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블레스 오블리주

노블레스 오블리주
-사회 지도층의 병역의무와 재산형성의 투명성을 바라면서

<문정현 법무법인 바른길 대표 변호사>
 

병역기피 의혹, 위법적 부동산 투기, 불법적 전입, 표절의혹 등등…

이 나라의 국정을 책임지게 될 장관이나 고위 공무원들의 청문회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메뉴이다. 도대체 이런 전력이 없으면 지도층이 될 수 없다는 것인지, 이 나라에 깨끗하고 능력있는 사람은 씨가 말랐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유유상종이라고 했던가. 부패한 지도자의 주변에는 부패한 사람들이 들끓을 수밖에 없다는 진리를 이제야 통감하고 있으니 서글플 따름이다. 왜 우리나라 지도층은 물론이고 그 자녀들까지 병역기피 의혹이 난무하고, 재산형성과정이 투명하고 떳떳하지 못하는가? 높은 사회적 신분을 가진 자들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책무는 우리 사회에 어울리지 않은 명제일 뿐인가?

영국왕실은 세계의 부러움을 살만큼 영국민의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다. 왜 일까? 영국의 역사적 전통에 따른 것도, 영국민의 특별한 국민성 때문도 결코 아니다. 그 원인은 영국왕실이 보여준 모범적이고 도덕적인 자세 때문이다. 국민의 존경을 받기에 충분한 도덕적 의무를 결코 소홀히 하지 않는 당당한 자세가 영국민의 사랑과 존경을 불러일으켰을 따름이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대영제국의 공주로서 아버지인 조지 6세의 허락을 받아 군용트럭을 직접 운전하였고, 그녀의 아들 앤드류 왕자는 영국과 아르헨티나 사이에 일어난 포클랜드 전쟁 당시 조종사로 직접 참전하였으며, 그녀의 남편인 필립공도 2차 세계대전에 직접 참전하였다. 어디 그 뿐인가? 그녀의 큰 아들인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너 왕세자비 사이에 태어난 해라왕자도 최전선 군복무를 지원하지 않았던가. 영국왕실이 보여준 깊은 애국심과 이를 당당하게 실천하는 모범적 태도에 영국민이 박수를 보내고 경의를 표시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지 않은가.

그런데 우리나라의 지도층은 기본적인 병역의무조차도 기피하는 이가 많고, 본인은 물론이고 그 자녀들까지 병역기피 의혹을 지울 수 없는 일이 허다하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입으로는 국가안보를 튼튼히 해야 한다며 북한과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태도이다. 그들은 전쟁이 아닌 평화를 이 땅에 뿌리내려야 한다는 시민들의 소리는 종북 좌파라 치부하며 자신들만이 이 나라를 지키는 애국자인 양 떠들어대고 있다. 어디 그 뿐인가? 재산형성 과정도 불투명한 것은 고사하고 불법적 방법에 특권을 이용하는 비도덕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높은 사회적 신분에 따른 도덕적 책무, 즉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그들에게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은 엉뚱한 소리에 불과한 모양이다. 물론 이 나라 지도층 전부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자랑하고 싶고 소중하게 감싸안고 싶은 지도자도 없지는 않아 그나마 위로를 받고 있다.

이와 같은 답답한 현실은 현란한 말과 구호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제도적인 장치를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슴벅찬 촛불민심은 대통령의 하야만에 있지 않다고 믿는다. 이 나라의 구조적 모순과 기득권 세력의 잘못된 의식과 그들을 위한 잘못된 제도를 이번 만은 한번 뜯어 고치고 싶어하는 개혁에 대한 열망이 담겨 있다고 나는 믿고 있다.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힘 없고 가난에 힘들어하는 서민이 함박 웃을 수 있는, 국민으로서 기본적 책무를 다하며 당당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이 스스로를 자랑스러워 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을 꿈꾸는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 나라의 고위 관료와 일정 규모 이상의 대기업 임원 및 그 오너들, 국회의원을 비롯한 사회적 지도층이라고 평가받은 특수한 신분을 가진 사람들은 국민 앞에 병역의무의 이행실태를 낱낱이 공개하게 해야 한다. 그들 자신은 물론이고 그들 자녀들에 대한 병역의무를 구체적으로 공개하여 기피의혹이나 어떤 특혜의혹에 대해서도 국민의 감시를 받게 하는 제도적 장치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지도층이 병역의무의 모범을 보일 때 국가의 안보가 튼튼하게 되는 것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그들의 재산변동 상황도 낱낱이 공개하여 재산의 증감정도와 그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게 하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 이는 경제정의를 구현하는 첫 걸음이 될 것이다. 그들이 어떤 방법으로 얼마의 재산을 증식하고 무슨 이유로 재산이 감소된 것인지를 국민에게 공개하게 하는 것은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국민들에게 우리 경제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믿게 하여 정의로운 사회구현에 이바지 할 것이다. 노르웨이의 경우 도시에 따라 시민들의 재산변동상황을 매년 공개하고 이를 시민들이 열람할 수 있게 하고 있다. 투기적 방법이나 비도덕적 방법에 의한 재산증식은 본인은 물론이고 사회를 병들게 한다.

겨울비가 소리 없이 내리는 아침이다. 그 추웠던 겨울이 지나면 따듯한 봄이 어김없이 찾아오듯 우리의 내일도 더 따뜻하고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 꿈이 아닌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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