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이 나누며 함께하고’ 이제는 다시 마을이다

‘주민들이 나누며 함께하고’ 이제는 다시 마을이다

<이동진 전남 진도군수>
 

1970년대 새마을 운동은 우리 농촌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특히 농촌 풍경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켰다.

국가 주도로 이뤄진 농가 주택 개량사업으로 전국 농어촌마을의 초가지붕이 슬레이트 지붕으로 바뀌게 되었고, 슬레이트는 생산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정부는 당시 농가의 지붕 개량사업을 농촌 근대화 사업의 매우 중요한 지표로 판단해 역점사업으로 추진했다.

하지만 슬레이트 지붕은 점점 노후화돼 어느새 농촌의 불량 경관의 원인 중 하나로 자리를 굳혔다. 지붕과 담장의 페인트가 벗겨져 보기 싫어도 다시 칠하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농어촌 고령화로 일손이 부족해졌고 비용도 부담이 되는 상황에서 진도군이 주민 주도형 ‘마을 가꾸기 사업’을 대대적으로 펼치고 있다.

마을 가꾸기 사업은 안길, 담장, 지붕 교체, 공원과 꽃길 조성 등 마을 환경 개선에 재료비 일부 예산을 지원해 마을 청년회와 부녀회 등 마을 주민들의 직접 참여와 재능기부를 통해 실시되고 있다. 마을의 환경, 역사, 인물, 전설, 지명, 보호수 등을 찾아 가꾸고 보존하는 것이 주목적으로 내년까지 진도군의 162개 마을이 대상이다.

특히 마을 가꾸기 사업이 마을 환경을 단순히 개선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알려지지 않은 마을의 역사 및 이야기를 사업에 담아 그 마을만의 특색 있는 이야기로 재창조 되고 있다.

주민들은 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이 각 마을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체험하고 특별한 추억을 가지고 돌아가기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마을 자체 기금과 주민들이 참여해 실시한 마을 가꾸기 사업에는 ‘내가 사는 마을, 내 손으로 깨끗하고 쾌적하게 만들기’라는 슬로건 아래 마을 주민들이 이른 새벽부터 구슬땀을 흘렸다. 폐비닐 등 쓰레기가 잔뜩 쌓여 있던 마을 공터와 배수로가 깨끗하게 정비되고 삭막한 마을 승강장에는 장미 등 사계절 꽃이 피어나는 꽃동산으로 변했다. 노후된 담장도 허물어 마을 특성에 맞게 산뜻하게 정돈됐다.

이러한 노력들로 인해 지난해 열린 제3회 전국 행복마을콘테스트 농촌운동분야에서 진도군 의신면이 국무총리상을, 군내면 월가리 마을이 전남 행복마을 콘테스트에서 우수상을 각각 수상하기도 했다.

마을 가꾸기 사업은 진도군이 재료비의 극히 일부를 지원해 추진되고 있으나 행정기관의 일방적인 지도와 지침은 없다. 주민들의 참여를 보장하고 있고 오히려 주민들의 주도로 지속적인 마을 만들기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 주민들간의 소통과 주민 공동체 유지를 소중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사업의 활성화로 진정한 군민 주권시대를 실현하는 동시에 행복의 조건이 되는 사회적 인간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소중한 계기가 되고 있다.

또 이웃, 향우들과의 유대감을 높여 소외를 극복하고 여러 분야의 격차를 해소하는 데도 한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진도군에서 실시되고 있는 ‘마을 만들기’는 결코 도시화가 아니며, 자연경관을 아름답게 보존하고 가꾸면서 농어촌을 운치있게 다듬고 세월이 품은 이야깃거리를 찾는 방향으로 힘을 쏟고 있다.

‘마을’은 듣기만 해도 마음이 즐겁고 편해지는 말이다. 우리 마음 속의 마을은 친구들과 함께 좁은 골목 사이를 뛰어놀던 놀이터이며, 마을 어르신들로부터 예절과 삶의 지혜를 습득하는 배움터이자, 이웃 친지들이 다 같이 모여 기쁨과 슬픔을 함게 나누는 가족과 같은 공동체였다.

진도군의 마을 가꾸기가 완료되면 아름다운 마을을 배경으로 가을 들녘에는 메뚜기가 뛰놀면서 황금물결이 넘실대고 겨울에는 초록의 봄동과 대파, 배추가 칼바람을 맞으면서도 오동통 살이 올라 부드럽게 휘어질 것이다.

마을 가꾸기에 함께 참여했던 마을 주민들은 이구 동성으로 두고 두고 ‘마을의 자랑’이자 다음 세대에 물려줄 소중한 자산이라고 말한다.

이를 통해 살고 싶고 머물고 싶은 지역으로 탈바꿈해 인구 증가도 자연스럽게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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