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宣祖)와 박근혜 대통령

선조(宣祖)와 박근혜 대통령

<최혁 남도일보 주필>
 

선조(宣祖)는 조선에 비극을 안겨준 왕이었다. 나라를 지키지 못했으며 목숨을 건지기 위해 백성들을 쉽게 버렸다. 충신과 의병들을 내치고, 주변에서 듣기 좋은 소리만 하던 측신(側臣)들에게 공(功)을 돌렸다. 시기와 질투로 이순신장군을 홀대했고 많은 의병장들을 죽음으로 몰았다. 조선의 장수와 의병이 조선을 구했지만 명의 덕분이었다며 사대(事大)를 더했다. 동인과 서인의 권력다툼을 이용해 눈 밖에 난 신하들을 제거한 간왕(奸王)이기도 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조선정벌 야욕에 따라 1592년 음력 4월 13일 잘 훈련된 왜군 20만 명이 부산에 상륙했다. 조총을 든 일본군의 공격에 조선군은 추풍낙엽이었다. 조선을 지키는 군사들은 숫자도 적었고 훈련도 제대로 돼 있지 않았다. 왜군들은 보름 만에 한양 가까이 다가왔다. 파죽지세였다. 4월 30일 새벽 선조는 궁을 빠져나갔다. 호위병은 100여명에 불과했다. 사관들은 선조가 부랴부랴 서울을 떠나는 모습을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하늘에서는 비가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밖은 칠흑같이 어두웠다. 왕은 내시 두서너 명과 함께 마루방에 앉아있었다. 무뢰한들이 대궐로 난입해 거리낌 없이 재물들을 훔쳐갔다. 시녀들은 사색이 된 채로 맨발로 궁문을 빠져나왔다. 모두들 눈물을 흘리며, 혹은 통곡하는데 곡소리가 하늘에 사무쳤다”

선조는 파주, 개성을 거쳐 평양성으로 피신했다. 몽진(蒙塵). 머리에 먼지를 뒤집어쓴다는 뜻이다. 임금이 난리를 피하여 안전한 곳으로 몸을 피하는 것을 비유한다. 선조의 몽진은 비참했다. 백성들은 선조에게 돌을 던지며 욕을 퍼부었다. 나라 지키기를 게을리 해 나라와 백성을 고통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것을 원망했다. 목숨을 지키기 위해 구차하게 도망가는 임금을 저주했다. 왕의 위엄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백성에게 버림받은 왕이었다.

한양을 떠나 한 달 뒤 평양에 도착한 선조는 “더 이상 북쪽으로 가지 않고 죽음으로 평양성을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왜군이 대동강까지 몰려왔다는 소식을 듣자 선조는 다시 몽진 채비를 했다. 백성들은 평양성을 빠져나가는 왕의 앞을 가로막고 울부짖었다. 선조는 군사를 동원해 소요를 진압한 뒤 평양성에 남겠다며 백성들을 안심시켰다. 그런 뒤 선조는 몰래 평양성을 탈출했다. 선조의 ‘평양사수’약속은 1주일 만에 그렇게 허망하게 깨졌다.

선조는 6월 20일 압록강 근처 의주에 도착했다. 선조는 명으로 넘어가려했다. 유성룡 등이 결사적으로 반대해 ‘명나라 망명’은 무산됐다. 후에 선조는 “명으로 가려했던 것은 명나라에 지원군을 빨리 보내도록 채근하기 위해서였다”고 변명했다. 그러면서 이순신장군과 의병장들의 명성을 시기해 ‘조선을 구한 것은 명나라 때문이었지 조선 장수나 의병 덕분이 아니었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목숨을 걸고 싸운 의병장들을 오히려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선조의 시기와 간신들의 모함으로 이순신장군은 백의종군의 치욕을 감수해야했다. 선조는 또 역모 혐의를 쓴 김덕령의병장의 결백을 밝혀주지 않고 고문을 받다가 죽도록 했다. 임진왜란 중인 1596년 충청 홍산에서 이몽학이 반란을 일으켰는데 반란군중 한명이 문초를 받다가 “곽재우나 김덕령도 다 이몽학의 수하”라고 자백했다. 고문을 벗어나기 위한 허무맹랑한 소리였다. 유성룡 등이 신중하게 재조사해야 한다고 했지만 선조는 이를 묵살했다.

의병장 곽재우가 관직을 사양하고 산으로 들어간 것도 대신들의 모함과 선조의 어리석음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이었다. 선조는 임란 후 논공행상을 벌이면서 자신과 함께 피난길에 올랐던 측신들(실제로는 무능하고 비겁했다)이 조선을 구했다고 치켜세웠다. 목숨을 걸고 왜군과 싸운 장수와 의병장들은 홀대했다. 선조는 자신을 수행한 86명을 호성공신(扈聖功臣)에 책봉했다. 이에 반해 전투에 공을 세운 선무공신(宣武功臣) 책봉은 18명에 불과했다.

백성을 버리고, 또 거짓말로 속이면서까지 피난 갔던 선조의 모습은 6·25 전쟁 때 ‘서울사수’를 외치면서 이미 도망갔던 이승만 전 대통령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지금은 나라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놓고도 변명과 거짓말로 일관하고 있는 박근혜대통령이 같은 꼴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선조에게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제자리에 있어야 한다고 백성들이 읍소했지만 지금은 퇴위가 나라를 구하는 것이라며 국민들이 청와대에 외치고 있다는 것이다.

일제로부터 이 나라를 지켜내기 위해 몸부림쳤던 의병들의 공을 그에 합당하게 기리지 않고 있는 대한민국. 조선독립을 위해 삶과 재산을 다 내놓고 싸웠던 독립애국지사들 보다 일제에 빌붙어 조국과 민족을 팔아먹었던 친일파들이 더 호의호식하고 있는 대한민국. 측근들 몇 사람이 나라살림과 인사를 말아먹은 대한민국. 이 나라를 다시 세워야 한다. 과거의 잘못들은, 광화문을 밝히고 있는 횃불에 다 태워버려야 한다. 무능한 지도자부터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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