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인구색’ 팀의 ‘광주의 숨결을 찾아서…’

‘구인구색’ 팀의 ‘광주의 숨결을 찾아서…’

<최혁 남도일보 주필>
 

2주전, 전화를 한통 받았다. 광주광역시 공무원 P씨였다. 그는 “최 주필의 조언덕분에 광주의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좋은 보고서를 만들게 됐다”며 “저희 팀이 제출했던 보고서가 최우수 보고서로 채택되는 영광을 안았다”고 말했다. P씨는 기자가 지난 여름 광주시공무원교육원 중견간부리더과정에 강의를 갔다가 만난 분이다. 기자가 맡았던 강의는 ‘광주의 역사와 문화’에 관한 것이었는데 강의가 끝난 후 P씨는 기자를 찾아와 여러 가지를 물었었다.

중견간부리더과정에는 여러 팀이 있었다. 연수공무원들은 팀을 이뤄 광주 시정이나 지역발전과 관련된 연구결과 보고서를 하나씩 제출하게 돼 있었다. P씨는 ‘구인구색 팀’의 리더였다. 팀원이 아홉 명이어서 그렇게 이름을 지은 것 같았다. ‘구인구색 팀’은 ‘의향광주 이미지개선방안’을 준비하고 있었다. P씨는 기자에게 시간을 내줄 수 있느냐고 물어왔다. 며칠 지나 그는 연락을 해왔고 기자는 아홉 명 공무원과 저녁식사를 하면서 오래 이야기를 나눴다.

그것이 5개월 전의 일이었다. 기자는 매우 궁금했다. P씨와 팀원들이 5개월 동안 고민하면서 만든 ‘광주이미지 제고방안’이 과연 무엇이었는지 알고 싶었다. 기자는 그 때 강의에서 “광주의 이미지가 5·18민주화운동에만 국한돼 있는 느낌이 많다”며 “그러나 예부터 광주가 지녀온 정신은 매우 깊고 원대하며, 예술은 보석처럼 곳곳에서 빛나고 있으며, 곳곳이 역사현장이니 이를 잘 꿰면 의와 충, 예의 광주이미지를 살려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었다.

그러면서 기자는 광주천 좌우에 자리한 봉선·방림·양림동 일대는 한센병 환자를 비롯 병들고 헐벗은 이들을 내 몸처럼 아끼던 유진벨·오웬·최흥종 목사의 인애와 박애정신이 넘쳐났던 곳이니 이 일대를 ‘휴머니즘의 요람’으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정인세·김준·이현필 선생 등이 헌신적으로 운영했던 동광원과 귀일원, 소화자매원등이 자리했으니 광주를 ‘사랑의 도시’로 널리 알리는데 부족함이 없을 것이라고도 밝혔다.

한편 동광원의 생활지표였던 자조·협동정신은 새마을정신으로 이어져 조국근대화의 원동력이 됐다. <광주산책>을 지은 김정호선생에 따르면 봉선·방림동이 지니고 있는 인류애와 근면의 정신을 기려 오산학교 교장을 지냈던 유영모씨는 광주를 ‘빛고을’이라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후 함석헌 선생 등이 광주를 지칭할 때 빛고을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했다. ‘빛고을’이라는 말은 ‘光州’라는 한자를 단순히 한글로 풀어쓴 것이 아닌 것이다.

따라서 ‘빛고을’이 품고 있는 인애와 헌신, 자강(自强)의 정신을 국민들에게 자세히 알리는 것이 광주의 이미지와 빛고을 시민으로서의 자긍심을 높이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한 그 방법론을 놓고 고민해야 하는 것이 광주시 공직자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5·18민주화운동 발상지’라는 광주에 대한 단선적(單線的) 접근시각을 벗겨내기 위해서는 광주가 지닌 충(忠:각종 의병·항일투쟁)의 정신을 좀 더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서는, 광주천 백사장은 한말의병들이 총살당한 곳이며 누문동에는 광주학생독립운동의 진원지인 광주고보(현 광주제일고)가 있으니 구국과 충의의 장소로 부각시키는 것이 마땅하다고 제안했다. 또 일제가 조선사직에 대한 조선인들의 미련과 통한을 차단시키기 위해 양림동과 서동 사이 구릉에 있던 사직단을 없애버린 뒤 공원으로 만들어 버렸는데 이에 대한 정신적 복원작업(광주 사직제 규모 확대나 역사교육)이 절실하다고 밝혔었다.

뿐만 아니라 조선관아 건물이 즐비했던 충장로와 황금·불로·대의동 일대가 일제의 침략이 시작되면서 일본인 거주마을(洑作村)과 권번(券番:기생 요리집), 그리고 일본인 상점들이 들어선 것을 대비시키면 망국의 서러움과 나라의 소중함을 일깨울 수 있는 애국의 현장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일제가 두 동강을 내서 공원 두 개를 만들어버린 성거산(지금의 광주공원 일대)에 대한 역사적 조망도 절실하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P씨가 보내온 <의향광주이미지개선방안>보고서는 이들 역사적 현장에 대한 의미와 활용방안을 아주 잘 정리한 것이었다. 기자는 매우 기뻤다. 기자는 공직자와 학생들에게 강의하면서 광주의 역사와 옛 모습을 기억하는데 정성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래야 광주가 안고 있는 정신을 제대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구인구색’ 팀 공직자들이 지난 몇 개월 동안 구석구석을 누비며 광주의 숨결을 느끼고, 또 광주의 이미지를 높이려 땀 흘린 것에 대해 큰 박수와 격려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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