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풍 타면 항공모함도 이겨…국민 향해 묵묵히 걸어가겠다”

자치분권 강화…“중앙·지방정부 재정구조 6대 4로 변경”

민주당도 기득권 청산해야…메트로산학협력센터 건립 검토

<광주전남언론포럼 대선주자 박원순시장 초청토론회>

사단법인 광주전남언론포럼(이사장 박준호 동신대교수)과 광주 전남지역 13개 언론사 공동으로 진행한 대선주자 초청 제4차 릴레이 토론회가 18일 개최됐다. 이날 조기 대선과 호남 정치를 주제로 광주염주체육관 내 국민생활관 대극장에서 개최된 토론회의 주자로 박원순 서울시장이 참여했다.

토론회 사회는 구길용 뉴시스 광주전남본부 취재국장이 맡았다. 패널로는 권신오 CBS광주방송 보도국장, 이경수 광주매일신문 기획실장(전 광주매일 편집국장), 김종석 무등일보 전략기획국장(전 무등일보 편집국장), 이용규 전남일보 편집국장이 참여해 ▲최순실 게이트와 촛불 민심 ▲조기 대선과 민주당 경선 ▲개헌론, 4당 체제, 제3지대론 등 현 정국에 대한 시각▲대선과 호남민심 등에 대한 다양한 토론을 벌였다.

다음은 박 시장과 패널들간 일문일답.

◇최순실 게이트와 촛불 민심
 

박원순 서울시장

-이경수=차기 정부는 촛불로 탄생한 정부가 될 것이다. 차기정부가 지향해야 할 정체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이경수 광주매일신문 기획실장

▶박원순=거의 1천만명 이상이 광장으로 나와 촛불을 들었다. 낡은 질서를 해체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갈망하는 것이다. 차기정부는 과거를 제대로 청산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는 사명을 다해야 한다.

그것은 결국 혁신정부인 것이고 준비된 혁신가가 국가리더로서 역할을 해야 성공하는정부로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종석 무등일보 전략기획국장

-김종석=6·10항쟁과 촛불 항쟁을 역사적으로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박원순=87년 6월 항쟁 때 민변 소속 변호사로 활동하며 직접 길거리로 나서 전두환 독재 종식을 위해 싸웠다. 6월 항쟁 후 민주정부 수립 가능하다고 봤는데, 노태우 정권이 탄생했다. 국민 여망을 저버린 것이다. 민주당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칫국’ 마시고 ‘다된 밥’으로 여기는 건 교만이고 오만이다. 사태를 그르칠 수 있다. 대선기간이 짧아 민주당 집권 가능성이 높지만, 역사의 교훈을 가슴 깊이 새기는 겸호하고 엄숙한 자세로 대선 치러야 한다.
 

권신오 CBS광주방송 보도국장

-권신오=박 시장의 지지도나 인지도가 촛불 정국을 지나면서 주춤한 것 같다. 촛불시위 과정에서 타이밍을 제대로 잡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는 평가가 나올수 있는데.

▶박원순=많은 분들이 안타까워 한다. 사람의 인생이 그러하듯 하루아침에 드러나지 않더라도 많은 것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결과를 나올 수 있다고 믿는다. 티핑포인트가 있다. 어느날 갑자기 뜨는 현상을 말하는데 갑자기가 아니라 계속 쌓여지다 어느날 폭발한다. 이 시대는 사실 영웅을 바라는 시대는 아니라고 본다. 어떤 사람은 747공약, 어떤 사람은 국민행복시대를 내세웠지만 결국엔 국민들은 속아 왔다. 공약이 중요한게 아니라 그 사람이 살아온 이력과 궤적, 이룩한 성취를 보게되는 시간이 오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검증의 기회가 점점 많아지면서 사람들의 생각이 달라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이용규 전남일보 편집국장

-이용규=법률가로서 탄핵심판 결과를 예상한다면.

▶박원순=탄핵 사유로 7개 조항을 국회에서 의뢰해 헌재심리가 진행중이다. 모든 것을 한마디로 하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위반이다. 헌재도 결국은 탄핵을 판결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시간이 문제인데 그 시간도 예상보다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탄핵사유 심리는 증거가 충분하다고 본다.

◇조기 대선과 민주당 경선

이용규=박 시장이 주장하는 공동경선에 대한 구체적 방향과 룰의 전쟁에 돌입한 민주당 경선 과정이 불공정하다고 판단될 땐 탈당이나 불참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는지.

▶박원순=이번 정부는 반드시 성공한 민주정부여야 된다. 그래야 5년 후에 새로운 민주정부가 또 탄생한다. 국민들의 기대는 크고 유능하고 솜씨있는 요리사처럼 국정을 요리해야 하지만 그러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협치와 연정은 우리시대 정신이라고 보고 있다. 나홀로 연대가 아니라 민주연합함대를 구성해서 함께 나가면 승리도 확정적으로 가능하다고 본다. 더 나아가 국정 수행도 굉장히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 건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말밖에 안된다. 한 정파의 권력장악은 제왕적대통령제의 폐해로 갈 수밖에 없다. 당에서 이 제안을 받아서 국민의당, 정의당에 정말 정중하고 겸허하게 제안한다면 안될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 설사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탈당하는 일은 없다. 당 내에서 반드시 싸워서 공동 경선이 관철될 수 있도록 하겠다.

-김종석=박 시장이 말하는 공동경선제와 다른 야권에서 말하는 결선투표제의 차이가 있다면.

▶박원순=공동경선 통해 후보를 원샷으로 정하는 방법, 결선투표, 세번째는 단일화다. 결선투표는 현실적으로 같다는 후보를 뽑고, 다시 경선해서 하는 결선투표 방식이 현실적으로나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각 당이 한 다음에 신청을 통해 하는 방법은 지난 번 대선에 실패한 바 있지 않나. 문재인, 안철수 사이에 단일화 제대로 됐었나. 유일하게 남은 방법은 이것(공동 경선) 밖에 없다.

그것은 종갓집이라고 할 수 있는 민주당이 먼저 문을 열고 식탁에 초청을 해야 한다. 공동경선은 후보가 되지 못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공동정부를 구성하자는 전제가 있다. DJP처럼 총리라든지 각 권력을 배분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어 이 (논의)테이블에 안 나올 이유가 없다. 정치는 생물이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나눠진 호남이 이번 대선을 통해 상처가 아물고, 진보와 변화와 혁신을 향한 큰 마당에서 우리가 하나로 만나야 한다.

-권신오=당내 세력이 취약한 상황에서 박 시장에게 유리하게 경선룰을 이끌어낼 수 있는 구체적 방법을 제시한다면.

▶박원순=당내 세력이 없는 건 사실이다. 많은 분들이 지적하듯 민주당은 친문당이다. 이렇게 소수정파가 당을 장악하고 지배하는 독식하고 배타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안 된다. 그래서 제가 당의 파벌적 운영은 청산돼야 한다는 말씀을 드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분들이 저를 지지하고 있다. 지난번 국회에서 비전을 발표할 때 78명이 동의해 줬다.

친문 국회의원은 그 안에 없었다. 그런 상황을 보면 새로운 정치, 기득권에 대한 저항, 또 촛불민심의 여망. 이런것에 동의하는 그런 국회의원이 다수일거라고 믿고 있다.

현재 당의 룰이 제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갈 수있지만 촛불공동정부와 공동경선은 결국 국민이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힘을 갖는다고 생각한다. ‘수가재주역가복주’라는 말이있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엎기도 한다. 순풍을 타게 되면 항공모함도 이길수있으며 항공모함이라도 역풍을 맞으면 뒤집어질 수 있다. 이름 ‘순 ’ 따라 ‘순풍’. 국민을 믿고 국민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면 모든걸 승리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김종석=친문패권주의를 떨쳐야할 구시대적 유산으로 규정하셨는데, 패권주의는 무엇이고, 자주 인용하는 촛불 민심은 무엇인가.

▶박원순=지금 국민들 사이에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이 가장 높다고 본다. 그것이 민주당과 문 전대표에 대한 지지도와 연결되고 있다고 본다. 촛불 민심의 가장 큰 것은 결국 기득권 질서, 특권 질서에 대한 반감과 해체를 요구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국정농단과 헌정 유린에 책임있는 대통령 본인 뿐 아니고 청와대, 제왕적 대통령제, 새누리당 또는 재벌에 대한 총체적 개혁청산 이런 것들을 요구하고 있는 게 맞다. 동시에 여의도 정치권 전체에 대한 기득권을 버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전국 촛불 광장 나오니까 저를 포함해서 정치인을 안 세워주는 경우 많다. 그만큼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엄중히 받아들여야 한다.

민주당도 기득권 질서가 있다면 청산하는 게 맞다. 그렇지 않으면 촛불 민심이 우리를 향하게 될지도 모른다. 엄중한 경계와 신뢰 성찰의 힘이 필요하다. 제가여의도에 제 정치 조직이 사실상 많이 없지만 기득권으로부터 자유로운 정치인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고. 국민들이 판단하기에 기득권 질서와 싸울 수 있는, 기득권 질서를 해체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라고 판단한다. 약점인 동시에 강점이 될 수 있다.

-이경수=유독 문재인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이재명 성남시장과는 친한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단일화도 가능하다는 속마음을 담고있는 건 아닌지?

▶박원순=문재인 대표는 나이는 위지만 사법연수원 동기다. 이재명 시장은 제가 서울 참여연대 전국참여연대 이끄는 동안 성남에서 성남 참여연대 했던 분이다. 안희정 지사는 도지사 협의에서 만나는 동지다. 김부겸 의원은 80년 대부터 알고 있고. 그래서 친소 관계에 따라 뭘 주장할 정도는 아니다. 경선과정이 정말 치열하게 논쟁을 거듭하고, 판을 키우는 과정이 돼야 된다. 굉장히 역동적 과정이 돼야 국민들 관심이 주목되고 그 과정을 통해 국민 감동의 드라마가 쓰여지는 것이다.

한 사람을 위해 다른 사람이 들러리 되고 적절치 않다. 이번 경선이 국민들에게 흥미와 관심, 참여가 이뤄지는 그런 과정이 돼야 본선에서도 확실히 이기는 길이다. 그래서 촛불공동경선이라고 표현해봤다. 4월말, 5월초 대선이 예상되는데 꽃 피는 계절이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가족이 나와서 광장에 설치된 투표함 아래 줄지어 자신의 주권을 행사하는 모습. 또 하나의 정치적 축제고 민주주의적 축제다. 헌정사상 가장 빛나는 장면이 아닐까. 그것이 국민이 꿈꾸는 세상이 아닐까 생각한다.

-구길용(사회자)=지지도가 낮게 나오는 이유와 극복방안은 무엇인지.

▶박원순=지금까지는 행사나 후보자 발언 중심으로 보도했다. 몸 푸는 단계였다면 검증하는 기회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정책 역량, 국가운영 비전 드러나는 순간이 될 것이다. 최근에 이병완 전 참여정부 비서실장이 페이스북에 ‘박 시장은 폭발적 가능성 있다’고 저를 격려하는 발언 써놨다. 노 전대통령도 경선시작할 때 2%였다. 주변에서 안타까워했는데 경선이 시작되면서 광주 경선에서 1등하면서 전체 분위기가 확 바뀌지 않았나. 저도 광주를 믿는다.

◇개헌론,3지대론 등 현정국에 대한 시각

-이경수=개헌론 중 자치분권형 개헌론을 주장하는 걸로 안다.자치분권형 개헌 핵심은 무엇인가.

▶박원순=메르스 말씀드렸지만 감염병이라는 건 중앙정부가 해야 할 일이지 지방정부가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하는 과정을 보니까 질병관리본부가 제대로 하는게 없다. 원칙은 정보의 공개다. 확진 과정, 감염 확진환자의 동선 확보, 작업조치 단행 등등. 이 모든 과정에서 정부가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봤다.

결국 중앙정부는 현장을 가지고 있지 않아 지역민 맞춤형 정책을 펼 수가 없다. 미국 연방정부처럼 중앙정부는 큰 가이드라인을 세우고 구체적인 건 지방정부가 할 수 있게 만들어 줘야 한다.

정부가 왜 묵념대상을 제한하고 그러는 거냐. 외교도 마찬가지다. 서울시는 외교도 어마어마하게 하고 있다. 세계 50개 넘는 도시에 도시모델을 수출하고 있다. 디테일한 것은 각자 자치분권을 해야 한다. 8대2를 6대4로 바꿔야 한다. 국가예산이 400조니까 80조가 내려온다. 광주 4조원대 예산이 8조원대로 늘어나면 윤 시장이 할 수 있는 일도 많을 것이다.

그만큼 시민 삶의 질 높아지고 도시경쟁력이 높아질 거다. 지방정부 맡아보지 않는 사람이 중앙정부 맡으면 시행착오가 있게 된다. 시행착오 되풀이 하면 안 된다. 레임덕 오지 않고 실패하지 않는 정부가 되야 한다. 퇴임 다가오면, 커피 마시고 재래시장 가서 국밥 사먹고 시민들과 함께 하는 그런 대통령 나와야 한다.

-김종석=자치분권형 개헌을 어떻게 국민들에게 어필할건가. 또 개헌 시기는 언제가 마땅하다고 보는지.

▶박원순=새 정부는 혁신정부여야 한다. 과거 낡은 제도 청산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실행해야 한다. 그 핵심은 결국 제도와 법령, 관행을 혁신해야 한다. ‘악법개폐청’ 만들어야 한다. 시민 불편하고, 새로운 사회질서를 만드는 데 장애가 되는 법령, 제도, 관행은 개선해야 한다. 개헌은 새누리당 정권연장 수단 돼서는 안된다.

87년 헌법은 개정돼야 한다. 국가 권력구조부터 기본권, 사회제도 등 내용이 담겨야 한다. 대통령선거 기간 워낙 짧아졌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개헌은 이뤄질 수 없다. 결국 대통령 공약 안에 담아야 한다. 2019년 임시정부 기념사업 추진위원회를 꾸렸다. 기념관을 만들기 위해 200억 예산 투자했다. 2019년은 상해임시정부 100주년, 건국 100주년. 과거 마감하고 새 시기로 가야 하는 시점이다. 이 때 그 사이에 국민들 합의로 개헌해야 한다. 2020년 총선 때 대통령 선거도 같이할 수 있다. 3년도 짧은 게 아니다. 유능한 혁신가가 잘 조직화하면 3년이면 충분하다.

-권신오=국민 저항에 1987년 전두환 정권이 무너졌지만 이후 보수 정권이 연장됐던 역사가 있다. 촛불정국 속에서 되풀이되지 않을까 큰 우려와 불신이 잠재돼 있는데 공동경선제가 깨졌을 때 보수정권의 재활을 막아낼 수 있다고 보는가.

▶박원순=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만고의 진리다. 전쟁사에서도 마찬가지다. 군대 규모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단결돼 있는가가 중요하다. 6월 항쟁 후 양김 분열이 정권 놓치게 된 원인이었다. 민주연합 만들어 국민승리 길로 나아가자. 그게 모든 국민 열망-갈망이다. “민주당 당내 분위기 지지도가 높아서 연합 안 해도 이길 수 있다”는 주장은 자만이다.

옛날에 YS, DJ 선거할 때 이른바 ‘부산 초원복집 사건’이 있었다. 상대방에 악재고 민주진영에 호재였는데, 보수는 위기상황에 엄청나게 결집해서, 진보가 졌다. 촛불정국에 위축돼 있는 보수가 응답을 안 하고 있다. 그러나 몇 달안에 보수의 깃발을 든 후보가 제대로 서면 우리가 반드시 승리한다는 보장은 없다. 긴장을 갖고 선거에 임해야 한다. 공동 정부와 공동경선이 필승의 카드다. 만에 하나 질 수 있는 가능성까지 고려한다면 공동 경선으로 가야 한다.
 

구길용 뉴시스 광주전남본부 취재국장

-구길용(사회자)=문재인, 반기문, 안철수, 이재명 등 주요 대권주자들에 대한 평가를 한다면?

▶박원순=이럴 때가 제일 곤혹스럽다. 문재인 후보는 음식으로 이야기하면 ‘고구마’다. 소박하니깐. 안철수 대표는 저보고 혁신의 아이콘, 롤모델이라고 말씀하셨는데 혁신가의 눈에는 혁신가가 보인다. 이재명 시장은 사이다다. 반기문 전 총장은 외교적으로 보면 큰 자산이다. 유엔 사무총장이 자주 나오는 사람은 아니지 않나. 그러나 대통령으로서는 검증을 받고 있는 거 아니겠나. 복잡한 국정을 담당하기에는 여러 가지로 어려운 검증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선과 호남민심

-이용규=박 시장이 말하는 광주정신과 대선에서의 광주의 역할은?

▶박원순=맡겨만 주시면, 호남의 새로운 차원을 여는 그런 지역 발전을 만들어낼 수 있을 거 같다. 과거에 호남은 차별의 역사였다. 특히 지역 개발에 균형 발전 측면서 차별 받아왔다. 늘 공약이 있었지만 부실했고, 추진되지 않았다. 표만 생각하는 공약이었다.

2006년부터 3년동안 전국 봉고차 몰고 하루에 한 고장에서 며칠 씩 머물면서 인터뷰해서 책을 내기도 했다. 그런 일이 마음 속에 남아 있다. 광주전남 돌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서남해안이라는 기가 막힌 보고를 갖고 있는데 엉뚱한 곳에서 많은 일을 해왔다.

서남해안은 중국과 일본을 옆에 두고 있는 곳이다.

목포를 방문해보니 원도심에 있는 근대건축물, 스토리 등 어마어마한 보물이 있다. 잘 꾸미면 관광객 엄청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예산 투입하면 400년동안 발굴해도 다 못하는 보물선이 서남해안에 묻혀 있다. 그걸 발굴하면 세계적 해양박물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광주에 있는 아시아문화전당은 하드웨어만 있는데 소프트웨어는 없다. 21세기 미래는 소프트웨어의 시대다. 전라남도의 청정농업과 풍장이라든지 민속이라든지 그런것들이 위대한 예술과 문화이다. 이런것들을 잘 살려내면 우리가 예향으로서 호남, 전남, 광주. 세계적 문화발신지가 될 거라고 믿는다.

-이용규=차기정권에서 호남 인사소외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호남 인사에 대해 지금 어떤 식으로 대하고 있는지? 앞으로 호남탕평인사를 위해 어떻게 할지 밝혀달라.

▶박원순=인사야말로 탕평책을 쓴다. 지역 균형발전, 인사도 마찬가지다. 지난 5년 간 임명한 서울시 부시장 9명 중 6명이 호남출신이다. 호남을 특별히 배려한 것도 있다. 우선 평등이라는 것은 합리적 차별이다. 그동안 차별의 역사와 아픔을 겪어오지 않았나. 그렇기 때문에 이왕 같은 값이면 호남인사를 중용했다. 제 전임 시장인 이명박 시장이 경상도 출신을 선호하고, 대통령되면서 서울시 간부들 뽑아갔다. 그러다보니 호남 출신들 우수한 사람들이 많았다.

5년 동안 경험을 했기 때문에 인사에 대해서는 걱정 안 하셔도 된다. 균형있게 검증을거쳐 적재적소에 인사를 잘할 수 있다.

-이경수=지방분권, 균형발전에 대한 의지와 방안은.

▶박원순=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 8대2의 재정구조를 6대4로 바꾸겠다. 서울시장으로서 25개 자치구의 균형지수를 100으로 맞추려고 하니까 2천700억이 넘는 돈을 매년 자치구에 내려보내야 했다.

막상 결심을 하니 팔 하나를 자르는 느낌이었다. 2천700억이면, 어린이집도 해야 하고 박물관도 지어야 하고 달라는 곳이 많다. 시청 간부들과 시의회도 반대했지만 결행했다. 결국 자기가 가지고 있는 밥그릇을 나눠주는 건데 이런 결단을 내려본 사람만이 지방균형이 됐든 권력의 배분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수도권 규제완화를 인천시장과 경기도지사는 원했지만 반대했다. 지역 가 있던 시설 기관들이 다시 서울로 온다. 지방도시와 서울시기 경쟁해서는 안된다. 우리의 상대는 뉴욕, 파리, 동경이다. 우리는 오히려 지방도시를 도와줘야 한다. 그래서 상생 공동체를 만들었다.

-김종석=호남민심을 구체적으로 유인하고 끌어들일 수 있는 전략과 방안은.

▶박원순=전략은 없다. 어떤 사람이 걸어갈 길을 알려면 걸어온 길을 봐야 한다. 저의 청년시절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도 그랬겠지만 5.18 광주항쟁에 빚진 자로서의 삶을 살아 왔다. 사법고시 합격하고 검사로 가서 공안검사가 돼 출세길을 달릴 수 있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늘 고통받는, 민주화의 큰 길을 가는 사람을 위해 1년만에 검사를 그만두고 변호사로 갔다. 변호사를 하면서도 희생자, 약자의 편에 드는 인권변호사의 삶을 살았다

참여연대 시민단체를 만들어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참여연대 사무총장 시절 때 5·18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당시 정동년 5·18유족회 회장님하고 같이 전국 최초로 5·18 특별법을 제안한 기억이 있다. 그 이전에도 5.18 진상규명 요구했다. 그 이전에도 5·18 진상을 밝히라며 많은 대학생이 분신자살할 때 담당변호인으로 일하기도 했다.

앞으로 뭘 하겠다는 것 보다 5·18정신을 함께 체험하며 살아왔다는 게 중요하다.

미국문화원 사건도 변론했다. 변론서 쓰면서 눈물을 흘렸다. 아침에 학생이 문화원 들어가면서 어머니에게 쓴 글이 있다. 보고 펑펑 울었다. 그런 마음으로 호남을 바라보는 그런 정신과 삶의 자세, 영혼이 중요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김성의(광주전남언론포럼 사무총장)=지역활성화와 국가균형발전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걸로 안다. 지방대학 출신이 졸업 후 일자리창출과 창업활성화 위해 서울로 상경하지만 기거 환경이 부족해서 아쉬움이 있다. 광주전남 각 대학이나 지자체들이 (가칭)메트로 산학협력센터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나온다. 박 시장이 서울 시내에 있는 유휴 부지를 제공해준다면 지방자치단체와 각 대학, 사단법인 광주전남언론포럼이 공동으로 협력센터 구축을 추진해 볼 의향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박원순=땅은 서울시가 내고 지방정부가 건물은 지어서 공동의 기숙사를 만드는 일은 이미 해왔다. 서울 강서구 희망하우징이라고 해서 600세대가 입주할 수 있다. 오늘 전남대, 조선대 총장과 MOU체결 했다. 광주전남 대학생들이 서울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다양하게 만들자는 내용이 담겼다.

파리를 배워야 한다. 100년 전에 각국 유학생들이 지낼 수 있는 땅을 이미 만들어놨다. 몇 년전부터 한국 대학생들의 기숙사를 짓고 있는 것으로 안다. 적어도 세계로 나아가는 도시라면 미래를 볼 수 있어야 한다. 사실 서울에 땅이 많지 않지만 찾아보겠다.

정리/정세영 기자 jsy@namdonews.com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