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현관에 서니, ’민수군주(民水君舟)'이고 안팎이 다 붉다

2017년 현관에 서니, ‘민수군주(民水君舟)’이고 안팎이 다 붉다

<형광석 목포과학대학교 교수>
 

오늘은 양력으로는 2017년 정월 초하루이나 음력으로는 섣달 초나흗 날이다. 2017년 1월은 2016년과 2017년이 겹치는 달이다. 지나간 2016년의 그림자가 가물거리고, 다가와서 지나갈 올해의 그림자가 가물거리는 1월은 마치 아파트의 현관(玄關)과 같다. 문자대로 하면, 현관은 가물거리는 문간이다. 현관에 서면, 비록 가물거릴망정 집안도 보이고 집 밖도 보인다. 라틴어 야누스(janus)는 현관을 뜻한다. 그래서 이중인격자로 비치는 두 얼굴을 구사하는 사람을 야누스(janus)라 한다. 로마신화에 나오는 야누스(Janus)는 현관을 지키는 수호신으로서 두 얼굴을 가졌다.

2017년 현관에서 안을 살펴보니, 붉은 원숭이가 한 해의 삶을 정리하고 평가하는 모습이 보인다. 가히 붉은 색이 바다를 이뤘다. 노적성해(露積成海), 즉 이슬방울이 모여 바다를 이루듯이, 영리한 붉은 원숭이 해인 2016년 병신년 끝자락에서 대한민국은 촛불이 모여 촛불바다를 이뤘다. 촉적성해(燭積成海)이다. 바다는 밀물과 썰물이 교대하면서 순환하기에 건강하다. 밀물도 썰물도 모두 도도한 물결이다.

현관에 서서 우리가 헤쳐 나아가야 할 밖을 보니, 붉은 닭이 가물거린다. 지난해처럼 올해도 붉은 색의 기운이 드세게 아른거린다. 2017년 정유년은 붉은 닭이 자기의 끼를 발산할 거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많은 촛불이 모이고 모여서 더 큰 촛불바다를 이루고, 이 촛불바다는 5대양 6대주의 본보기가 될 거다. 그렇게 되지 않고서는 오랜 고대사는 차치하고라도 근현대사 이후 누적적으로 상호작용해온 각종 모순이 해결될 리 만무하다. 잘은 모르지만, 한국사회는 모순이 심화되어서 모순을 둘러싸 안은 철갑옷이 터질 지경에 이르렀다. 비등점 섭씨 100도가 임박했다. 현시대 최고 명문대학 와대(?)에서 여전히 밥 먹으면서도 마치 사이코패스(Psychopath)처럼 국민의 고통은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자기만이 고통을 받는다고 느끼는 자의 아버지가 득세하던 시대에 유행했던 말대로 되면 좋겠다. 즉 발본색원(拔本塞源)과 일망타진(一網打盡)이다. 2017년 촛불바다에서는 모순의 뿌리를 뽑고 모순의 실마리를 뿜어내는 샘구멍을 막아버려야 한다. 그리고 젊은이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 특정하지도 못할 만큼 n개를 포기하고 살아가도록 한 그들을, 퇴임이 코앞인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외국원수와 정상 회담하는 과정에서 그 외국원수가 도통 말귀를 알아먹지를 못해서 혀를 찼다는 전설의 주인공과 같은 자를 내세워서 온갖 패악을 저지르고 거짓말을 밥 삼아서 먹는 그들을 한 망에 모두 때려잡아 넣어야 한다. 일망타진해야 한다.

그러려면, ‘군주민수(君舟民水)’가 아니라 ‘민수군주(民水君舟)’이어야 한다.

교수신문에서 보니, 전국의 교수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2016 올해의 사자성어’는 ‘군주민수(君舟民水)’다. 임금은 배이고,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고 뒤집어엎어버리기도 한다. 원문은 ‘군자주야 서인자수야 수즉재주 수즉복주(君者舟也 庶人者水也. 水則載舟 水則覆舟)’<순자(苟子)>이다.

‘군주민수’는 순자가 임금에게 늘 생각하라고 권한 말이다. 주인공은 임금이지 백성이 아니다. 백성은 임금인 너를 위해서 존재하나, 백성이 분노하면 네가 엎어지니 백성의 분노를 사는 짓은 하지 말라는 뜻으로 이해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백성이 주인이다. 주인공은 백성이다. 그렇다면, ‘민수군주(民水君舟)’이어야 한다. 순서만 바뀐 건데, 대수이냐 할지 모르나, 말의 순서는 대단히 중요하다. 감정과 정감, 열정과 정열, 사랑과 결혼, 결혼과 사랑. 사랑하기에 결혼한다면 ‘사랑과 결혼’이 맞고, 중매결혼처럼 결혼했기에 사랑한다면 ‘결혼과 사랑’이 맞다. 말의 배열을 달리하면, 인과관계가 완전히 뒤바뀐다.

붉은 색은 마음의 색이다. 2017년 우리는 마음을 모으고 물이 되어 더 큰 촛불바다를 이룰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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