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우리는 이웃사촌

(1)광주 화정동 우성2차 아파트

‘소통·나눔·기쁨’ 프로젝트로 날마다 ‘웃음꽃 ’

주민들 인사하기·분실물센터·행정도움 사랑방 등 추진

이해·배려 문화 만들고자 ‘층간 소음 분쟁위원회’ 운영

음식물 수분 감량 쓰레기통 제작·설치 경제적 이익까지

독거노인 보살핌도 계획…“이웃끼리 잘 산다는 소문 나”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우성2차 아파트 고재순 관리소장과, 경비원들, 입주민들이 소나기(소통·나눔·기쁨)아파트’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우성2차 아파트 입주민들이 좋은마을만들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우성2차 아파트는 소나기(소통·나눔·기쁨)아파트 프로젝트로 광주광역시와 광주방송문화재단이 주관하는 ‘2015 좋은 이웃 밝은 동네’ 특별상을 수상했다.
주민들이 고심해서 만든 음식물쓰레기통은 음식물 쓰레기 물기 제거에 큰 효과를 내 주민들은 10개월만에 음식물쓰레기를 기존 배출량보다 30% 가량 줄이는 데 성공했다.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우성2차 아파트는 초등생을 대상으로 ‘내가 먼저 인사하기’포상제(명랑상·예절상·성실상)를 실시하고 있다.

#. 광주 서구 화정동 우성2차 아파트에 거주하는 이안순씨는 최근 남편 제사를 지냈다. 기일을 맞아 자녀들과 손자손녀, 친척 등 20명 가까이 방문했다. 오랜만에 가족과 친지가 모여 기쁜 마음이었으나 어린 손자들이 집안에서 뛰고 떠드는 등 시끌벅적한 분위기에 불안도 했다. 아랫집과 옆집에서 ‘시끄럽다’며 항의할 수 있어서다.

그런데 제사를 모두 마치고 자녀 등이 모두 돌아갈 때까지도 항의 한 건 들어오지 않았다. 이씨는 이웃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들어 장만한 음식을 나눠주러 찾아갔다. 이씨 방문에 아랫집 주민은 “미안 할게 뭐가 있냐 우리도 애 키우고 사는 집이다”며 “이런 것도 이해 못하면 어떻게 이웃이라고 할 수 있겠냐. 이렇게 음식까지 손수 가져다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옆집에서도 비슷한 말을 건넸다.

이렇듯 우성2차 아파트 입주민들은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이웃 사촌’ 공동체를 잘 만들어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민들과 관리사무소 등이 살맛나는 아파트를 위해 다양한 공동체 사업을 추진하며 ‘소나기(소통·나눔·기쁨)아파트’ 명성까지 얻었다.

◇회색빛에서 무지개 빛 변신=500여세대가 거주하는 우성2차 아파트는 불과 2년 전 만해도 어두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입주 28년이 되다 보니 건물은 낡은 흔적이 역력했다. 입주민도 노인층이 상대적으로 많아 활기 넘친 모습을 좀처럼 찾기 힘들었다. 색으로 표현하면 ‘회색빛’에 가까웠다.

이 아파트는 2014년 4월부터 무지개 빛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입주민과 경비원, 관리사무소 등이 머리를 맞대고 화목한아파트 공동체를 위해 소통·나눔·기쁨을 의미하는 ‘소나기’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한 것. 소나기 프로젝트는 개인주의 팽배와 소통 부족으로 입주민들끼리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잦음에 따라 소통하고 나누며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아파트 조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입주민들은 ▲내가 먼저인사하기 포상제(초등학생 대상) ▲층간 소음 줄이기 운동▲ 행정 도움 사랑방 ▲주민 분실문 센터 ▲생활공구 대여 등 크게 5가지 분야별 추진 계획을 세워 실행에 나섰다.

◇어린이 인사하기 포상제 등 눈길=주민과 관리사무소에선 먼저 인사하기 포상제를 실시했다. 경노 효친사상 제고를 위해 아파트 경비원을 비롯 65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인사를 하는 초등학생들에게 ‘인사포인트 수첩’을 발행해 인사를 잘한 어린이에게는 분기별로 예절상과 명랑상, 성실상을 수여했다. 인사하기 포상제를 알리기 위해 현수막을 제작하고 엘리베이터와 경비실, 관리사무소 등 홍보 스티커를 제작했다.

또 층간 소문 문제가 심각함에 따라 이웃간 서로 이해와 배려로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조성을 위해 층간 소음 관리위원회도 구성했다. 소음관리위원회는 이웃간 분쟁 조정 등을 통해 정이 넘치는 따뜻한 아파트로 탈바꿈하게 만들었다.

행정 도움 사랑방도 개설했다. 노인세대가 많은 입주민 특성상 상당수 입주민들이 정보화와 전문화 등 현대사회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점을 고려한 사랑방이다. 입주민들은 이 사랑방을 통해 은행 및 행정 관서 업무와 민원을 도움 받게 됐다.

아울러 아파트 단지내 분실물을 습득한 경우 주인에게 되돌려주는 주민분실물센터를 운영하고, 생활공구 대여와 사용법을 설명해주는 생활공구 대여서비스도 실시했다.

◇실생활 도움 아이디어 제시=이같은 사업들로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도 서로 먼저 인사를 건네는 등 활기 넘친 분위기가 감돌았다. 무엇보다 주민 실생활에 도움이 되고 아파트 공동체 문화를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제시됐다. 대표적인 게 음식물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특별한 쓰레기통’이다.

서구청에서 음식물쓰레기 감량을 할 경우 1개월 음식물쓰레기 수거비용을 무료로 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곧바로 물기 제거 쓰레기통 제작에 나섰다. 주민들이 고심해서 만든 이 쓰레기통은 음식물 쓰레기 물기 제거에 큰 효과를 내 주민들은 10개월만에 음식물쓰레기를 기존 배출량보다 30% 가량 줄이는 데 성공했다. 주민들의 ‘이웃 사촌’ 노력은 화기애애한 아파트 공동체와 함께 경제적 이익까지 가져준 셈이다.

◇내년부터 독거노인 보살핌 서비스=우성2차아파트는 공동체 실천은 대외적으로도 호평 받고 있다. 지난해 광주광역시와 광주방송문화재단이 주관하는 ‘2015 좋은 이웃 밝은 동네 특별상’을 수상한 데 이어 올해 2월에는 광주 서구청에서 주관한 음식물류 폐기류 감량 우수 공동주택 평가 최우수상 영예도 안았다.

주민들은 내년부터는 ‘독거노인 멘토링 케어’프로젝트을 추진할 계획이다. 입주민 40% 이상인 홀로 노인들을 위한 사업이다. 관리사무소 직원과 경비원들이 홀로 노인들을 매일 방문해 안부를 확인하고 말 벗 동무 등을 해 주는 사업으로 홀로 노인 증가 문제를 주민 스스로 해결하려는 노력이어서 행정기관에서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입주민 김모(67)씨는 “우성2차아파트는 시설이 오래됐지만 이웃주민들 끼리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며 돕고 살아가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이곳으로 이사를 오고싶다고 아들내외에게 전했다”며 “손주들이 항상 보고 싶어도 서울에 살고 있어 자주 못 보는데 어린아이들이 항상 밝게 인사도해주고 오며 가며 말벗도 삼다 보니 이게 바로 사람 사는 정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임소연 기자 lsy@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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