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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신 칼럼니스트의 남도일보 '남도시론'지록위마(指鹿爲馬)의 역사적 교훈을 상기하라!

지록위마(指鹿爲馬)의 역사적 교훈을 상기하라!

<박상신 칼럼니스트>
 

박상신 칼럼니스트
 

기원전 3세기경의 일이다. 중국 전국시대 말, 진나라엔 조고(BC 258~207년)라는 환관이 있었다. 그는 진시황의 황자 중 한 명인 호해의 후견인 역할을 했던 환관이다. 그의 재능과 능력을 알아본 진시황은 말년 중요한 자신의 신변 잡무를 맡겼다. 진시황이 승하하고 그는 승상인 이사와 짜고 유서를 조작해선 황태자인 부소를 죽인 후, 허수아비인 호해를 황제로 세워 전권을 쥐고 나라를 흔들었다. 어느 날, 조고는 황제와 문무백관이 모인 자리에서 자신이 가져온 사슴 한 마리를 가리켜 말이라고 했다. 그리고 자신이 세운 황제와 문무백관에게 다시 한 번 되물었다.

“황제 시여. 이 동물은 말입니다. 황제의 눈에는 무엇으로 보이는가요?”

황제가 대답했다.

“사슴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이요?”

그러자 조고는 문무백관을 향해 되물었다. 겁에 질린 대신들은 대다수가 사슴을 보고 말이라 거짓 대답을 했다. 그러나 일부는 사슴이라 대답했다. 그 일이 있고 난 뒤, 사슴이라 바르게 얘기한 대신들은 죽임을 당했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조고는 처참한 최후를 맞이했고 진나라 또한 멸망하고 말았다. 이 이야기는 지록위마(指鹿爲馬)란 유명한 역사적 사실로 사람들에게 타산지석(他山之石)의 교훈으로 회자되곤 한다.

작금의 대한민국은 어떠한가! 여당 내 진실은 없어진 지 오래다. 상식은 온데간데 없고 청와대와 국회에 매달아 놓은 사슴을 여당의원들과 정부의 고위관료들은 말이라고 한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국민적 의혹의 중요 사안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의혹에 불과하다”라며 생떼를 쓰는 형국이다.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은 명실상부한 대기업들의 경제 협의체다. 이 단체의 성격은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전 국민이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의 전경련은 어떻게 변질했는가! 감히 되묻고 싶다. 금도(襟度)를 넘어 여론을 조작하는 정치단체로 전락했다. 그들은 아무런 죄의식도 없이 회원사인 기업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거둬들였다. 그리고도 모자랐는지, 그 단체의 간부란 자가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 출석, 앞뒤가 맞지 않은 이상한 궤변을 늘어놓았다. 반성은 커녕 전 국민을 기만하며 우롱했다. 회원사들 사이에도 전경련의 해체설이 나오고 있다. 차라리 법인세를 더 내더라도 권력의 시녀로 전락하는 전경련의 일탈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공권력에 의해 317일만에 숨진 고(故) 백남기 농민의 슬픈 죽음이다. 누가봐도 외부 요인에 의한 ‘외인사’임에도 불구하고 ‘병사’라고 기재된 사망진단서야말로 지록위마(指鹿爲馬)라고 아니할 수 없다. 국민이면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외인사를 병사라고 우긴다. 소도 웃을 이야기다. 이 정권은 국가가 규정한 진료 기록상의 규정을 뒤집으면서까지 사슴(진실)을 숨기려는 의도는 무엇인가? 지금의 한국사회는 각계각층에서 지록위마의 환관들이 들끓고 있다. 그들은 권력에 빌붙어 호가호위하며 지록위마의 진실을 은폐하고 있다.

얼마 전 새누리당의 중진인 유승민 의원이 부산대에서 특강을 했다. 그는 강연에서 “전경련 해체와 공권력이 죽인 고(故) 백남기 농민에 대해 사과하라”고 공개적으로 정부를 압박했다. 그리고 그는 “이대로 가면 건전한 보수도 도태되고 소멸한다”고 건전한 보수 소멸론을 역설, 쓴소리를 쏟아냈다. 정치의 궁극적 목표는 진보와 보수, 공히 동일하리라 생각된다. 그것은 다름 아닌 올바른 정치를 통해 국민의 안녕과 행복을 추구하는 일이다. 진보와 보수의 차이는 목표에 도달하는 노선이 다르다는 점이다. 지금 현실 정치의 작태를 보면 진보와 보수의 노선 차이를 떠나 국민이면 누구나 공감하는 인간의 존엄이란 보편적 가치가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다. 한마디로 조고의 후예들이 되살아나 국정을 농단한다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기억하라! 지금의 위정자들이여! 조고가 남긴 지록위마(指鹿爲馬)의 역사적 교훈을….

문득, 변학도에게 일갈(一喝)하던 이몽룡의 싯귀절이 떠오른다.

“금으로 만든 항아리 속에 맛난 술은 만백성의 피요, 옥으로 만든 접시의 맛난 안주는 만백성의 기름이라. 촛불의 촛농이 떨어질 때 백성의 눈물이 떨어지고, 노랫소리 높은 곳에 원성 소리가 더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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