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려한 ‘가을 산자’… 지리산을 품은 구례로의 여행

 

 

 

 

전영곤 남도일보 이사와 떠나는 주말여행
지리산과 섬진강 …수려한 경관과 넉넉한 인심
둘레길 걷다보면 편백나무 향 가득…성찰하는 수도자처럼
피아골 단풍 ‘최절정’…노고단 운해따라 번뇌도 흘려보내

 

지리산 피아골 단풍길은 10월 29~31일까지 최절정을 이룬다. 특히 최근에는 국립공원관리공단의 ‘걷기 좋은 국립공원 단풍길 1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구례군 제공

지리산을 품고 있는 전남 구례는 예부터 ‘세 가지가 크고 세 가지가 아름다운 땅’이라 불렸다. 지리산, 섬진강, 들판과 수려한 경관, 풍요로움, 넉넉한 인심이 바로 그것이다.

지리산을 빼놓고 구례를 이야기할 순 없지만 구례는 지리산이 없더라도 가는 곳마다 명소다.

노고단 운해를 비롯 반야봉 낙조, 피아골 단풍, 섬진강 청류, 산동 산수유꽃, 섬진강 벚꽃길, 수락폭포, 천년고찰 화엄사, 오산과 사성암 등 나열하는 장소마다 한번쯤 가보고 싶은 곳들이다.

전영곤 남도일보 이사와 함께 보배의 땅 구례로 떠나보자.

전남 구례는 청정함을 유지하고 있는 풍요로운 자연생태지역이다. 음이온과 피톤치드 함량이 대도시보다 각각 173배, 13배나 높은 구례의 길과 들과 산과 강을 걷는 것은 하늘이 높아지는 가을날 누릴 수 있는 여행 중에 으뜸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지리산둘레길은 지난 2004년 ‘생명 평화’를 이 땅에 뿌리고자 길을 나선 순례자들의 제안으로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지리산 순례길이 있으면 좋겠다는 제안으로 탄생했다.

지리산둘레길은 속도의 문화를 느림과 성찰의 문화로, 수직의 문화를 수평의 문화로, 길 잃은 물질적 풍요 대신 나눔과 정신적 평화의 문화를 만들어 가고자하는 소망이 담겨 있다.

지리산둘레길 구례구간은 총 79.1㎞에 걸쳐 있으며, 7개 구간으로 나눠서 걸을 수 있다.

산동면 밤재에서는 지리산 노고단과 만복대를 조망하며 걷다가 견두산 아래 편백나무 숲에서 상쾌한 피톤치드를 마음껏 마실 수 있다.

서시천과 섬진강을 따라 걷는 난동~오미 구간은 봄이면 벚꽃과 복사꽃이, 여름이면 원추리꽃이 장관을 이룬다. 구례5일장의 지리산에서 나는 각종 산나물과 먹거리, 시골 할머니들의 인심은 덤이다.

오미~방광 구간은 화엄사 아래 지리산탐방안내소에서는 지리산의 자원과 역사를 살펴볼 수 있고, 종복원센터에서는 천연기념물 제329호인 지리산 반달가슴곰도 만날 수 있다. 장수마을로 유명한 상사마을에서는 지리산 약초뿌리 녹은 물이 흘러든다는 천년고리 감로영천(千年古里 甘露靈泉)의 당몰샘의 샘물을 맛볼 수 있다. 토지면 오미마을에서는 최고의 명당 금환락지와 가난한 이웃들이 언제든지 쌀을 퍼갈 수 있게 했던 타인능해(他人能解) 뒤주로 유명한 고택 운조루와 곡전재를 체험해 볼 수 있다.

다음달 5일에는 ‘제6회 지리산둘레길 걷기 축제’가 광의면 충의관에서 ‘가을소풍’이란 주제로 열린다. 가족과 함께 올 한해를 돌아보기에 지리산둘레길 가을소풍이 안성맞춤이겠다.

이와 함께 섬진강 자전거길은 임실군의 섬진강댐에서부터 광양의 배알도 수변공원까지 154㎞로 연결된 섬진강·지리산의 아름다운 볼거리를 담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전거길이다.

구례구간은 섬진강 천문대에서부터 남도대교까지로 총 길이는 30.2㎞로 이어졌으며, 동해마을에서 월평교까지 6.8㎞는 행정자치부가 선정한 2016년 ‘꼭 가봐야 할 아름다운 자전거길 100선’에 이름을 올렸다.

피아골 계곡은 봄엔 진달래와 철쭉, 여름에는 원시림, 가을엔 단풍, 겨울엔 설경으로 좋은 경치를 선물한다.특히 직전마을 입구부터 삼홍소까지가 장관을 이룬다.

“흰 구름 맑은 내는 골골이 잠겼는데, 가을에 물든 단풍 봄꽃보다 더 고와라, 천공이 나를 위해 묏빛을 꾸몄으니, 산도 붉고, 물도 붉고, 사람조차 붉어라”

남명 조식 선생의 시다. 삼홍은 가을에 3가지가 붉게 변한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 다시 말해 피아골 단풍이 절정에 이를 때면 산이 붉게 타고, 붉게 탄 산이 물에 비쳐 물이 붉게 변하고, 이를 즐기는 사람들의 얼굴이 또한 즐거움으로 인해 붉게 물들인다는 말이다.

연곡사에서 삼홍소까지는 4㎞이고 피아골대피소까지는 5.5㎞ 거리여서 걷기 산책에 제격이다.

 

 

 

노고단 등산로 초입부터 이어지는 형형색색의 야생화들과 정상에서부터 드리워진 운해는 광활한 비경을 선사하기 충분하다. 산 아래까지 내려온 구름바다는 꿈을 꾸는 듯한 비경을 선사한다. /구례군 제공

해발 1천507m의 높이로 솟아있는 노고단은 천왕봉, 반야봉과 더불어 지리산 3대 주봉중의 하나로 수많은 봉우리들 중에서도 영봉(靈峰)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노고단은 봄에는 철쭉, 여름의 원추리와 운해, 가을의 단풍과 더불어 겨울의 설경은 철따라 변하는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어 땀 흘려 올라온 사람들에게 청량한 상쾌함을 언제나 선사해준다.

특히 노고단 아래 펼쳐지는‘구름 바다’의 절경(絶景)은 가히 지리산을 지리산답게 만드는 제1경(景)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남쪽으로부터 구름과 안개가 파도처럼 밀려와 노고단을 감싸 안을 때 지리산은 홀연히 아름다운 구름바다의 장관을 이룬다.

노고단은 지리산 종주 능선상의 서쪽 기점을 이루며, 화엄사, 천은사, 만복대, 피아골, 뱀사골 등의 등산코스는 이곳을 경유해야 한다. 시간이 부족한 사람들은 구례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성삼재까지 와서 1시간여 걸어서 노고단에 오를 수 있으며, 호젓한 가을 산길을 걷고 싶은 사람들은 화엄사에서 3~4시간 정도 걸어서 노고단 정상에 다다를 수 있다.

 

 

 

노고단 운해

세계 최초 구례의 한국압화박물관은 공립 전문박물관으로 정식 등록됐다.

2002년부터 매년 대통령 훈격의 대한민국 압화대전을 개최하고 전국 유일의 압화전시관을 운영했다.

표본, 채집기구와 압화 초기부터의 작품 731점을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학술적 고증을 거쳐 2016년 5월 26일 1종 전문박물관으로 등록을 마쳤다. 다양한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체험, 판매까지 할 수 있어 구례 문화예술관광의 명소로서 꼭 한번은 둘러봐야 한다.

이외에도 남도이순길로 조성된 백의종군로와 조선수군재건로, 섬진강 둑방길, 치유의 숲길 등 구례에는 가을 정취를 맛보며 걸을 수 있는 곳이 여러 곳이다.

백의종군로는 산동면 산수유시목지에서 지리산둘레길센터를 거쳐 석주관성까지, 조선수군재건로는 섬진강천문대에서 석주관성까지 총48.7㎞에 걸쳐 만들어졌다.

섬진강 둑방길은 토지면 오미리 앞 들판과 섬진강을 옆에 끼고 강촌풍경을 즐기면서 걸을 수 있다. 섬진강에 비치는 석양과 수달전망대에서 수달을 찾아보는 재미도 더해진다.

화엄사에서 연기암까지 2.3㎞의 치유의 숲길은 노고단에서 내려오는 상쾌한 계곡을 옆에 끼고 조용히 사색 하며 걸을 수 있는 숲길로 구례에서 친근하게 걸음 할 수 있는 첫째가는 산책로로 손색이 없다.

“좋은 약을 먹는 것보다 좋은 음식을 먹는 것이 낫고, 좋은 음식을 먹는 것보다 걷는 게 더 좋다”고 한다.

단사표음(簞食瓢飮), 대그릇의 밥과 표주박의 물같은 소박한 마음의 산책을 구례에서 경험하기를 바란다.

/김영민 기자 kym@namdonews.com

구례/김영하 기자 kyh@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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