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개혁, 청년의 자기모순 탈출 촉진

재벌개혁, 청년의 자기모순 탈출 촉진

<형광석 목포과학대학교 교수>
 

고속버스 안이다. 텔레비전 화면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특검에 소환되는 사건과 관련된 영상이 비친다. 선망의 직장이고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의 최고 책임자가 그렇다. 이를 보는 취업 준비생은 어떤 생각을 할까?

집을 나서기 전에 신문을 보니, 거대 재벌의 회장이 감옥에 있을 때 사면을 둘러싸고 벌어진 최고 권력층과 그 재벌 간의 뒷거래의 정황에 관한 기사가 눈에 밟힌다.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실감난다. 돈 있으면 안 되는 일이 없고, 돈 없으면 되는 일이 없다. 혹자는 한국사회를 안 되는 일도 없고 되는 일도 없는 나라라고 평한다.

거대 재벌의 회장이나 책임자가 사회적으로나 법적으로 용인되기 어려운 일을 일용할 양식처럼 여기지 않는다고 말하기 어려워 보인다. 법망에 걸려도 워낙 큰 고기인지라 그물을 찢고 나오는 힘이 대단하다. 대개 명분은 국민경제 살리기이다. 그런데 재벌 회장이 법적 처벌을 받을 때, 오히려 그 재벌 산하 기업의 주식 값이 오른다는 전설에 더욱 유의해야 한다.

거대 재벌에 취업하는 일이 젊은이의 목표가 되고, 부모와 주변 사람은 그러한 취업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속칭, 대박이다. 기업가 정신에 비교적 충실한 재벌도 적지 않지만, 일부 거대재벌의 행태는 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조장한다. 그러한 거대 재벌에 취업하려고 인생을 거는 행위가 올바른가? 뒷거래, 탈법, 편법 등을 일삼아 하는 사업체에 들어가서 무엇을 배우나? 세상을 살아가는 잘못된 요령에 숙달되는 전문가가 되지 않을까? 올바르게 생각하고 살아가려고 성찰하는 젊은이는 아마도 자기모순을 깨닫고 번민할 거다.

세상 기준으로 보면, 거대 기업의 취업은 잠정적 성공으로 비치기에 그 취업에 도전하지 않기도 어렵다. 그런 도전을 피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대기업은 임금수준이 높고 고용도 안정적이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니, 그래도 잘 먹고 잘 살아야 하니, 세상이 그런 곳에 취업하라고 다그치니, 그것이 바로 성공이라고 인정해주니, 대기업을 선호하는 배경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나 썩은 사과를 씹는 기분이다.

외환위기 20주년이고 경제위기의 순환주기 상 경제위기 징후가 여러 부문에서 드러나는 2017년 올해는 재벌부문에 대한 개혁이 제대로 이뤄져야 할 시기이다. 그 개혁을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추동할 배짱과 역량을 갖춘 지도자를 광야에서 찾아내야 한다. 그 지도자는 당연히 1997년 12월 외환위기 이후 굳어진 노동자의 열악한 입지를 조장하고 강화해온 각종 제도적 장치를 파사현정하듯 혁파(革罷)할 강인한 의지와 수단을 보여줘야 한다. 노동자를 닦달하듯이 대칭적으로 재벌도, 대기업도 닦달할 수 있는 세력과 기반을 보여줘야 한다.

시간은 흘러 발전도 일궈내지만, 하수구의 슬러지와 같은 모순도 만들어낸다. 하수구의 슬러지를 청소하기가 쉽지 않듯이 경제모순 또한 그렇다. 대홍수로 하수구가 막히고 온갖 슬러지가 밖으로 드러나야 하수구를 청소할 추동력이 생기듯이, 경제모순도 그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현대 한국경제의 주요 위기국면을 보면, 외국에서 돈을 빌려와 꾸려간 차관경제의 모순을 덮어버린 1972년 10월 유신 직전 8·3조치, 중화학공업화의 모순이 발현된 1979년 10·26 직후 1980년 -1.9% 경제성장, 1997년 12월 외환위기, 2008년 9월 세계금융위기 등등이다. 용케도 한국경제를 지탱하는 경제주체의 탁월한 대응으로 위기국면을 헤쳐 왔다.

재벌 산하 기업에 취업하고자 하는 젊은이가 자기모순으로 번민하지 않고 거대기업 근무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도록, 거대 재벌의 회장이 검찰에 소환되고 감옥에 가는 일이 없도록, 노동자가 대한민국 헌법과 근로기준법이 보장한 권리를 주장하다가 닦달 당하지 않도록, 청년이 n개를 포기하기보다는 취업, 연애, 결혼, 출산, 양육 등을 포함한 n개를 선택하도록, 청년들이 젊은 날에 자기모순에 시달리지 않도록, 2017년 대선 무대에 오른 인물 중에서 재벌개혁을 해낼 배짱과 역량을 갖춘 지도자가 누구인지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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