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 ‘세종’의 무한한 측은지심, 그 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대왕 ‘세종’의 무한한 측은지심, 그 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박상신 칼럼니스트>
 

언제부터인가 3면이 바다인 어촌마을 주민들은 온 힘을 다해 과일 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 신기하게도 그 나무는 주민들과 대화하는 나무였다. 그래서인지 주민들은 그 나무를 ‘소통의 나무’라 불렀고, 정성을 다해 가꾸고 알찬 열매가 맺길 기원했다. 오곡으로 물든 어느 가을날. 빨간 완장을 찬 낯선 이방인들이 평화로운 마을로 들이닥쳤다. 그리고 그들은 주민들에게 자신들이 소통 나무의 주인이라 주장하며 철조망으로 나무 주위를 겹겹이 에워싸곤 누구의 접근도 허락하지 않았다. 그 후, 마치 소통의 나무는 이방인의 행동이 당연하다는 듯, 그들과 밀통(密通)하며 주민들과의 소통을 일방적으로 끊어버렸다. 그 순간, 하늘엔 먹구름이 가득하고 암흑이 마을 전체를 뒤덮었다. 시간이 지나자, 마치 이방인은 소통 나무의 주인처럼 행세하며 주민들을 농단해 나갔다. 추수일이 다가오자, 이방인의 곳간은 소통나무의 알찬 과실로 가득히 채워졌다. 어느 새 소통 나무는 불통의 나무로 변모했고, 나무는 썩어 들어가 이젠 앙상한 가지만 남고 말았다.

아이들 동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가 현실이 되는 지금, 국민은 웃프다.(우습고 슬프다란 신조어)

연일 국민들 사이에 회자되는 이야기들이 있다. 대통령의 주위엔 ‘좌(左)순실, 우(右)병우’라는 자조섞인 말들이 나돈다. 청와대 비선 실세인 최순실과 민정수석 우병우를 빗대는 말이다. 현재 대통령의 주변은 캐도캐도 솟아나는 화수분처럼 끝 없는 의혹과 증거들이 꼬리를 물고 나온다.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은 정윤회 문건의 유출을 염두에 두고 “국기문란 행위”라고 규정했다. jtbc에서 보도한 최순실의 대통령 연설 문건 및 비서실장 교체 문건 외 국정 농단 문건 등 유출의 정황 증거들은 의혹이 아니라 일부가 확실한 증거로 판명됐다. 이 또한 “일고의 가치가 없는 의혹”이라 말할 수 있는가? 감히 국민에게 권력을 위임 받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반문해 본다.

2013년 9월 5일 청와대, 러시아 이타르타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의 좌우명이 “제가 가진 모든 열정, 관심, 시간을 국민 행복에 바치겠다는 것이 지금 좌우명이다”고 밝혔다.

2016년 9월 26일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김재수 농림축산식품장관 해임건의안 강행처리를 주도한 정세균 국회의장이 물러날 때까지 무기한 단식을 하겠다고 밝혔다. 7일 단식도 비공개인 코메디로 끝났지만, 단식장소와 새누리당 연석회의 석상 뒤편엔 큰 글씨로 ‘국민을 섬긴다’란 문구가 선명히 걸려 있었다.

‘국민을 섬긴다’ 와 ‘국민 행복’은 동일한 이야기다. 도대체 누구를 섬기고 누구를 행복하게 만든다는 말인가! 대한민국 헌법 1조 2항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돼 있다. 대다수의 국민은 지금 이 말이 “대한민국의 주권은 비선실세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최순실과 그 비선실세로부터 나온다”고 밖에 들리지 않는다.

세월호의 진실, 메르스 사태, 개성공단 일방적 폐쇄, 담뱃값 인상의 숨겨진 진실, 역사교과서 국정화, 한일위안부 협상의 실체, 우병우 사태, K-미르재단 의혹, 대통령 연설 및 비서실장 인사교체 문건 유출 등 앞으로 어떤 수많은 의혹들이 터져 나올지 모른다. 이 모든 사건이 국민들에겐 헤아릴 수 없는 자괴감과 상처로 다가온다. 갖가지 모든 의혹과 묻혀진 진실이 박근혜 정권의 모습이 진정 아니길 기대해 본다. 하지만 이 모든 의혹과 진실에 대해 해명은커녕 대통령은 25일 발표한 2분짜리 짤막한 사과문으로 퉁쳐 버렸다. 시간이 없다. 박 대통령은 진실 규명에 대한 구체적 대안과 책임자 처벌에 대하여, 한 점의 의혹도 남기지 말고 소상히 국민에게 알리고 석고대죄는 물론 형사책임도 져야 한다. 검찰도 초심으로 돌아가라. 청와대 위엔 권력을 부여한 국민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여야 막론하고 지금 위정자들은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심해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국민이 받은 상처가 하루 빨리 아물 수 있도록 열과 성을 다해 제도를 정비하고 민생을 챙겨야 한다. 국민의 마음을 치유하는 가을 하늘처럼 청명한 법제와 운영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한글날이 지났다. 600여년 전, 헐벗고 무지한 백성을 위해 치유의 손길로 고통을 함께 한 대왕 ‘세종’의 무한한 측은지심(惻隱之心), 그 마음을 위정자들은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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