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교실혁명-후쿠다 세이지

<김용표의 북칼럼>
핀란드 교실혁명-후쿠다 세이지
 

의무교육기간인 16세까지 시험도 없고 경쟁도 없다. 반드시 이수해야 할 필수과목도 많지 않다. 참고 또 참으며 공부를 하는 학생은 당연히 없다. 교실에서는 노는 듯 취미생활을 하는 듯 학생들이 자유롭게 활동해도 학력은 세계 최상인 나라가 있다. 바로 핀란드이다. 핀란드 교육의 성공사례는 사실 전 세계 교육계에 큰 화두였었다. 청소년기에 학업적 성공을 이루기 위해 극렬하게 경쟁해야만 하는 한국과 일본에서 10여 년 전부터 핀란드를 배우자는 열풍이 불고 있다. 특히, 학교 안에서 아이들이 학업의 즐거움을 갖게 하는 핀란드의 교육 개혁 방식을 본받고 싶은 교사들이 최근 많이 늘었다. 이 책은 핀란드의 교실 모습을 소개하면서 매우 실증적으로 핀란드와 한국, 일본의 교육여건도 상호 비교하고 있다.

많은 나라들이 교육문제를 두고서 학부모, 학생, 정부, 교육계, 학계 등 교육관계자들이 서로 책임 전가와 자기 주장만 하다 결국에는 길을 잃는 사례가 많다. 교육문제에 있어서만큼은 각자가 자신의 경험과 이론을 통해 전문가로 자부하기에 그런지도 모른다. 그래서 만 가지 처방이 나오고 자신의 주장과는 다른 교육관을 인정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핀란드는 사회 전반의 구성원들 간에 교육관과 지식관을 어느 정도 합의한 것처럼 보인다. 즉,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사회구성주의 학습개념’을 ‘공통적인 인식’으로 갖게 되었다. 이것은 핀란드의 교육개혁에 중요한 원동력이 된 것 같다. 구성주의란 1960년대 행동주의를 비판하며 나타난 이론이다. 구성주의자들은 지식이란 이미 만들어져서 고착된 것이 아니라 개개인이 스스로 편성해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더 나아가 ‘사회구성주의’는 1990년 이전의 구성주의에 대한 비판으로 ‘구성’은 고립된 한 개인의 활동이 아니라 사회적인 맥락, 즉 사회적인 인간관계에서 생겨나는 것이라는 믿음이다. 이는 학습에 있어서 협동을 강조하게 된다. 그래서 서로 배우면서 가르치는 속에서 충실한 지식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교육관에 이르게 된다. 경쟁없이 늘 즐겁게 협력하며 공부하는 문화적인 토대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물론 이외에도 핀란드 교육의 성공에는 다른 것도 있다.‘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학습’, ‘학교문화와 학습환경의 중요성’ ‘종합적 교육학’‘학업달성과 학생 복지의 균형’등도 성공의 원인이라고 학계에서는 지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후쿠다 세이지는 수십 차례 핀란드 학교 교실을 방문했다. 그리고 이 책 ‘핀란드 교실혁명’에서 앞에 열거한 네 가지 포인트에 맞는 사례를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초단시간의 근현대화를 통해 압축적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그 성공의 내면에는 근면한 학습과 유교적 지식관이 큰 영향을 끼친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치열한 학업경쟁과 그 경쟁을 통한 지식의 빠른 습득이 우리나라 산업발전의 인프라가 된 것도 틀림없다. 그러나 어느 사이 우리 사회에서는 학문의 즐거움, 배움의 즐거움이 사라지고 말았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너무나 피곤하고 재미없는 사회이고 대다수의 학생들에게 좌절감을 주는 심리구조 환경이 된 것이다. 1990년대 이후 세상은 너무나 많이 변하였다. 인터넷 기반의 정보산업시대를 지나 앞으로의 세상은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기도 어렵다. 분명한 것은 미래가 현재와 같은 모습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교육해야 하는가. 지금 학교는 수업을 바꾸자는 운동이 물결치고 있다. 이에 대해 저항과 참여, 긍정과 부정이 난무하지만 학교가 수업의 형태를 바꾸고 교육의 목적이 ‘아이들의 행복한 삶’으로 자리 이동하도록 온 사회가 지원해야 한다. 학교 교실이 ‘협력하는 학습, 즐거운 수업’으로 가려한다면 믿고 기다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어찌 하루아침에 되겠는가? 학교는 너무 힘이 없지만 그럼에도 학생이 행복한 학교는 여전히 마음먹기 달렸다. <백제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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