 다시 열린다. 문을 폐쇄한 뒤 지하로가 급수실 물탱크 체크한다. 물탱크에 이상이 없는지를 체크하기 위해서다.

한밤중에는 CCTV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엘리베이터, 복도, 현관, 지하주차장 등 모니터 속 작은 분할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다. 엘리베이터 고장이나 화재 경보 등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하는 게 그의 또 다른 임무다.

A씨의 경우 점심·저녁 식사시간 포함 4시간, 심야휴식시간 5시간을 제외하면 총 15시간이 근무시간이지만 사실상 근무시간은 24시간이다.

이 아파트 경비원의 월급은 150만 원선으로 근무시간으로 따지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A씨는 “주민들이 언제 경비실을 찾아올지 모르고 항상 쌓이는 재활용에 한시도 쉴 틈이 없다”며 “그래도 내 가족들을 지킨다는 생각으로 입주민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주어진 업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끔 신문에서 아파트 경비원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를 볼 때면 마음이 좋지 않다”며 “몸이 아파도 명절에도 쉬는 날에도 항상 입주민들을 위해 일한다는 것을 한번만 생각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소연 기자 lsy@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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