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도덕경-오강남 풀이

<김용표의 북칼럼>

노자 도덕경-오강남 풀이
 

어지러운 세상에서는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고 다시 힘내서 살아나갈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나만의 자습서가 필요하다. 그런 책이라면 단연코 도덕경이다. 도덕경은 지구상에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히는 책이라고 한다. 도덕이라는 말이 주는 식상함이 있지만 사실 그것은 오해이다. 우리가 흔히 쓰는 규범적 의미의 ‘도덕’과는 의미가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즉, 도덕경이 도덕 교과서가 아니라는 말이다. 도덕경에서 말하는 ‘도’란 우주의 궁극적 원리이다. 더 쉽게 이해하려면 세상 만물 현상의 근본 원리(스스로 그러함의 이치)로 보면 어떨까 싶다. ‘덕’이란 그 도가 구체적인 인간이나 사물 속에서 자연스럽게 구현될 때 얻어지는 힘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 도의 구현된 상태가 ‘덕’이라 할 수 있다. 도덕경의 기본적인 메시지는 우주의 기본 원리인 ‘도’를 체득하고, ‘도’의 흐름에 따라 살면서 ‘덕’을 이루면 그때 참다운 자유의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도덕경의 저자로 알려져 있는 노자는 기원전 약 6세기 춘추전국시대 중국의 실존 인물이라고 한다. 그 시대는 거의 매일 전쟁과 살육이 자행되는 잔인한 약육강식의 혼돈 시대라 할 수 있다. 인간의 끝 없는 탐욕이 가져 오는 극단적인 비극과 세기말적인 절망이 온 세상에 가득한 시대였던 것이다. 오늘날의 시대와 다를 바 없다면 너무 과장일까?

도덕경은 상편과 하편 총 81장으로 되어 있고 모두가 주옥 같은 내용이다. 개인적인 호불호가 있겠지만 나는 그중에서도 22장과 40장이 백미라 생각한다. 22장을 읽을 때마다 김수영의 ‘풀’이라는 시가 생각난다.

‘풀이 눕는다/바람보다 더 빨리 눕는다/바람보다 더 빨리 울고/바람보다 더 빨리 눕는다…’

물이 가장 ‘도’를 닮았다 하지만 이상하게 나는 풀이 더 ‘도’의 모습에 가까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노자는 풀처럼 겸손하고 약한 것의 위력을 22장에서 설파하고 있다. 휘면 온전할 수 있고(곡즉전曲則全)/굽으면 곧아질 수 있고(왕즉직枉則直)/패이면 채워지게 되고(와즉영窪則盈)/스스로 드러내려 하지 않기에 밝게 빛나고(부자현고명不自見故明).

노자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들풀처럼 휘어지는 것이 오히려 강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을까. 도덕경 전체에서 일관되게 노자는 약하고 아래인 것이 결국 도의 모습이요 굳센 생명의 모습임을 설파하고 있다. 그래서 반자 도지동야(反者 道之動也)요, 약자 도지용야(弱者 道之用也)- 되돌아 가는 것이 도의 움직임이요, 약한 것이 ‘도’의 쓰임이라 하였다. 모든 것은 되돌아가는 성질이 있고 약해 보이는 것이 결국은 가장 ‘도’와 닮은 모습이라는 것이다. 2천500년 전에 우주의 이 단순한 물리적 성질을 통해 참된 자유의 삶을 본 철학자가 바로 노자인 것이다. 인간의 삶과 사회현상을 ‘대립물의 투쟁’으로 보는 헤겔철학보다 훨씬 더 부드럽고 분명한 메시지라 생각한다.

도덕경의 해설본은 고금을 통해 수 없이 많지만 우리말 해설본으로 추천하고 싶은 것은 ‘오강남 해설의 도덕경’이다. 군더더기없이 간명하면서도 깊이가 있다. 부록으로 달려 있는 뒤쪽의 영역본도 빠른 이해에 도움이 된다. ‘정창영 해설의 도덕경’도 쉽게 읽을 만하다. 원문 해설이 조금 더 자세한 점이 돋보인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창영의 도덕경 해제는 읽을 만하다. ‘최진석 교수의 노자 인문학’도 괜찮다. 노자철학의 현대적 의미를 강의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풀어 놓아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중국 노자철학의 대가라 하는 야오간밍의 ‘노자강의’와 함께 읽었는데 최진석 교수의 강의가 훨씬 읽는 느낌이 좋다. 노자철학에 대한 폭넓은 배경으로 동양철학에 대한 일람과 정리가 필요하다면 도올 김용옥 선생의 ‘노자와 21세기’를 읽는 것도 참으로 좋은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서구에서는 도덕경을 어떤 식으로 풀었는지 살펴보기 위해 고른다면 ‘웨인 다이어 노자읽기, 서양이 동양에게 길을 묻다’를 추천하고 싶다. 에세이처럼 풀어서 생활 속에서 노자철학을 설명하려 애쓴 점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어떤 해설본을 읽든 그대가 노자의 도덕경을 접하기 시작하였다면 읽기 전의 그대와 읽은 후의 그대는 다른 사람일 것이다. <백제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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