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규 시장의 실리와 나주시민단체의 명분

강인규 시장의 실리와 나주시민단체의 명분

<최혁 남도일보 주필>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은 국민들이 대통령에게 위임한 권력을 엉뚱한 사람이 사용했다는 데 있다.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할 청와대 비서관과 장·차관들이 ‘그 엉뚱한 사람’을 위해 집사노릇을 했다는 점도 경악할 일이었다. 나라 돈도 그 엉뚱한 사람의 곳간을 채우는데 들어갔다. 알고 보니 대통령은 허깨비였고, 비서관·차관이란 사람들 역시 눈칫밥에 이골 난 아전 정도에 불과했다.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실체적 진실이 밝혀질수록 박근혜 대통령의 힘은 더 빠질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그동안 국정수행을 하면서 그 누구도 토를 달 수 없을 정도로 ‘위엄 있게 내놓은 말’(대통령 연설문) 상당수가 ‘사교(邪敎)의 영향과 훈수(訓手)에서 비롯된 허접한 말’들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이상 박 대통령의 권위는 다시 회복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식물대통령으로서 겨우 임기만 채울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의 ‘날개 없는 추락’은 친박(親朴)들의 동반몰락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정치적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사람 중의 한 사람은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될 것이다. 이 대표는 최순실씨가 대통령 연설문을 고쳤다는 보도가 나오자 “나도 연설문 쓸 때 친구이야기도 듣고 한다”며 박 대통령을 감싸고만 돌았다. 온 국민이 분개할 때 이 대표는 오히려 “그럴 수도 있지~”라며 민심에 역주행을 했다. 그런 친박의 행태에 국민들은 더욱 분개하고 있다.

이 와중에 나주시가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에게 ‘나주명예시민패’를 주는 문제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발단은 강인규 시장이 나주지역개발에 큰 도움을 준 윤 의원에게 명예시민패를 주려하면서부터다. 그러자 당장 나주시 시민단체들이 ‘나주시민의 자긍심에 상처를 주는 일’이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외견상 뜬금없는 일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윤 의원에게 명예나주시민패를 준다는 것은 의미가 있는 일이다. 다만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윤상현 의원은 대표적인 친박 인사다. 호남사람들에게 윤 의원은 비호감이다. 그는 사석에서 박 대통령에게 ‘누님’이라고 부른다는 인사다. 그 정도면 그가 이 정권에서 얼마만큼의 권력과 호사를 누렸는지 가늠이 된다. 지난 4·13총선과 관련 새누리당 공천과정에서 그는 당시 김무성 대표를 겨냥해 “죽여버리게~”라는 험한 말을 하는 가 하면 ‘대통령의 뜻’임을 내세워 모 정치인에게 지역구 변경을 종용하는 등 온갖 위세를 떨었다.

예로부터 나주사람들은 의롭다. 나주에 대한 긍지와 자존심이 세다. 한편으로는 걸걸하다. 그런 나주사람들인데 강인규 시장이 윤상현 의원에게 명예시민패를 줄 것이라는 말에 펄쩍 뛰지 않을 리가 없다. 나주사랑시민회와 민주노총 나주시지회 등 1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명예시민위촉저지공동대책위원회는 “지역경제에 도움을 주었다는 이유만으로 윤 의원에게 명예시민패를 준다는 것은 자긍심에 상처를 주는 것이니 철회돼야 한다”고 반발했다.

나주시는 지난달 30일 나주 반남면 마한문화축제장에서 열렸던 제22회 나주시민의 날 기념식에서 윤 의원에게 명예시민패를 전달할 계획이었다. 그렇지만 결국 시민단체들의 반발로 이는 무산됐다. 참으로 아쉬운 대목이다. 까다로운 나주시의회도 지역발전을 위한 대승적인 차원에서 동의해준 명예시민패 수여였다. 윤 의원 측은 강 시장과 나주시민이 보여준 감사의 뜻을 마음으로만 잘 받겠다는 의사를 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적으로는 나주발전에 큰 힘을 보태줄 원군(援軍)을 잃어버렸다는 생각이다. 정치적으로 싫었다면, 인물은 내치되 그 공적은 인정해 주는 게 좋았을 것이다. 윤 의원은 강 시장의 부탁을 받아 빛가람에너지밸리 조성과 한전 에너지밸리 연구개발 센터, 농공산단 마이크로그리드 구축 등에 큰 힘을 발휘했다. 나주시 발전에 큰 공을 세웠다. 그런 사람에게 너무 야박했다는 생각이다. 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나주는 실리를 놓쳤다.

기자는 나주시민들이 명예시민패 전달을 짐짓 모른 체 해주는 게 더 현명한 처신이었다고 생각한다. “당신은 정치적으로 우리와 맞지 않지만 나주를 걱정해주고 도와준데 대해서는 감사하다”며 고마운 마음을 그렇게 표현하는 것이 좋았을 것이라 여긴다. 그것은 훼절이 아니다. 배려에 대한 감사의 표시다. 명예시민증은 정치적 동지에게 주는 것이 아니다. 지역의 발전과 명예를 높인 자에게 주는 것이다. 적장(敵將)이라하더라도 용(勇)하면 그를 취해 천하를 얻는 게 영웅이다. 지혜이기도 하다. 흑묘백묘(黑猫白猫)론의 실용적 정신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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