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롯데갤러리, 한국화 권인경·임남진 2人전

‘산수초목(山水草木)’ 한국화, 전통의 틀을 깨다
광주 롯데갤러리, 한국화 권인경·임남진 2人전
‘The room;사색의 공유’…오는 3월 1일까지
 

권인경 作 ‘상상된 기억들’

흔히 한국화라 함은 한지에 먹을 소재로 한 것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화의 변화는 재료와 소재에서 그 통념을 깨고 있다. 산수초목(山水草木) 대신에 도시 풍경이, 수묵의 변용과 다양한 재료의 변화가 눈길을 끈다.

이러한 한국화단의 새로운 움직임을 보여주는 전시가 예향 광주에서 펼쳐진다.

광주롯데갤러리는 새해을 맞아 깊은 감수성이 돋보이는 한국화가 2인의 전시를 마련했다.

오는 20일부터 시작되는 전시 ‘The room;사색의 공유’는 현대 한국화 장르의 형식적 해석을 넘어 주체성과 섬세한 감성, 회화적 힘이 돋보이는 권인경·임남진 작가를 초대, 한국화 50여점을 선보인다.

‘The room ; 사색의 공유’라는 주제처럼 방이 뜻하는 것은 단순히 사람이 거처하는 물리적인 공간으로써의 장소를 넘어 현실 속 번민과 성찰, 기억, 희망, 이상 등 삶의 다양한 정서들이 함축된 심리적 범주의 공간을 말한다.

우리는 저마다 자기만의 방을 갖고 있다. 이는 살아온 세월과 살아갈 시간이 교차하는 기억의 공간이자 다채로운 시공간으로, 이번 전시 ‘The room’이 함축하고 있는 것은 우리 삶의 현재다.

채색화 기법을 통해 주로 풍경을 담아내는 권인경 작가는 전통 재료인 먹과 함께 아크릴 물감으로 오래된 고서의 파편을 콜라주하는 독특한 표현기법을 선보여왔다.

화폭에는 바위산과 강, 아파트, 상점 등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다양한 풍경이 비현실적인 모습으로 혼재돼 있다. 원근과 사실성이 배제된 풍경은 다시점에서 부감한 듯한 느낌이며 왜곡되고 혼재된 풍경을 푸른색의 강줄기나 산이 성곽처럼 에워싸며 한 덩어리의 공간을 드러낸다.

권 작가는 이러한 공간을 ‘Heart-Land’라 칭한다. 중앙 혹은 시원, 심장부로 해석되는 공간은 불안한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도피처이자 궁극의 안식을 상징한다. 시간성을 전제로 한 고서의 파편이 삶의 근원을 향한 움직임으로 읽혀지듯이 작가는 유토피아를 추구하는 인간의 본질적인 고민을 표현한다.
 

임남진 作 ‘京 - 책가도’

감로탱화 형식의 현실주의적 풍속도를 구축해 온 임남진 작가는 기존의 감로탱화 대작과 함께 책가도·상사화 시리즈, 그리고 근작인 ‘스틸 라이프(Still Life)’ 연작을 함께 선보인다.

어느 일상의 한 순간 혹은 정지된 프레임을 포착한 듯한 본 시리즈에서는 무심코 지나쳐버린 우리 삶의 구석구석이 묘사돼 있다.

달빛 아래 포장마차에서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사람들, 홀연히 떠난 지인의 죽음이 안타까운 상갓집 풍경, 생활 속 사물들이 어지럽게 펼쳐져 있는 방과 작업실 등 의미없어 보이지만 지속될 수밖에 없는 일상을 담담히 풀어낸다.

기존 감로탱화 형식의 장막도에서 보여준 현대 삶의 풍속이 광의의 서사라면 그리움과 욕망을 담아낸 상사화 연작과 일상을 근거리에서 포착한 스틸라이프 시리즈는 보다 교감할 수 있는 범주의 서사다.

이렇듯 두 작가가 작품 속에서 풀어내는 현실과 이상이 개인적인 사유에 머물기보다는 보는 이로 하여금 교감의 서정을 이끌어낸다. 두 작가의 공통분모는 ‘나와 세상을 향한 성찰적 태도’다. 화폭은 작가의 투영에 의해 창조된 공간이지만 작가는 작품을 통해 우리의 삶을 수반한다.

새로운 시간에 대한 다짐과 각오가 넘쳐나는 1월. 현실을 살아가야 할 모든 이들에게 각자의 삶을 살피기 위한 사색의 시기이기도 하다. 모두의 삶을 새삼 다독여야 할 시기에 ‘사색의 공유’라는 표현처럼 작품을 통해 나와 우리 서로의 삶을 공감해보는 건 어떨까.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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