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68년 헌정사 첫 檢조사ㆍ특검수용

9분 대국민담화 "제 불찰로 일어난 일…모든 책임 질 각오

"헌법상 불소추 특권에도 '野반발ㆍ민심악화'에 '수사수용

'"국정 한시도 중단안돼…여야대표와 소통"…영수회담 추진

 

68년 대한민국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재임 중 발생한 의혹 사건으로 검찰 및 특검 수사를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은 4일 오전 춘추관 2층 기자회견장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최순실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사태와 관련해 "필요하다면 저 역시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할 각오이며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9분 가량 담화에서 "이 모든 사태는 저의 잘못이고 저의 불찰로 일어난 일이다. 저의 큰 책임을 가슴 깊이 통감하고 있다"며 "어느 누구라도 이번 수사를 통해 잘못이 드러나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저야 할 것이며, 저 역시도 모든 책임을 질 각오가 돼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는 이번 일의 진상과 책임을 규명하는데 있어서 최대한 협조하겠다. 이미 청와대 비서실과 경호실에도 검찰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도록 지시했다"고 전제한 뒤 "앞으로 검찰은 어떠한 것에도 구애받지 말고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밝히고 이를 토대로 엄정한 사법처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박 대통령은 '수사 가이드라인' 논란을 의식한 듯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말씀드리기 어려운 점을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저의 설명이 공정한 수사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염려해 모든 말씀을 드리지 못하는 것뿐이며 앞으로 기회가 될 때 밝힐 것"이라고 양해를 구했다.

박 대통령은 최 씨와의 관계에 대해선 "홀로 살면서 챙겨야 할 여러 개인사들을 도와줄 사람조차 마땅치 않아 오랜 인연을 갖고 있었던 최 씨로부터 도움을 받게 됐고, 왕래하게 됐다"고 재차 설명했다.

이어 "제가 가장 힘들었던 시절에 곁을 지켜줬기 때문에 저 스스로 경계의 담장을 낮췄던 것이 사실"이라며 "저 스스로 용서하기 어렵고 서글픈 마음이 들어 밤잠을 이루기도 힘이 든다"고 본인의 불찰을 시인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전국에 TV로 생중계 되는 가운데 두 번째로 국민 앞에 섰다. 지난달 25일 첫 대국민 사과를 한 뒤로 열흘 만에 재차 국민의 용서를 구했다.

박 대통령은 "이번 최순실씨 사건으로 이루 말할 수 없는 큰 실망과 염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무엇보다 저를 믿고 국정을 맡겨주신 국민 여러분께 돌이키기 힘든 마음의 상처를 드려서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고 고개를 숙였다.

미르 및 K스포츠 재단 의혹에 대해선 "국가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된 일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행위까지 저질렀다고 하니 너무나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검찰수사 수용 입장을 공식 표명함으로써 헌정사상 어두운 페이지의 주인공이 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현직 대통령은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된 적이 없다. 방문, 서면, 소환 등 어떤 형태의 조사도 받은 전례가 없다.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는 헌법 84조(불소추 특권)에 따라 현직 대통령은 수사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8년 2월 'BBK 주가조작 연루' 의혹 사건과 관련해 3시간 동안 정호영 특별검사팀의 방문 조사를 받은 적이 있지만,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었다. 고(故) 최규하 전 대통령은 1979년 10ㆍ26 이후 대통령 권한 대행 시절 조사를 받았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 당일 행적에 대한 참고인 조사였다.

헌법상 불소추 특권이 있음에도 박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아들이게 된 것은 불가피한 수순이었다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평가다. 재단 설립 지시 여부 및 최 씨와의 연관성, 대통령 연설문 사전유출 의혹 등 최순실 게이트의 전모를 밝히기 위해선 박 대통령을 조사해야 한다는 여론이 대두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그러나 이날 담화에서 책임총리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김 총리 내정자에게 내치분야에서 권한을 대폭 이양하겠다는 의지도 별도로 밝히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대신 "국정은 한시라도 중단돼선 안된다. 대통령 임기는 유한하지만 대한민국은 영원히 계속돼야 한다"며 "더 큰 국정혼란과 공백상태를 막기 위해 진상규명과 책임추궁을 검찰에 맡기고 정부는 본연의 기능을 하루속히 회복해야 한다"며 김병준 책임 총리 인준의 필요성을 간접적으로 호소했다.

또한, "여야 대표들과 자주 소통하면서 국민 여러분과 국회의 요구를 무겁게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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