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시간을 기다렸는데, 어떡해……. 경호원 얼굴만 보여요." "오, 이것 봐. 얼굴 나왔어, 나왔어."

19일 오후 서울 경복궁 흥례문 주변에서는 환호성과 탄식이 교차했다.

KBS 2TV 사극 '구르미 그린 달빛' 팬 사인회 참석차 이곳을 찾은 박보검(23)을 보고자 몰려든 팬들로 너른 뜰은 북새통이었다. 

박보검을 멀리서라도 보는 데 성공한 이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고, 사진도 한 장 제대로 건지지 못한 이들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박보검은 전날 종영한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영민하고 멋진 세자 이영을 연기해 큰 인기를 끌었다. 

저마다 손에 스마트폰과 셀카봉을 쥔 사람들은 이날 오전부터 일찌감치 '세자 저하' 등장을 애타게 기다렸다.

은은한 한복 차림에 갓을 쓴 박보검이 마침내 등장하자, 이들은 숨이 넘어갈 듯한 소리로 소리를 질러댔다.

주최 측이 설치한 펜스에, 대형 스피커와 수십 명의 경호원에 가로막혀 박보검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한 이들은 발만 동동 굴러댔다. 

이들 중에서는 여성들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10대 비율이 두드러졌다.

학교 시험을 마치자마자 함께 뛰어왔다는 백지원(17), 박세훈(17) 양은 "'구르미 그린 달빛'을 보고 박보검 팬이 됐는데 오늘 전혀 못 봤다"면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박보검을 보고자 뙤약볕 아래서 몇 시간 동안 기다린 사람 중에서는 중국과 일본, 동남아시아인들도 적지 않게 보였다.

이날 팬미팅 현장에서는 은발의 할머니들도 적지 않게 보여 눈길을 끌었다.

'욘사마'를 외쳐댔던 일본 할머니들을 연상케 하는 모습이었다.

흥례문 계단에 올라서서 까치발을 들던 할머니는 "박보검을 보려고 이까지 왔다"고 하면서도 한사코 이름을 밝히기를 꺼렸다.

이날 풍경은 경복궁을 찾은 외국 관광객들의 눈길도 끌었다.

한국 방문 이틀째라는 프랑스 여성 타샤(30)는 "이렇게 수많은 소녀가 모인 걸 보고 깜짝 놀랐다"면서 "한국의 이런 문화가 참 멋지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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